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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상상] 스포일러 상세리뷰

당직사관
1395 9 9

너무 늦었네요....

그래도 정말 좋은 영화라서

리뷰를 안남기고 지나가기가

그런 작품입니다 ㅎㅎㅎ

 

[우연과 상상] 스포일러 상세리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의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가 첫 경험이었고, 그 당시에도 재밌게 본 작품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극찬을 받을 정도인가?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많은 지점도 꽤 있었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하지만 ‘언어’라는 요소의 즐거움, 즉 ‘대화’를 나누는 것의 매력을 다시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드라이브 마이카]는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긴 했습니다. 또한 오묘하게 느끼는 그 힐링감....소중한 사람들을 잊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느껴볼 수 있는 위로와 안도, 그게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강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연과 상상 2.jpg

 

그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본 [우연과 상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의 느꼈던 현학적임, 깊은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했던 작품보다는 직설적인 작품이지만, 오히려 더 만족스럽게 본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듯하네요. 가장 표면으로 드러나는 차이인 러닝타임부터 [드라이브 마이 카]의 진중한 짓누르는 세 시간의 무게감보다 가볍게 치고 들어왔다는 것부터가 상당한 장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한발 더 나아가서 40분 분량의 세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다는 것 역시, 이 작품이 가지는 높은 밀도라는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지루함이라는 요소를 최대한 억눌러주고 있다는 것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봤네요. 

 

다시 말해서 직설적이기를 선택함으로서 잃어버린 매력들도 많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연출로서 상회해보기에는 … 즉, 전작의 [드라이브 마이 카]와 같이 천천히 쌓여진 감정들을 달리는 차의 창 위 담배 꽁초로 표현하는 방법이나, 수화로 천천히 풀어내는 방법과 같이 인상적인 방법으로 풀어내기에는 이야기들이 너무 단편에 가깝기 때문에 연출적인 차원에서는 상당히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에요. 이런 부분들을 감독님도 인지는 하셨는지, 매 에피소드의 시작점에 동일한 노래를 사용하며 통일감을 주려고 한다던지, 첫번째 에피소드와 같은 경우는 상상이라는 것을 좀 더 연출로서 극적으로 나타내시기도 하고, 마지막 에피소드와 같은 경우는 에스컬레이터의 활용등 톡톡튀는 부분들을 넣어놓기는 하셨지만, 그럼에도 [드라이브 마이 카]의 경우에 비한다면, 많이 부족하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우연과 상상 3.jpg

 

하지만 그럼에도 지루함이라는 요소가 최대한 억눌러져 있다는 것….이게 제가 생각했을 때는 궁극적으로 이 작품에서 ‘언어’의 마술사라는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감독님의 성격을 훨씬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데 크게 일조를 한 것 같아요. 모든 에피소드들 간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대화를 주고 받는다는 행위의 재미가 정말 제대로 살아있어요. 때로는 세속적이고, 때로는 관능적이며, 때로는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적으면 두명에서 많아 봤자 세명의 인물 간의 대화로만 풀어져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한편의 연극’과도 같다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한 것 같네요. 더욱이 두번째 에피소드와 같은 경우는 조금 수위가 높다…라는 생각을 많은 관객분들이 하시긴 했을 것 같은데, 중반부 느슨해질 수 있는 지점에서 집중을 끊지않고 확 끌어올려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아서 저는 더 좋게 본 듯 하네요.

 

우연과 상상.jpg

 

더욱이, 공간의 활용이 너무나도 현실에서 접할 법한 공간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게 결과적으로는 이 작품의 신비로움을 증가시켜주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등장하는 공간은 사무실, 교수님의 연구실, 방 안, 거실, 카페의 테이블, 택시 안등 현대인으로서 살아가면서 반드시 한번 즈음은 거쳐보게 되는 공간이라서 친숙감은 상당히 높습니다. 다만 상기의 공간들은 동시에 타인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 괜히 궁금해지는, 동시에 완전히 사적인 공간들로서 정말 연관된 인물이 아니라면 온전히 타인의 참여가 배제되는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성격이 두번째 에피소드 ‘문은 열어둔 채로’의 성격과 잘 맞물려 들어간 것이기도 하겠죠.

 

결국 상기의 공간과 관련한 특성으로 인해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들의 사적인 공간에 들어갔다는 직접적인 체험과 함께 나도 모르게 그들의 내면을 직접 보고 있다는 부차적인 심리적 기능까지 같이 맞물려 경험하게 되었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의 평범성은, ‘그들 만의 사적인 내면’으로 치환되면서 이야기에 신비함이 더해지게 되는 과정을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비로움과 현실감을 모두 챙긴 참 괜찮은 공간 설정이었던 것 같아요.

 

또한 이런 신비함이 덧붙여졌을 때 오히려 평범함은 의미를 갖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대사는 현 시대의 우리의 대사가 되기 이전에, 영화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가 되기도 하면서 다시금 결국 영화 바깥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대사 한줄 한줄은 표면적인 의미를 떠나서, 은유적인 의미를 가지기 시작하죠. 그리고 그 끝 지점에서는 나라면 어떻게 이야기를 할 것이다…부터 시작해서, 결국 남녀 관계, 사제 관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우정의 관계라는 과정에서 우리의 대화들이 어땠는지 찬찬히 되돌아 보게하는 과정에 이르기도 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우연과 상상1.jpg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우연'이라는 요소와 '상상'이라는 요소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 해보아야겠네요. 결국 제가 생각 했을 때, '상상'이라는 것은 '우연'을 해석하게 하는 수단인 것이고, '우연'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순간들에 대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의 생각이 아니었나 싶어요. 어찌보면 '우연'이라는 것은 이번 작품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가 예상치 못한 관계나 예기치 못한 발단을 표면상으로 이야기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우연'이나 다시말해 '기회'가 없었다면 세 에피소드에 등장한 인물들의 삶은 한차원더 나아갈 것도, 다채로워 질 것도, 교훈을 얻을 기회도, 새로운 추억을 만들 기회도, 인연을 만들 기회도 놓쳤겠죠. 하지만 상기의 인물들은 모두 우연이라는 상황에 대해 자신의 상상으로 하여금 결과를 예측해보기도 하고, 새로운 기회를 결국 자신의 삶으로서 흡수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우연이라는 아름다움의 요소를 자신의 삶에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우연과 상상 4.jpg

 

[우연과 상상]은 분명 무거운 영화이지만, 동시에 누가 보더라도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영화입니다. 해석해내기에는 아직까지 보고 공부해야하는 지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이 감독님이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상당히 명쾌하게 이해가 가는 독특한 영화이죠. 어찌보면 또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아름답다고 느끼는 지점들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현실을 살아가며 느끼는 순간들이….비록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영화에 담으면 저런 다채로움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이 생각을 불현듯 하게되네요. ‘언어’라는 수단이, ‘대화’라는 매개체가 우리 삶에서 가지고 있는 효용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제일 좋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한줄평 : "우연이라는 삶의 아름다움을 해석하기 위한 상상이라는 인간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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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26
저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의
어떤 작품이 나온다해도....
괜히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 중의 한편이 될듯 싶습니다
16:45
22.05.16.
profile image 2등

에피1은 우연 에피2는 상상이 위주지만

(물론 에피1도 상상 에피2도 우연의 요소가 있긴합니다만)

최종에피3은 우연과 상상이 어우러진 단편이라 제목과 정말 잘 매칭시킨거 같아요

16:59
22.05.16.
북회귀선
오오 맞습니다......순서 배치가 정말 적절했던 것 같아요.
17:00
22.05.16.
profile image
당직사관
무겁다고 표현하셨지만 드마카에 비하면 나름 편하게 볼수 있었고 확실히 하마구치감독은 연출도 잘하지만 탁월한 이야기꾼입니다
17:03
22.05.16.
북회귀선
그죠 어디까지나......일반적인
블록버스터에 비교했을 때
그랬다는 것이지 아트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명료하고 깔끔한 영화죠.

개인적으로는 드마카보다 좋았습니다.
17:04
22.05.16.
푸른천사
저도 극장에서 본 영화들 중에서는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작품이네요 ㅎㅎㅎ
17:15
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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