의외로 이 배우의 연기에 충격받은 적이 있음
곽도원이라는 배우를 처음 인지한 게 '범죄와의 전쟁'일 겁니다.
('황해'와 '아저씨'는 그 이후에 찾다가 알게 됨)
'범죄와의 전쟁'은 뚜렷한 악역이 없는 영화죠. 검사도 자기 할 일 하는 거고 형배나 판호나 익현이나 모두 제 살 길 찾아서 바삐 움직일 뿐입니다.
곽도원의 얼굴이 카리스마가 강한 편은 아닙니다. 순둥해보이는 눈은 안경 뒤에 가려져 있고 코와 볼, 턱은 곰처럼 둥글둥글하죠.
오히려 순해보이는 인상이 강한데 그럼에도 곽도원은 꽤 그럴싸하게 검사 역할을 해냅니다.
이 배우의 연기에 충격받은 건 드라마 '굿닥터'였는데요.
여기서는 비교적 악역이 눈에 띄는 편이었죠.
외적으로는 젠틀하고 친절하지만, 비밀스런 음모를 꾸미는 부원장 역할입니다.
이런 역할이 자칫 '젠틀하고 친절'하긴 해도 악당인양 눈에 힘을 줄 수가 있는데 곽도원은 힘을 추욱 빼버립니다.
주인공이나 주인공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이 경계심을 가지고 봐야 할 캐릭터인데 경계심을 풀게 만들어요.
"오오 이런 캐릭터를 저렇게도 연기할 수 있구나"라고 신기해 했습니다. 악역 캐릭터의 패러다임을 바꾼 느낌이었죠.
이런 연기는 '변호인'에서 만개합니다. 사실상 눈 앞에 드러난 최종빌런 수준인데 억지로 힘을 주지 않습니다. 진한 악역이 아니라 생활밀착형 악역이죠. 창작물 속 캐릭터가 아니라 지나가다 만나는 형사가 저런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라 더 무서웠습니다.
그 후로도 이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를 '구성'하는데 온 에너지를 쏟아붓지 않습니다. 정교하게 캐릭터를 구현하는 대신 감정이 가는대로 표정과 대사를 맡겨버리죠.
'곡성'부터 '남산의 부장들', '강철비', '아수라' 등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헐렁해야 하고 때로는 단단히 조여야 하지만 이 배우는 거기에 지나친 디테일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곽도원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캐릭터가 돼버리죠.
헐렁하게 연기하는 배우는 종종 본 것 같습니다. 사실 숙련된 배우라면 헐렁할 때와 단단히 조이면서 연기할 때 사람이 달라지죠.
곽도원은 헐렁하고 다소 투박하게 캐릭터를 구현하면서 '상영관 밖에 나가면 만날 것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쪽으로는 독보적인 배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그래서 곽도원 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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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변신이 쉽지 안을 배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