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에버가든 시리즈 리뷰
지금 시대에 편지는 구식 유물 취급을 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통신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메일과 문자메세지, SNS는 손으로 쓰는 편지가 없는 시대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몇몇의 사람들은 편지를 쓴다. 종이 위에 글씨를 쓴다. 자신의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은 감정을 꾹꾹 편지에 눌러 담는다. 정성스럽게 접은 편지는 봉투 안에 집어넣는다. 예쁜 우표를 봉투 위에 붙이고 상대방에게 전해지기를 기다린다. 그 사람이 답장을 할지 모르지만 내 감정을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편지만으로 인간의 감정을 모두 깨달을 수는 없다. 감정은 나 자신조차 알 수 없기에 다가서기 어렵다. 가끔씩 감정으로 인해 상대방과의 싸움도 일어난다. 극단적인 표현은 전쟁으로도 이어진다. 이렇게 말한다면 인간의 감정은 형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인간은 관계를 맺는 사회적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을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서로가 모르는 감정이라서 전달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늦는다고 생각하고 다가설 때까지 지속한다. 그것이 말로 잘 표현할 수 없다고 느끼면 나의 말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표현한다.
그렇게 인간은 말하는 것을 대신하고자 언어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언어는 금방 사라지는 목소리와 다르게 종이 위에 쓰여서 먼 곳에 있는 상대한테까지 감정을 전 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어로 담긴 감정은 인간이 숨기고만 있던 내면까지 다가서게 만들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상대뿐만 아니라 전쟁이나 병으로 사라진 이에게도 적용되었다. 죽은 이에게 전달할 수 없지만 내가 알려주고 싶은 감정을 보관할 수 있었다. 정 반대로 남겨진 이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이어가는 중요한 창구가 되었다.
애니메이션 바이올렛 에버가든 시리즈는 이렇게 감정을 전해주는 편지를 소재로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편지는 각자의 사연과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이 있다. 바로 말로는 할 수 없던 나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오롯이 표현된 언어를 바탕으로 나를 이어간다. 그리고 주인공 바이올렛 에버가든도 이들의 편지를 대필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간다. 과거에는 사람을 죽이고, 명령에 따르는 것이 전부였던 수수께끼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는 감정을 배우고, 슬픔을 깨달으며, 사랑을 알아갔다. 그녀는 삶이라는 형태를 자신의 가슴속에 품어낸다. 그렇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근원을 깨닫는다.
나의 근원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포유류라는 과학적인 근거는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나의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바이올렛을 통해 단편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인간은 감정을 가지고 태어나서 감정 속에서 삶을 만들어간다. 전쟁 속에서 도구로서 살아왔던 바이올렛이 인간이라고 정의 내려지기까지 그녀는 오로지 도구였다. 하지만 사랑하는 길베르트 소좌가 알려준 감정으로 그녀는 인간으로서 표현된다. 그녀가 정확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감정을 알려준 한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사랑해’라는 단어로부터 시작한 그녀의 여정은 긴 세월 동안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써 내려간 편지로 그녀는 성장한다. 결국 전달한 것은 단순히 편지가 아닌 바이올렛 자신이었다. 동시에 소녀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이어받으며 성장한다. 소녀는 주변을 인식하면서 깨닫는다.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를 사랑한다. 나에게 사랑을 알려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래서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마지막 순간까지 편지를 쓴다. 수많은 단어들이 엮어진 편지를 통해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많은 것을 전달했다.
처음 여정을 시작할 때 소녀는 '사랑'이라는 것을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사랑' 외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이올렛은 이제 편지를 통해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자신의 감정을 담아서 '사랑'을 외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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