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어나더 라운드 시사 후기
좋은 기회 주신 익무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영화가 딱 끝나고 났을 때 느낌은 술을 너무 적지도 않게 너무 많지도 않게 딱 적당히 마시면 삶을 더 즐겁게 살 수 있겠라는 명확한 주제와 더불어 이 술이 뭔가 상징적으로 은유되는 무언가가 딱 잡힐듯 말듯 할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영화를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영화에서의 술이 곧 젊음으로 연결되고 이는 곳 자신감으로까지 연결된다고 생각되네요. (다른 분들 리뷰보니 용기라는 분들도 있는데 결국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젊은 시절과는 달라진 마르틴이 술을 통해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아니카의 대사나 초반 생일파티때 친구들이 마르틴을 보고 넌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하는 대사들을 통해 느껴졌네요.
흔히 젊을 때는 철근도 씹어먹는다고 하는데 이건 소화력이 좋다는 의미보다는 그만큼 뭔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겠죠. 처음 오프닝때 젊은이들(유럽쪽 영화들을 보다보면 가끔 문화충격을 받을 때가 있는데 덴마크는 청소년들도 술을 마시더군요 ㄷㄷ)이 술파티를 하고 지하철에서도 난동을 피우는데 중요한건 결국 어떤거든 거리낌없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요. 그렇지만 권태로운 삶 속의 주인공들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무시당하며 자신감이라고는 보기 힘든 일상 속에 지내죠. 마르틴은 젊을 때 춤을 굉장히 잘 췄다고 하지만 이제는 술을 마셨을 때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춤출 자신감이 없었죠.
실험이 진행되며 술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주인공 친구들이 가족관계를 회복하고 직장에서도 인정받게 됩니다. 제철인 생선도 꼭 내가 살 때는 없었던 되는 것 없던 주인공 일행이 옛날같았으면 포기했었겠지만 술 즉 자신감과 함께라면 직접 낚시하고 배타고 나갈려고까지 하는 자신감 충만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네요. 그 과정에 들킬 위험도 있었지만 효과는 확실했고 점점 술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각 인물들의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게 됩니다. 사람들의 삶의 굴레를 연구하는 학문인 역사라 그런지 넷 중 가장 권태로움이 심해 보였던 마르틴은 그 반대급부로 폭발한 나머지 이혼까지 이어지게 되고 니콜라이는 침대에 실례하고 (지나친 젊음이려나요?) 의지할 가족이 없었던 토미는 결국 직장을 잃고 목숨마저 잃게 됩니다. 여기서 의외였던게 페테르 였는데 사실 페테르는 초반부에서도 딱히 크게 문제있는 모습이었다고는 못느꼈는데 어쩌면 음악 선생님이고 합창 즉 하모니를 가르쳐서 이미 젊은 친구들과 많은 공감을 하고 있었던게 아니었나 싶네요. 후반에 학생 하나가 큰 고민을 안고 있자 본인의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며 도움을 주기도 하죠.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문제가 생길 때에도 페테르는 큰 문제 없이 오히려 애인만 생기죠.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지나쳤던 술 즉 지나친 자신감으로부터 버서나 마르틴과 친구들은 적당히 술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후반부에 마르틴과 친구들이 학생들의 졸업식과 이와는 대비되는 토미의 장례식을 동시에 합니다. 상반되는 두 상황 사이에서 주인공들은 졸업축제를 하는 학생들과 함께 술을 즐기게 되죠. 여기서 마르틴이 아니카도 다시 만나게 되고 초반의 장면과는 달리 진정으로 술을 즐기고 자신감을 가진 채 당당히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멋있게 춤을 추며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나이를 들어가며 잃게 되는 자신감과 젊음을 다시 되찾아가는 과정과 자세를 센스있게 보여준 멋있는 영화였네요.
잔잔한 영화지만 중간 중간 유머 포인트들도 많아서 괜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