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 레옹을 경유하여 한국(장르영화)적으로 각색된 '글로리아'
주인공이 범죄 세계의 드라이버라는 것 때문에 에드가 라이트의 '베이비 드라이버'나 제이슨 스타뎀의 '트랜스포터'와의 유사성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만(물론 <특송>의 카체이싱 장면은 두 영화, 특히 '트랜스포터'를 많이 필사했다.),
사실 <특송>은 존 카사베츠의 1980년작 '글로리아'의 리메이크, 한국(영화)적 번안에 가깝다. 혹은 '글로리아'의 남여 주인공의 성별을 역전시켰던 뤽 베송의 '레옹'을 경유하여 다시 주인공 성별을 재역전시킨 결과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족을 살해한 범죄집단에 쫓기는 어린 소년을 보호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온전히 '글로리아'의 서사다. 특히 여성과 소년의 관계, 특별한 감정의 묘사에서 두 영화의 유사점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특송>의 주인공 은하는 레옹처럼 고립된 삶을 살고 있으며, 소년의 아버지를 죽이고 소년을 쫓는 악질형사 경필은 '레옹'의 스탠스 필드(게리 올드만의 무시무시한 괴연!)의 차용이다.
<특송>은 이렇듯 검증된 서사를 빌려 와 큰 뼈대를 잡은 후 이런저런 장르적 요소들을 패치워크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영화는 은하와 서원의 관계, 감정적 교감을 (기능적으로) 활용하여 기본적인 드라마를 구축한 후, 작정한 듯 점층적으로 수위를 높이며 액션으로 치닫는다. 액션은 양식적이고 스타일리쉬한 멋보다는 거친 날 것의 역동적인 맛을 살리는 방식으로 연출됐는데, 특히 엔딩부, 은하의 분노가 폭발하는 액션 시퀀스는 살벌하고 처절하다.(이 시퀀스에 은하의 마샬 아트적 묘기가 일부 들어 가 액션의 개연성과 감정을 훼손한 것은 아쉽다.) 영화가 '솔트'의 졸리급 액션을 펼치는 은하의 캐릭터 알리바이로 제시하는 탈북민이란 정체성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에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적 관성으로 못 넘을 허들은 아니다.
베이비 페이스 박소담의 액션 히로인 장은하 연기는 캐릭터(의 히스토리)와 너무도 괴리된 외모라는 단점과 그 이율배반으로 인한 액션 쾌감의 배가라는 장점이 공존한다. 송새벽의 악질형사 경필 연기는 이번에도 흥미진진, 전형적인 캐릭터를 전혀 전형적이지 않은 디테일로 표현하는 그만의 연기는 언제나 참신하다. 게리 올드만이 '레옹'에서 디자인한 미친 악질형사 캐릭터는 이후 유사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에게 하나의 딜레마가 되어버렸지만, 송새벽은 매끄럽게 그 덫을 빠져나간다.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르의 틀 안에서 무난한 결과를 낸 <특송>은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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