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상상(2021)> 후기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우연과 상상> 보고 왔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특유의 깊이 있는 문체로 우연의 상황을 유려하게 써내려간 각본은 매우 훌륭합니다.
우연은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이 기반 위에서 상상은 역동적으로 뻗어나갑니다.
굉장히 발칙하면서도 재치있는 이야기들이었어요.
또한 여느 류스케의 작품처럼 울림이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잔잔한 악보와도 같은 리듬을 띄는 연출은 에피소드가 지나면서 감정의 파고를 점점 더 키웁니다.
단지 재미난 이야기들을 나열한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류스케의 작품에는 삶을 대하는 우리 각자만의 자세가 짙게 베어있습니다.
류스케의 작품을 볼때마다, 장편 영화 연출 작품이 몇편되지 않는데도 벌써부터 거장의 소리를 듣는 것은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다 싶습니다.
에피소드마다 연출의 결이 조금씩 다른 것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두번째 에피소드의 낭독 장면은 그 어떤 작품의 베드씬보다 훨씬 농밀한 느낌으로 연출되었습니다.
상황을 조성하는 대사나 캐릭터의 설정도 매우 독특하고 유머러스했구요.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한없이 어둡기만 했는데 의외로 재밌는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2021년은 하마구치 류스케의 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코로나 시국임에도 굉장히 왕성한 활동을 보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로 아카데미 작품상 노미까지 달성하며 최고의 연말연초를 보냈지만,
그 이전에 이미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을 휩쓸었지요.
그덕에 우리는 몇달에 걸쳐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거장의 신작을 연달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영화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을 만나면 한없이 기분이 좋아져요.
이제 극장이 정상화되면서 좋은 영화들이 이전처럼 자주 개봉했으면 좋겠습니다 :)
★★★★☆
추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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