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젖어, 영화에 젖어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전망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원래 제목이 그림을 한쪽만 채색한 후 두겹으로 접으면 똑같은 이미지가 연출되는 기법인 '데칼코마니'였다고 한다. 아마도 상류층과 하류층의 대조 효과를 위해 좌우로 접은 게 아니라 상하로 접은 데칼코마니였을 것이다.
데탈코마니는 초현실주의 화가인 오스카 도밍게스와 막스 에른스트에 의해 창안되었는데 어린 시절 미술 시간에 한 번쯤은 해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작품 '전망대'는 데칼코마니가 아니지만 일정 부분 '기생충'을 연상시킨다.
영화에서 계단은 중요한 장치인데 하류층의 사람들은 위로 오르고자 하나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사기와 협잡 같은 불의한 수단으로 오르는 사다리는 판화에서처럼 불안정해 보인다. 계단 아래에서 청년은 귀부인을 꾀는 것 같고 지하실에 갇힌 남자는 영화에서 그대로 썼다고 해도 믿어질 지경이다. 벤치에 앉은 남자는 물리학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도형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에게는 산수경석과 같은 소중한 것일까.
화가는 교묘하게 형상을 변형하고 왜곡시켜 있을 수 없는 전망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것은 결국 상층부로 올라가 봤자 신기루와 같다는 현실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지하실의 남자가 어서 나오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ps 제가 쓴 책 '그림에 젖어'가 얼마 전에 출간되었습니다. 위의 내용은 59, 60쪽 내용을 전재한 겁니다. 그림 뿐만이 아니라 많은 영화도 다루었는데 익스트림무비 회원분들께서 가볍게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익무엔 정말 능력자 분들이 넘쳐나신듯~ 작가님께서 직접 소개해 주시고 평소 그림을 좋아해 더욱 관심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