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유] <어나더 라운드> 그럼에도 마시고,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술, 인류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신의 선물이자 악마의 유혹
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이템 중 하나죠. 그에 따라 술에 관련된 격언이나 명언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물론 술의 좋은 점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안 좋은 점에 대한 이야기가 많긴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인 ‘술 마시면 개가 된다.’ 라는 표현은 술의 주 성분인 에탄올의 분자 형식의 모양이 개와 닮아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필연적인 표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음주의 좋은 점과 나쁜 점, 둘의 갑론을박 중 이 영화는 굉장히 흥미로운 이론을 내세웁니다.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
마치 밥 먹을 때 반주가 빠지면 안 되는 알코올 중독자가 할만한 이야기 같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건 사실일겁니다. 이러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인 매즈 미켈슨 배우님이 주연으로 포스터에 대문짝만하게 나왔을 때부터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굉장히 높아져 있었고, 정말 감사하게도 익스트림 무비의 은혜로 남들보다 조금 더 먼저 시사회로 <어나더 라운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여우, 이리, 돼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 – 톨스토이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톨스토이의 우화 ‘작은 악마와 빵 조각’ 이였습니다. 우화에서 작은 악마는 성실한 농부를 타락시키기 위해 그의 농사가 풍년이 되도록 만들었고 농부는 수확한 곡물로 술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과 마시게 되죠. 한 잔 마시니 여우가 되고 두 잔 마시니 이리가, 세 잔째에는 돼지가 되는 모습을 보며 큰 악마는 술에 짐승들의 피를 섞은 줄 알지만 작은 악마는 그저 짐승의 피가 나올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줄 술을 만들게 하기 위해 풍작을 하도록 도왔을 뿐이라고 하죠. 이 영화에서도 ‘0.05% 음주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처음에는 환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하게 좋은 면만 보여졌지만 술이 술을 부르게 되어 점점 늘어가는 술은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네 명의 주인공들을 돼지가 되어버린 농부의 모습으로 만들어 버리게 됩니다. 결국 실험은 중단되지만 빠져 나오지 못한 친구는 결국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게 되고 나머지 3명은 친구를 추모하고 자신들이 가르친 졸업하는 학생들을 축하하면서 영화는 끝나게 됩니다.
술 냄새가 풀풀 나는, 네 남자의 우정만큼 깊고 진한 코냑 같은 영화
영화적인 상황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표현을 잘 해낸 굉장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표현되도록 만들어낸 감독의 연출력도 굉장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4명의 주인공들간에 핵폭탄 급으로 터져버린 케미가 아닐까 싶어요. 정말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같이 농담 따먹기 하면서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드는 모습들은 마치 푹 숙성된 코냑 같은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보여지는 매즈 미켈슨 배우님의 춤사위는 <조커>의 호야킨 피닉스 배우님의 춤사위에 비견될 만큼의 깊은 감정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진한 감정을 보여주는 <어나더 라운드>, 영화를 보고 나오면 술 한잔 안 마시곤 못 배기실 겁니다.
PS. 맥주는 코젤입니다 여러분. 24살때 유럽 여행가서 독일에서 처음 코젤을 마신 뒤로 저는 맥주는 이것만 마십니다 ㅎㅎ
코젤은 안 마셔봤는데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좋은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