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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nite Storm (2022) 나오미 와츠의 실존주의 무비.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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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가 재난영화인 것처럼 선전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분히 철학적이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infinite storm 이라니? 아무리 거센 폭풍도 끝이 있기 마련이다. 

이 제목이 상징하는 것은 외부현상으로서의 폭풍이 아니라, 죽은 아이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나오미 와츠의 내면에 끊임없이 불어오는

폭풍이다. 나오미 와츠야 굉장히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니 연기 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너무 섬세하다. 다분히 이를 표현 제시하는 데 부족한 감이 있다. 

 

나오미 와츠는 이 영화에서 입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굉장히 늙은 모습으로 나온다 (아마 화장 안 한 본모습일지도?)

그런데 나중에 보니 실존인물에 바탕을 두고 만든 영화이고, 그 실존인물의 당시 나이는 60대 후반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나오미 와츠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려는 높은 산맥으로 혼자 향한다. 폭풍우가 치는 산중으로 왜 굳이 이때 들어가려는 걸까?

남들은 산에 있다가도 내려오는 데 말이다. 

그리고 영화는 대사 하나 없이 나오미 와츠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중에서 눈구덩이에 빠지고 미끌어지며 갖은 고난을 겪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어리둥절하다. 저럴 줄 모르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으로 들어갔나? 얼른 산을 내려가지 산 속에 머물며 

저 죽을 고생을 자발적으로 겪는 이유가 뭘까?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는 데 말이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그 이유가 나온다. 그녀는 자원봉사로 산악구조를 하는 사람이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며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지옥의 장소로 산이 바뀐 다음에야 산에 오르는 사람이다. 

 

영화가 굉장히 현실적이다. 아주 세밀하게 눈보라 치는 깊은 산중에서 나오미 와츠가 죽을 고생을 겪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오미 와츠는 이때 외부의 눈보라만 겪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끊임없이 죽은 아이들을 기억하며 괴로워한다. 눈구덩이에 

빠져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며 빙벽을 기어오르는 그 순간에도 아이들이 그녀 주위를 뛰어다닌다. 

사실 이 부분이 영화적 실패라고 생각한다. 나오미 와츠는 아이들을 사고로 잃었고 그 기억으로 말미암아 자원봉사대로

지옥이 된 산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영화 마지막에 꼭 반전처럼 나온다. 영화 마지막에 될 때까지 우리들은 

나오미 와츠가 왜 산에 오르는지, 왜 아이들 영상이 자꾸 삽입되는지 모른다. 아마 이 영화를 

가능한 한 재난영화로 만들고 싶은 감독의 욕심 때문이었을까? 

 

나오미 와츠의 처지는 존이라고 하는 젊은 남자를 구조하면서 더 악화된다. 

눈보라 휘몰아치는 이 산중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산에 오른 이 남자를 보고 나오미 와츠는 경악한다. 

그는 얼어죽어가고 있다. 나오미 와츠는 존을 어떻게든 데리고 산을 내려가려 하지만

의지력 약한 존은 자기는 틀렸다고 내버려두고 가라고 소리친다. 안 내려가겠다고 나오미 와츠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해행위를 하고 야단법석을 떤다. 영화의 대부분은 나오미 와츠가 차라리 남아 죽겠다는 존을 어떻게든 데리고 

산을 내려가는 내용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오미 와츠는 의지력이 엄청 강한 사람이고 존은 의지력 약하고 민폐만 끼치는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아니다. 나오미 와츠는, 죽은 아이들 기억에 괴로워서 산에 오르는 사람이다. 언제 자살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다. 존은, 그냥 의지력 약해서 차라리 편히 죽겠다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애인이 산에서 죽자 그 흔적을 찾으려 산에 오른 사람이다. 그는 애인 없이 혼자 남은 자기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 

사실 나오미 와츠나 존이나 내면적인 폭풍우를 맞으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고 삶에서 의미를 별로 찾지 못하는 똑같은 사람들이다.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이 자연재해와 죽음이라는 절대절명의 사건 앞에서 함께 삶에의 의지라는 것을 찾아내는 줄거리다. 

 

눈보라에 미끌어지고 나뒹굴고 비탈진 데서 추락하고 하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액션연기같지만 사실은 내면의 폭풍우를 

가리키는 내면연기라는 것이다. 나오미 와츠의 연기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원래 연기력이

대단한 배우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이 사실을 영화 마지막까지 숨기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 마지막에 진실을 안 이후에야

과거 장면들을 회상해 보며 '아, 이런 뜻이 있었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 문제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나오미 와츠가 죽은 아이들 때문에 끊임없이 내면의 폭풍을 겪는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이것을 표현해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영화적으로 별 장치 없이, "아이들 죽으면 어머니는 다 이럴 거 아냐, 안 그래?"

하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감이 있다. 영화가, 영화적 경험을 주어야지, 영화 바깥의 상식에 의존해 진행해 나가는 것은 좀

문제 같다. 그래서 나오미 와츠의 내면의 폭풍이 좀 피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존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하자면, 나오미 와츠가 산 아래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참 외롭고 무의미하고 반복적이고 허무하다. 

그녀는 그냥 텅 비어 있는 사람이다. 이 부분을 좀 더 길게 강조했다면 영화가 많이 달라졌으리라. 

하지만 영화 시작과 끝부분 한 10분 정도만 나오미 와츠의 산 아래 일상에 할당된다. 그래서 나오미 와츠라고 하는 사람의 

내면과 세계가 불충분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이 영화 주제는 

오히려 나오미 와츠의 일상에 있다. 산에서 죽음이라고 하는 것을 직면한 이후, 나오미 와츠의 무의미한 일상이 어떻게 바뀌었느냐 하는

것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죽은 애인을 잊을 수 없었던 존은 산에서 내려온 이후 나오미 와츠에게 "애인을 정말 잊을 수 없었는데, 산에서 죽을 고생을 하며 

내려온 이후 이상하게도 애인이 기억나지 않는다"하고 고백한다. 죽음이라고 하는 거대한 경험 앞에서 

나오미 와츠나 존이나 일상의 무의미를 극복할 힘을 얻는다. 

영화는 잘 만들어졌고 배우들 연기는 굉장한데, 재난영화 90%에 실존주의영화 10%를 섞어서 상업영화 예술영화 다 잡으려고 했던

그 욕심이 영화를 망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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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와츠도 이제 나이가... 예고편 흥미롭게 본 기억 나네요
08:38
22.05.19.
BillEvans 작성자
golgo
너무 세월이 원망스럽더군요. 나오미 와츠 참 좋아했는데.
12:03
22.05.19.
profile image 2등
약간 <테이크 쉘터> 느낌 이려나요? 흥미로워 보여요
11:23
22.05.19.
BillEvans 작성자
Beyoncé
확실히 흥미롭고 아주 좋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재난영화와 스릴러영화로 너무 몰고가려 한 것 같습니다.
12:03
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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