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와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정치이야기 조금)
저는 선거전략가 영화를 좋아합니다. 사실 이게 은근 꿀재미가 있는 장르입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킹메이커>도 그렇지만 실제 이야기를 가져다 쓰는 경우도 꽤 많고 영화가 뻔한 경우가 별로 없어요. 이 장르의 매력은 클리셰 한 결말이 없다는 겁니다. 주인공이 드디어 목표를 달성했는데 배드 엔딩인 경우가 있고 주인공이 실패했지만 해피엔딩인 경우도 있습니다. 소위 정치를 풍자할 때 많이 쓰는 관용구인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때문이죠. 이 장르에 특화되어있는 게 바로 미국인 게 그래도 세계적으로 정치 풍자의 허용 범위가 꽤 높은 나라이기도 하고 아무리 공부해도 이해가 안 가는 간접선거제 때문에 꽤나 드라마틱한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트럼프가 사랑받는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의 당선은 선거 과정과 개표 과정이 할리우드가 탐낼 드라마틱한 당선 과정이긴 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런 대통령으로 남았으니 꼭 개선되어야 할 미국 선거제도의 심각한 문제점이 된 것이죠. 추천작까지 쓰면 너무 길어지니 따로 쓰진 않을게요.
우리나라에서 무려 대통령 선거전략가 영화가 나온다는 것이 이 영화에 조금은 관심을 뒀는데 보통 영화를 보기 전에 사전 정보 없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잘 모르고 갔었는데 이 영화는 기왕이면 좀 알고 갔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아무래도 역사왜곡 이야기가 나올 것을 두려워해서 가명으로 처리했는데 몇몇 사건과 인물들은 제가 몰랐던 것들이 좀 있어서 실제 인물들하고 매칭 시키느라 영화 몰입이 종종 깨졌었네요. 개봉 뒤에 우려했던 반응은 없었던 걸로 보아 영화가 실제 인물에 대해 문제 삼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게 통했는지 반발이 없어 다행이란 생각도 들지만 이 정도로 잘 만든 영화가 크게 반응이 또 없는 게 아쉽기도 했습니다. 저는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여기부터 정치적인 글입니다.
제가 근대 정치에 무지하기도 하고 사실은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김대중이란 인물과 <킹메이커>의 김운범이 인지부조화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딱히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킹메이커>가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영화긴 했습니다. <킹메이커>는 정치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보고 한 번쯤 생각해볼 거리가 있는 영화였다면 아무래도 <존경하고..>는 한 인물과 시대에 대한 영상 회고록입니다. 하지만 <킹메이커>가 한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김운범의 여러 선거들을 배경으로 했었고 어떤 시대적 상황에 의한 선거전략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시대 상황을 가볍게 스케치하고 지나갔다면 <존경하고..>는 팩트를 다루기 때문에 <킹메이커>란 영화의 상호보완적 영화입니다. 사실 다큐 영화로서 완성도가 있고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킹메이커>를 보고 나서 시대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쯤 볼만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렴하게 VOD나 유튜브로 보면 될 퀄리티이긴 한데 방송용으로 제작되지 못해서 결국 극장 개봉까지 했어야 했던 제작진의 선택도 안타까움을 보내고 싶기도 합니다. 한 번쯤 조명해볼만 이야기가 있었고 새삼 제가 그 시대에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에서 가장 가슴이 남았던 장면이지만 같은 분위기의 우리나라 사진을 찾을 수 없어서 외국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징병제인 우리나라에선 안타까운 장면이기도 하죠.(출처 : 위키피디아)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시민의 이야기는 홍콩이나 미얀마를 통해 외신의 보도만 쭉 봐왔었지만 마치 데자뷔를 보듯이 얼마 전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80년대에 있었으니까요. 그 시대를 살았었기 때문에 덜 관심을 뒀던 그 시절 이야기를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 다시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에 대한 감사함이 다시금 다가왔습니다. 그분들의 피가 현재의 민주주의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작품엔 제가 익히 알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있었습니다. 다시금 제가 알고 있는 분을 마주할 수 있었던 걸로 좋았던 작품이었네요. 하지만 지금의 티켓값과 영상의 완성도를 생각했을 때 추천드리긴 힘든 작품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작품의 결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것이 주는 벅참은 극화가 된 영화가 주지 못한 감동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극화된 연출과 지극히 안 좋은 화질이지만 당시 실제 영상이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네요.
<킹메이커>는 그 시대를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본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고 단연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긴 합니다. <불한당> 상영 때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결국 작품이 꽤 잘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보단 이미 생겨버린 선입견에 관람을 포기한 게 아쉬울 정도로 이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났습니다. 상당한 실력을 갖춘 감독이고 앞으로 한국 영화의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낼 감독이기에 미장센과 작품의 만듦새에 관람을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추천인 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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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까말까 고민중인데 후기 감사합니다
이쪽은 관심가질 만한 연령대는 실제 겪어온 세월이라 안보고 젊은층은 저게뭔데 이런 상황이라 예매율이 거의 망이더라구요
전 낀 세대라 킹메이커 보고나니 끌리긴 하지만 후기보고나니 망설여집니다
노회찬도 보고나서 화질이나 믹싱에 마니 실망했거든요
스틸컷엔 유작가님도 보이던데 분량 얼마 안되죠?
트럼프가 주인공인 영화가 언젠간 나올 거 같아요. 풍자극 형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