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복사기-간단 후기
먼저. <복사기>처럼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범죄나 범죄에 준하는 사건을 보통 사람이 풀어가는 이야기를 일상 미스터리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맥락이지만 사건에 살인이 들어가면 이를 코지 미스터리라고합니다. 코지 미스터리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은 미스 마플 시리즈입니다. 미스 마플을 모델로 한 TV드라마 <제시카의 추리극장>(안젤라 랜즈베리가 열연했던)도 코지 미스터리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입니다. 되돌아와 <복사기> 같은 작품으로 히트를 친 콘텐츠는 <빙과>를 비롯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시리즈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미스터리가 찬밥신세라 큰 영광을 누리지 못합니다만 <12인12색>에 실린 박현주 작가의 <지우개>를 매우 뛰어난 일상추리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상추리물은, 커다란 사건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사건의 경로를 풀어가는 탐정 역할이 매력적인 캐릭터물인 경우가 많고, 사건이 점점 커져서 생각지도 못한 경로에 다다르거나 아니라면 머리가 띵할 정도의 반전으로 사건이 작다는 단점을 커버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한국에는 거의 없다시피한 장르!
복사기는 인도네시아 영화네요. 루피아, 라는 돈 단위가 나오고서야 아 이 영화가 인도네시아 영화이구나, 했습니다. 바로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개봉을 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연배우에 대한 검색을 하려고 보니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나오네요. 세니나 시나몬.
감독 우레가스 바누테자. 출연 세니나 시나몬. 치코 쿠르니아완. 제롬 쿠르니아.
뭐 이정도 정보가 찾아볼 수 있는 전부입니다.
참고로 세니나 시나몬 사진은 엑스포츠뉴스가 출처입니다.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아야만 하는 수르는 컴퓨터를 잘 만지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열심으로 일한 연극부 마타하리가 수상을 하며 일본 교토의 연극제에 참가하는 영광을 얻습니다. 수상을 축하하는 밤, 수르는 연극부원들과 파티를 하다 정신을 잃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기까지 두 시간 정도. 무언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직감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찍은 적이 없는 술 취한 셀피로 인해 그녀는 장학금이 끊어집니다. 아버지에게서도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는 수르, 절박한 그녀는 그날밤 벌어진 사건을 해명하려 듭니다. 그러나 아니 그럴수록 점점 수렁에 빠지고 마는 그녀는 과연 그날밤 당한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작고 여린 사건 하나를 찾아가는 여대생의 이야기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내가 술이 취해서 그랬지 뭐, 하고 자책하며 넘어가도 되는 사건! 그러나 그날밤 일은 거짓이라고 확신한 그녀는 집요하고 끊질기게 진실을 찾아 헤맵니다. 결국 불법도 마다않으며 필사적으로 발버둥치지만 되레 자신이 궁지에 몰리고 맙니다. 이후 벌어지는 관계와 종국에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
매우 정석적인 미스터리 영화입니다. 작은 사건을 발전시켜 공감을 끌어내고 제목인 복사기를 십분 활용한 결말은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만든 미스터리입니다. 웰메이드 일상 추리!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에도 꿇리지 않을 작품이네요. 비록 러닝타임이 130분이라 중간에 몸이 좀 요동을 칠 정도의 "작은 지루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장엄하기까지 한 결말이 지루함을 상쇄하는 보상으로 작용하네요. 네, 멋진 결말이었습니다.
우레가스 바누테자 감독의 영화, 앞으로 지켜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네시아의 좋은 감독과 멋진 배우들을 알게 되어 흐뭇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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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 괜찮은 감독들이 있어요. 제가 가장 주목하던 분은 안타깝게 국내 정식 소개가 거의 안 되었지만
그래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영화 시장 중 하나입니다.
부산영화제 즐기는 것도 참 행복하고 좋았는데요. ㅎㅎㅎㅎㅎ
와.. 인도네시아 작품이라니...
레이드에 이어 또 놀라움을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