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에 관한 짤막한 글(스포)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걸작들 중에서도 찬란한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리어와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고요. 또 누군가 저한테 영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 뭐냐 묻는다면 대답할 연극이기도 하죠. ㅋㅋ
이런 사람이 저만은 아니여서 오슨 웰즈, 구로사와 아키라 등이 영화화하기도 했죠. 최근에는 저스틴 커젤 버전이 성공했었습니다.
이번에는 코엔이라는 대가가 연출했는데 어떤 영화인지 궁금합니다. 그에 맞추어서 나름의 독후감을 써볼까 해서 쓰게되네요.
맥베스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허무에 관한 비극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이 허무는 결국 모순에서 옵니다.
먼저 마녀들의 대사를 볼까요?
'전투에서 패하고 승리했을 때'
선한 것이 악한 것, 악한 것이 선한 것"
첫대사는 아마도 승리자와 패배자가 나뉜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둘이 구별될 수 없다는 뜻일 가능성도 있죠. 그렇게 본다면 '선한 것이 악한 것, 악한 것이 선한 것' 이 구절도 심상치 않습니다. 이 역시 상반되는 요소들이 동일하다는 이상한 역설을 드러냅니다. 후에 나오듯이 마녀는 남자처럼 수염을 가지고 있죠.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암시하는 바는 모호함과 역설입니다. 마녀는 신비로운 존재이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알 수 없죠.
그들이 말하지 않았어도 맥베스는 왕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그 말을 듣고 행동했기에 왕이 되었을까요?
이런 모호함은 맥베스의 여정을 이끌며 넓게 보면 삶에 대한 감각입니다.
결국 맥베스는 마지막에 그 모호함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허무를 느끼죠. 선한 것이 악한 것이고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의 모호함에 허무를 얻는 것이죠.
맥베스 부인을 잃고 나서 맥베스가 하는 독백입니다.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내일도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까지
하루하루 더딘 걸음으로 기어가는 거지.
우리의 어제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보여주지
우리 모두가 죽어 먼지로 돌아감을.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불행한 배우일 뿐.
인생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와 같아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엔 아무 의미도 없도다.
이 독백은 워낙에 유명하고 윌리엄 포크너가 그의 걸작 음향과 분노의 제목을 따오기도 했습니다.
맥베스는 상술한대로 애매함과 역설로 가득차 있습니다.
전반부에서 악랄하던 레이디 맥베스는 후반부에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리죠.
반면 전반부에서 고뇌하던 맥베스는 더 잔인해지고 과격하게변합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변화 역시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여자가 낳은 자 라는 예언을 뒤트는 방식 역시 의미심장하죠.
결국 끝에서 맥더프와 대면한 맥베스도 그걸 깨닫습니다.
이중의 의미로 속인다 라고 마녀들을 저주하죠.
맥베스의 인물들과 대사들, 여정은 모두 모호함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모호함은 어쩌면 인간성의 핵심일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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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헬싱이란 일본 애니 자막 번역하는데..
본문에 적으신 맥베스 대사가 인용돼서 깜짝 놀란 기억 나네요.
코엔 영화 진득히 영화 제대로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