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라운드> 취한 듯 잊고, 취해서 즐기는 것, 이것이 우리네 인생이지!
* 아래 리뷰에는 관람 시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분 좋으니까 마셔! 우울하니까 부어라 마셔라! 낮술하기 좋은 날씨네! 비오니까 막걸리 한잔! 오늘은 그냥 땡기니까 마셔! 술에 대한 진심으로 즐기든, 사람들과의 웃고 떠드는 술자리가 좋아서든 술꾼들의 술을 찾는 이유는 그 목적도, 핑계도 각양각색이죠.
영화 <어나더 라운드> 속 네 친구들도 그런데요. 교사라는 번듯한 직장에 평범한 가정을 가진 40대의 네 남자들 역시 술은 늘 그들이 만나는 이유이자, 활력소이고, 또 늘 마시는 일종의 음료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술에 대한 한가지 가설이 호기심과 흥미를 끌게 되죠. 그 가설은 바로.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
과연 저 가설은 맞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은 영화 속 네 친구를 보는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요. 그렇게 그들은 나름의 규칙들까지 만들어 저 가설을 증명해보고자 합니다. 한두모금으로 시작된 일상 속 음주는 그들의 의욕없고 우울하던 직장과 가정 생활에 활력을 찾아주죠. 하지만 점차 규칙은 깨지고, 자제력마저 잃은 채 술에 의존해가는 그들의 일상은 위태롭기까지 합니다.
영화는 혈중 알콜 농도에 따른 인물들의 일상적 변화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빗대어 보여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기쁘고, 즐거운 일들로 한바탕 크게 웃기도 하고, 때로는 울적하고 화나는 일들이 일상을 뒤흔들기도 하는, 바로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 여정을 술이라는 소재를 빌어 공감을 전합니다.
영화의 시작에도 흐르고, 배우 매즈 미켈슨의 화려한 춤사위가 돋보이는 엔딩씬에서 경쾌하게 흐르는 3인조 밴드 Scarlet Pleasure 의 'what a life'는 마치 주제곡과 같은데요. "괜찮아, 다 괜찮아,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야"라는 가사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지친 일상들을 이어가는 모든 이들을 향한 응원가 같기도 합니다.
인생 뭐 있나, 그까이꺼 대충 힘들면 술 한잔에 잠시 잊고, 기쁘면 술 한잔하며 덩실덩실 춤도 추고,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는거지! 단, 언제나 술은 기분좋을 만큼만 적당히!
* 네 친구들이 교사로서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역사, 심리학, 음악, 체육)들이 술과 묘하게 연결되는 점도 흥미롭네요. 극중 수업 내용 중에서도 술에 대한 언급이 있어 더 인상적이었어요. 헤밍웨이, 처칠 등 술을 즐겼던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얘기도 흥미로웠고, 술이 인간에게 끼치는 신체적, 심리적 영향 등을 이들이 맡은 과목에 연관지어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