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라운드 리뷰 : 술을 탓하는 사람들에게
<어나더 라운드>는 여러모로 극장에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영화였습니다.
93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과 매즈 미켈슨 주연, 그리고 개봉전 시사회 부터 호평일색이었던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기대한 만큼 정말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올해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입니다. 제가 느꼈던 부분에 대해 리뷰 남겨보겠습니다.
- 음주에 대한 시각
영화는 음주를 좋게보고 있는 걸까요 나쁘게 보고 있는 걸까요?
네 남자가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라는 가설의 실험이라는 명목하에 지속적인 음주를 시작하면서 그들의 삶에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네 남자 모두 교사이기 때문에 수업중 혈중알코올 농도를 유지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수업의 질이 향상되게 됩니다.
또한 그간 무료한 삶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짜릿함을 느끼며 마치 20대가 된 것 처럼 광란의 밤을 보내기도 하죠.
반면에 지속적인 음주가 가정불화라는 큰 화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톰뮈는 업무 중 음주사실을 들켜 학교에서 사직하게 되고, 니콜라이는 아내앞에서 큰 실수를 하며 신뢰를 잃게 되었으며, 마르틴은 두 아들이 있음에도 아내와의 불화로 이혼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네 남자의 음주 프로젝트가 두개의 상반된 결과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음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영화 전반에 걸쳐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칠과 루즈벨트 그리고 세계의 유명인사와 지도자들이 음주를 즐기는 것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성공과 음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음주가 그들의 성공에 기여를 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네 남자 모두 음주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직업적으로 큰 성과와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또한 네 남자가 음주를 하는 장면에 찬양가같은 BGM이 계속 나오게 되는데 이는 마치 음주라는 행위를 신성시하고 있는 감독의 시각이 표현된 것 같았습니다.
네 남자가 겪었던 가족과의 불화나 직장에서의 문제 따위는 자신들의 명성과 성공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들로 묘사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르틴은 가족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과감없이 가족을 떠났습니다.
그에게는 좋은 수업을 제공했다는 만족감과 학생들의 존경이 더 달콤했던 것이죠.
마르틴 뿐만 아니라 나머지 세명의 교사 또한 음주 프로젝트를 하면서 술 그자체에 빠져들었다기 보다는 술이 가져다준 성공에 취해갑니다.
그들의 음주가 문제를 가져다 줌을 알고 있음에도 점점 더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찾게 되고 교사로써의 자아실현을 추구합니다.
끝에 가서는 그들은 더이상 술이 없으면 안되는 몸이 되어버리죠.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약간만 취하면 인생은 축제다"
- 계승되는 음주의 역사
영화에서 저를 아찔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바로 선생님들이 학업능력 향상 혹은 긴장감 해소라는 명목하에 학생들에게 술을 권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한국의 학교라면 정말 큰일 날 일이지만 서양의 사고방식으로 선생님도 학생도 술을 자연스럽게 권하고 받아들이는게 인상깊었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네 남자가 음주 프로젝트로 겪었던 즐거운 변화를 그들의 제자들에게 물려주는 행위 같았습니다.
사실 애초에 네 남자 또한 처칠과 루즈벨트로 부터 술이라는 인류역사의 오래된 유산을 물려 받았고, 이를 통해 그들과 유사한 성공의 경험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그 다음세대인 학생들에게 음주의 문화를 계승하면서 처칠과 루즈벨트로 대표되는 위인들의 의지를 이어가는 것이죠.
이런 메세지는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정점을 찍게 됩니다.
이 시퀀스에서 마르틴은 제자들과 함께 뒤섞여 춤을 추고 술을 뿌려가며 더할나위 없는 신나는 축제를 즐기게 됩니다.
마치 마르틴이 그동안의 제자들에게 배풀었던 스승의 은혜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대신에 술과 교사로써 자아실현을 선택했던, 그리고 음주의 역사를 다음세대인 제자들에게 계승했던 행위에 대해 인정받고 있는것 같이 느꼈습니다.
<어나더 라운드> 정말 강추드리는 영화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삶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여러분의 짜릿한 일탈이 될 것 입니다.
마코토팬
추천인 6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술이 웬수란 말 많이 하는데, 자제 못하는 사람이 문제겠죠. 아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