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손 안에서 다시 태어난 tonight, 그를 통한 관객과의 소통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자식들이 예술 쪽에 자질을 보이길 은근 바라셨던 제 어머니는 어린 시절 저의 교양쌓기(?)를 위해 많은 경험을 시켜주셨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갔던 그 시절, 어머니 손에 이끌려서 제일 먼저 보게 된 뮤지컬이 바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였네요.
그땐 뮤지컬 시장이 이제 막 한국에 들어오는 시점이여서 지금처럼 쟁쟁한 한국 배우들도 드물었고, 거의 내한공연이 다였기에 어렵게 표를 구해서 자그마한 소극장에서 코앞에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공연을 봤더랬습니다. 배우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신나는 춤과 음악에 완전 매료되어, 몇 달 동안 계~~속 똑같은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이후로 눈을 뜨게 되어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등 유명한 뮤지컬은 여유가 되는 한 보러 다녔었네요.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은요 ㅎㅎ
저에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런 경험들의 ‘첫 시작’ 이었습니다. 고전 디즈니 영화를 보면 뭉클한 마음이 드는 것처럼 웨사스를 생각하면 비슷한 감정이 들더라구요. 설레는 감정과 같이 ㅎㅎ
한동안 뮤지컬 영화 열풍이 불었을 때 언젠가는 웨사스 또한 나오겠지... 했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하셨을 때는 흥분되면서도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전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선택에 왜 뮤지컬 영화를 제작하셨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스필버그 감독 또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빅 팬이었구나, 이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본인이 만들고 싶어서 만든 거구나 라는 느낌이 팍 오더라구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명불허전이죠. 그런 감독이 고전 뮤지컬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각색한 결과물을 예상했을 거에요. 저 또한 20년도에 걸맞는 스타일의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은 22년도에 과거의 클래식함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기를 선택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 웨사스를 처음 접하셨는지는 몰라도 처음 느끼셨던 그 감동을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각색은 최대한 줄였지만 영화에 맞게 좀더 친절해진 각본, 미장센 촬영구도 너무나 완벽...그 자체 ㅠㅠ
tonight 넘버 열창 부분에서는 시간이 멈추는 느낌이 들면서 가슴이 막 벅차 오르더라구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가 tonight, somewhere, america 인데 너무 유명한 곡들이기도 하지만 웨사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넘버들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이 곡들만 들어도 1950년대 격동기의 미국 안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그에 따른 갈등, 차별받는 입장에서의 고단한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 이야기는 현대인들이 보기에는 좀 답답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저 시기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부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인식이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기에 급변했다는 증거도 되겠죠. 여기서 현대인들 기준으로 각색을 했다면 아마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네요. 위에서 말했듯 감독님은 그 시절의 이야기 그대로를 보여주실려고 하신 것 같고, 저는 덕분에 1950년대 맨해튼으로 무사히 시간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연초라 바쁘지만 않으면 지역을 뛰어넘어서 돌비관 원정까지 다녀올 수 있었을 텐데 매우 아쉽습니다. 모든 음악영화는 최대한 사운드가 좋은 관으로 갈수 있음 가야 하는게 확실하네요ㅜㅜ 너무 행복했습니다...ㅠㅠㅠ
원작을 아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 모두 과거 급변하는 시기의 미국으로 시간탐험을 떠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전 뮤지컬 영화를 이만큼 잘 되살리기도 만만찮을텐데 역시 스필버그 감독님입니다!! 마지막 사진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리지널티켓 아래쪽에 적혀있는 스필버그 감독의 말입니다. 영화에 대한 크나큰 애정이 묻어나는 흐뭇한 글이네요...
+ 이번 오티는 오티북말고 제가 갖고있는 뮤지컬팜플렛 사이에 끼워두려고 합니다. 다음번에 고전 뮤지컬이 영화로
제작될 때마다 과거에 봤던 팜플렛 사이에 같이 끼워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뮤지컬 티켓 같고... 영화 보고나니 감성에 젖어서 더 이쁘게 느껴지네요 ㅎㅎ
플렁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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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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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화가 제 취향과 인생 전반에 꽤 영향을 미친 거 같더라구요. 이 이후로 재즈도 좋아하게 되고...ㅎㅎ 좋으셨다니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앗 죄송해요 직관하셨다는 뜻이었구나... 어 저도 90년대에 처음 본 뮤지컬작품이 웨사스 였는데 혹시 비슷한 시기에 관람을 하셨을지도,,,!? ㅎㅎㅎ
헛 익무님 댓글보니 제가 이상하게 막 설레네요ㅠ 불호평에 대해선 모든 감상은 경험과 취향에 따라 주관적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다 하니 솔직히 기분이 너무좋네요 흐흐흫... 제 지역에는 제대로 된 돌비관을 가려면 원정을 가야해요ㅠㅠ 재밌게 보셨다면 돌비관에서 서라운드 되는 명 넘버들을 다시 들으러 가셔야겠네요!! 부럽습니다 ㅎㅎ
저도 난생 처음 직권한 뮤지컬이 바로 이 작품이라... 이번 영화가 참 좋았습니다.
좋은 글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