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라운드 / 스포O] 독이 든 성배
'혈중알코올농도 0.05%', '약간만 취하면 인생은 측제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두 문장이고, 굉장히 낭만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현실적인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바란 낭만은 이뤄지기 너무나도 힘듭니다.
제가 앞서 말한 두 문장이 틀린 말들은 아니죠. 실제로 적당량의 음주가 주인공과 그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니까요. 마르틴을 학생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교사로 만들고, 페테르는 성공적인 합창을 성공시켰고, 톰뫼는 소외받던 학생을 도와주었죠. 이처럼 영화에서는 적당한 음주의 긍정적인 면들을 끝없이 보여줍니다. 그런데, 과연 적당한 음주가 가능할까요?
혈중알코올농도 0.05%라는 영화의 캐치프레이즈는 보기좋게 빗나갑니다. 뒤이어 '약간만 취하면'이라는 부분도 엇나가기 시작하죠. 0.05%까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며 모든게 순조로워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까지나 0.05%를 유지할 수 없었고, 결국 마르틴이 '사람마다 필요한 농도가 다를 것이다'라며 더 짙은 농도와 더 강한 효과를 원하게 됩니다. 이 말에 '적당한 농도를 찾는다'는 명분은 있었을지언정 알코올 중독의 시작을 예견하는데에는 충분했죠.
이후 마르틴은 혈중알코올농도 0.1%를 찍고 맙니다. 마르틴의 일상에 문제는 없어보였지만, 하루 종일 0.1%라는 수치는 절대 문제없어보이지는 않습니다. 거기에 더해 니콜라이는 점프를 언급하며 최대 수치를 찍어보려고 하는데, 이 대목에서 니콜라이의 '최고의 카타르시스'라는 말은 그들이 이 실험의 주제와는 완전히 벗어나 술이 주는 쾌락에 취해있었음알 알 수 있죠.
그 뒤로 주인공과 친구들의 삶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해갑니다. 영화에서 보여준 거의 모든 위기들이 이 시점에서 나타나죠. 온갖 위기들을 겪고 난 후,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실험을 종료합니다. 그러나 후반부 톰뮈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자 마르틴이 자제시키는 등, 이 실험이 남긴 악영향들은 그들의 삶에 여전히 존재합니다.
영화가 엔딩으로 향하자, 주인공들이 겪었던 문제들을 해결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술을 마시고, 그렇게 마신 술은 여전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이전과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그들은 이제 술과 함께하지 않는 현실로 돌아왔다는 것이죠. 이쯤에서 앞서 말한 두 개의 캐치프레이즈가 떠오릅니다. 감독은 중반부에서 술이 주는 문제들을 그려냈음에도 여전히 술을 찬양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앞선 초반부의 찬양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입니다. 현실의 내 모습과, 술이 바꿔놓은 나의 모습이 함께할 때 정녕 멋진 일들이 만들어진다는 말을 하는것만 같았습니다. 또는 현실의 내가 없었던 초반부와는 다르게 현실의 나를 존중했을 때 더 멋진 일들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 같았죠. '약간만 취하면 인생은 축제다' 아무래도 저 약간에는 시간도 포함되어있는것 같습니다.
영화를 볼때는 영상미와 분위기에 취해 뇌빼고 봤던 것 같은데, 다른 리뷰들을 보고, 내용을 곱씹어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것 같네요. 굉장히 다양한 각도들로 해석될 수 있고, 술을 찬양하는듯 하면서도 비판하고, 다시 찬양하는듯한 구성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여러모로 상 받을만한 영화였네요
그냥_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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