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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 우당탕탕 영화만들기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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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고등학생 때 서울에서는 '10만원 영화제'라는 게 열렸었다. 8mm 캠코더가 대중화되면서 청소년들도 자신의 생각을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당시 서울에서는 영파여중 방송반이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라는 발칙한 제목의 영화를 냈고 이것은 당시 영화잡지 '키노'에도 소개가 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때 부산 씨네마떼끄 1/24에서도 '언더그라운드 캠코더 영화제'라는 걸 열었다. 아버지께서 사다주신 중고 8mm 캠코더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영화를 좋아하던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영화를 만들어 출품했었다. 그 시절 중고생들이 만드는 영화는 대체로 뻔했다. 성적이나 가정문제, 왕따 등 학교와 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고민을 영화에 담았다. 당시 출품작들의 가장 큰 특징은 대체로 브릿팝을 가져다 썼다는 점이다(저작권 개념이 모호했던 시절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만든 영화들은 대체로 돈이 되지 않았다). 루 리드나 벨벳 언더그라운드, 블러, 오아시스 등의 노래가 즐겨 사용됐다. 

 

2. 친구들과 처음 만든 영화는 단 하룻밤만에 찍었다. 클라이막스씬을 찍기 위해 경비아저씨 몰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 낮에 촬영을 도와준 여학교 애들은 집에 보내고 힘든 장면은 우리끼리 찍기로 했다. 비가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더욱 쓸쓸해졌다. 원하는 그림이 나와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먼저 촬영을 끝내고 집에 간 줄 알았던 여학생들이 빵과 우유를 들고 찾아왔다. 기대도 안한 식량이 매우 고마웠다. 밤이 깊어서 여학생들은 먼저 집으로 갔다. 우리는 그 친구들이 건네준 빵과 우유를 먹으며 잠시 쉬기로 했다.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계단실로 숨었지만 창문 사이로 비가 새어들어왔다. 빵이 비에 젖기 시작했다. 그래도 빵 속에 든 크림은 폭신하고 달콤했다. 그날 이후 가끔 허세 부리면서 하는 말이 있다. "영화를 만들려면 비에 젖은 빵 정도는 먹어봐야 한다". 

 

3. 넷플릭스 시리즈인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은 영화에 대한 환상에서 조금 벗어나게 해준다. 시즌3까지 소개된 이 시리즈는 익숙한 영화들의 제작과정과 성과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각 시즌별 에피소드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①이렇게 될 지 모르고 시작한 프로젝트 ②돈도 없고 시간도 모자란 상황 ③현장은 언제나 돌발상황의 연속 ④그럼에도 꿈과 희망을 갖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함 ⑤만들고 보니 대박.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말 그대로 '우당탕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순간이다. 여기에 소개된 영화들은 다양하지만 나름 공통점이 있다. 거물 제작자가 받치고 있거나 신인들끼리 의기투합하거나, 돈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영화들이다. '백투더퓨처'의 시간여행, '쥬라기 공원'의 공룡, '13일의 금요일'의 틴에이져 슬래셔 무비, '고스트버스터즈'의 적은 제작비 등이다. 

 

4. 나는 요르그 뷰트게라이트의 '콥스 뻐킹 아트'나 피터 잭슨의 '굿 테이스트'를 좋아한다. 두 영화는 모두 메이킹 다큐멘터리다. 두 영화가 담고 있는 '네크로맨틱'이나 '고무 인간의 최후'는 매니아들이 아니면 접근하기도 어려운 고약한 취향의 영화들이다. 그러나 그 영화의 메이킹 다큐를 접하면 이보다 더 인간적일 수 없는 현장과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열정 가득한 사람들이 유쾌하게 마네킨을 썰고 피를 뿌린다. "공포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변태들일거야"라고 하는 '윤리적인 사람들'의 생각에 반하는 열정적인 현장을 보면 괜히 유쾌해진다.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은 메이킹 다큐를 보며 느꼈던 영화현장의 열정을 추억하게 한다. 

 

5. 가끔 영화글을 쓸 때면 문장 하나를 써놓고도 "이게 맞나" 고민하게 된다. 감독이나 작가가 여기까지 생각했을지 고민하다가 조금 건조한 글로 전환하게 된다. 예를 들어 '토르: 천둥의 신'에서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비판을 읽는 것이 맞는지 틀린지 고민하는 식이다. 그렇게 읽고 전진할 수 있지만, 영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그것은 '과해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다행스럽게도 MCU의 이후 작품들을 보면서 "얘들은 그냥 엔터테인먼트 쇼구나"라고 결론짓게 됐다). 영화 현장은 기호와 상징을 넣을 겨를이 없다. 정해진 기한 안에 감독과 작가가 그린 그림에 대한 최선의 결과물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작비가 초과된다. 8mm 캠코더를 들고 몇 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를 만들면서도 전쟁처럼 영화를 찍었다. 수천억원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의 촬영현장도 전쟁과 같을 거라 믿는다. 

 

6. 결론: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은 영화만들기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씨네필들이 평생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바이블과 같은 물음인 '영화란 무엇인가'에 답을 찾기 위해 이 시리즈는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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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없던 시절 맨 땅에 헤딩하며 만든 영화들 에피소드가 재밌더라고요.

18:11
22.01.19.
profile image
‘10만원 영화제’를 아신다니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
18:23
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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