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GV 후기
6시 40분쯤 티켓 수령을 하러 갔는데 이미 자리가 6~70퍼센트는 차있더라고요 남아 있는 자리 중 가장 좋은 자리를 선택해서 7시 20분쯤 입장했습니다.
2시간쯤 영화를 관람했는데 보는 내내 영화가 너무 슬퍼서 눈물이 계속 흘렀어요 영화 끝나고 그제서야 나눠주신 티슈로 추스르고 GV를 기다렸습니다.
진행자님, 감독님, 배우님이 입장하시고 GV가 시작됐는데 이 한 시간이 정말 흔한 표현이지만 꿈 같았어요. 여태까지 다양한 문화 생활을 했지만 이번이 단언컨대 최고였습니다. 감독님, 배우님 말씀 하나하나 굉장히 인상 깊고 사고가 확장되는 기분이 들었는데 기록으로 남기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전부 기록으로 남겨서 듣고 또 듣고 읽고 또 읽고 싶은 내용들이었어요. 영화를 만드는 감독, 배우들은 이렇게까지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는구나 일에 대한 열정에 존경심도 들었습니다.
벌써 기억에서 너무 많이 휘발됐는데 지금 기억나는 말씀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1)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쓰시기 전에 공부를 정말 많이 하시는데 동주를 만들 때는 윤동주에 관해 일본에서 쓴 자료까지 읽어보셨다고 합니다. 보통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최대한 많이 읽으면서 체화하려고 하고 시나리오를 딱 쓰기 시작하면 여태까지 모은 자료들을 다 삭제하고 체화된 1퍼센트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신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딱딱해지고 각주 달고 내가 이렇게까지 조사했다 하는 식으로만 표현이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 현진 배우님은 주위 가까운 사람이 알츠하이머 치매로 돌아가신 기억이 있고 그분을 가까이서 지켜보셨던 경험으로 연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물론 감독님이 주신 치매와 관련된 자료들도 보셨다고 합니다.
3)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는 사람의 움직임에 대해 쓰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4) 촬영을 한 달 반~두 달 정도 했는데 현진 배우님은 역할에 굉장히 몰입하셔서 자다가도 깨서 한 시간씩 울고 현진 배우 어머니도 현진 배우에게 우리 딸 얼굴이 안 보인다 웃을 때 아픈 사람이 웃는 것처럼 웃는다 라고 하실 정도로 빠져 계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 내가 이 역할에 정말 빠져있구나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 스트레스들을 따로 해소할 수는 없었고 그냥 버텼는데 촬영이 더 길어졌으면 못 하지 않았을까 하셨다고 합니다.
5) 모든 장면이 부담이 컸던 현진 배우에게 카센터씬이 가장 부담이 적었는데 그 장면 촬영을 하기 전날 마침 하루 쉬는 날이 있어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가셨었다고 합니다. 이날 가장 신난 표정으로 가셨는데 감독님은 다음 다음 촬영이 감정신인데 괜찮을까 걱정하셨지만 그래도 기쁜 표정으로 쉬러 간 현진님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6) 현진 배우님이 이 영화에 끌리게 된 이유 즉 카시오페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감독님 시나리오, 그리고 기억 안 나는 하나 더, 마지막으로 영화와 드라마가 얼마나 다를까에 대한 궁금증이었다고 합니다. 영화랑 드라마는 정말 달랐고 가장 크고 중요한 차이점은 영화는 감독님이 시나리오도 쓰시고 디렉팅도 하시기 때문에 작가와 감독이 한 사람이고 현장에 있기 때문에 찍으면서 현장에서 직접 작가를 대면하는, 훨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굉장히 크고 정말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하셨습니다.
7) 카시오페아 제목을 지은 계기(딸이 부른 동요에서 아이디어를 얻음)와 의미 그리고 비하인드(정식 명칭은 카시오페이아인데 영화 제목을 그렇게 지으면 검색했을 때 정말 별자리밖에 안 나올까봐 카시오페아라고 함)
8) 현진 배우님 세대까지만 해도 아버지랑 친하지 않은 세대여서 현진 배우님도 아버지랑 어색했고 아버지가 우리집에서 나만 왕따 같다는 말도 하신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극중 아빠 역할인 안성기 배우님 얼굴을 서현진 배우님이 쓰다듬는 장면이 있었는데 현진 배우님이 이런 경험이 없어서 이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생소하고 어색하게 느껴져서 머리를 쓰다듬는 게 아니라 손 정도를 쓰다듬는 걸로 바꾸자고 했다는 극중에서는 (제 기억으로는 볼이었는데요 다시 봐야 제대로 알 거 같습니다) 바뀐 걸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9) 영화는 미시적인 거부터 표현해서 거시적인 거를 보여주는 흐름이 좋다고 생각하신다는 감독님
10) 연기할 때 하나라도 어색해보이면 흐름이 탁 깨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 들어서 고민도 많이 하고 못 할 거 같다며 힘들어하셨지만 결과적으로 연기하면서 머리가 이렇게 맑은 적이 없었다는 현진 배우님
단순히 재미있었다에 그치는 영화, GV가 아니라 영양가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 이걸 돈을 지불하지 않고 경험해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에 대해서 간단히 리뷰를 하자면, 개인적으로 몸이 많이 아팠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정말 사람이 미쳐간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병을 부정하고,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목숨을 끊는 것도 생각해보고 그러다가 병을 받아들이면 병의 증상으로 인한 현실적인 괴로움을 겪고.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미처 거기까지 생각해보지 못할 그런 세심한 이야기들을 너무 잘 담아내서 좋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뿐만 아니라 다른 병을 앓고 있는 혹은 앓았던 사람들 간병인들을 모두 위로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쓰신 감독님, 모든 장면을 공감되게 표현하신 배우님 정말 멋지고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물 연기가 정말 제가 똑같이 울었던 날들이 겹쳐보여서 하나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느껴졌습니다.
너무 구구절절 길었는데 카시오페아 GV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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