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은 시네마일까?
마블은 시네마일까.
스콜세지 감독님이 언급하신 이후로 끊임없이 영화팬들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주제이죠.
톰이 한 마디 덧붙여서 또 이야기가 많이 되었죠.(톰 형이 다음에는 조심스럽게 말하길 ㅋㅋ😅)
개인적으로도 익무에다가 관련 글을 쓰기도 했지만 더 고민하게 만드는 주제여서 한 번 남기게 되네요.
제가 생각하는 시네마는 결국 영화다운 것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영화가 아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무엇인가 여야 한다는 거죠.
https://brunch.co.kr/@8765a012d564499/2
(제가 쓴 설명입니다)
소더버그가 했던 연설문서 일부를 발췌해서 설명하자면
"영화는 특별한 비전입니다. 그것은 모든 것이 중요한 접근법이고요. 이것은 일반적이거나 우연적인 것과는 반대이며 서명이나 지문처럼 독특합니다. 위원회에서 만든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만든 것도 아니고 관객이 만든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만약 이 영화감독이 그것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니면 이런 형태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마블에게 부재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특수성, 영화감독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
제 말로 옮기자면 시네마틱함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왜 영화여야할까? 영화란 무엇일까? 영화라는 형식의 존재이유는 뭘까?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하지? 따위의 질문들이 들어갈 여지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런 측면서 스콜세지 감독님의 지적은 온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 영화를 시작한 동료들에게 영화(시네마)란 어떤 계시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미학적인, 감정적인, 영적인 계시였죠. 그리고 영화란 우리 인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때로는 역설적인 우리의 본성. 서로 상처받고 사랑하고 만나는 일들을 다루는.
영화는 스크린에서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야기 속 삶을 경험하며 ‘가능’의 감각을 넓히는 예술이었습니다. 여기 핵심이 있습니다. 영화는 ‘예술’이라는 점이죠."
(이런 장면이 있을까?)
누군가는 마블영화에도 ‘영화란 우리 인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때로는 역설적인 우리의 본성. 서로 상처받고 사랑하고 만나는 일들을 다루는 것’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답이 없는 문제이기도 하죠.
제가 궁금한 점이 그것이 마블영화가 준 것일까 입니다.
그러니까 영화라는 예술형식만이 그것을 가능케했냐 라는 거죠. 과연 엔드게임이 영화여야만 했을까요? 그것이 코믹북이나 문학이나 게임이 였으면 불가능했을까요?
이번 노 웨이 홈을 예로 들자면(스포주의!)
이 작품에서 많은 분들이 감동을 느끼셨더군요. 하지만 과연 그 감동이 노 웨이 홈이 만든 것일까요?
아예 아니라고는 말을 못합니다. 분명히 늙어버리고 나이 든 배우들의 모습은 우리를 짠하게 만들고 감동을 선사하죠. 사람의 얼굴은 영화만이 포착할 수 있는 아름다움 중 하나입니다.(미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국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감동은 보는 관객들의 추억에 의존해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따라오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없겠죠.
그 대면장면을 클로즈업으로 찍든, 롱 숏으로 찍든, 롱 테이크로 찍든, 로우 앵글로 찍든지 간에 감동받을 사람은 받을 겁니다. 과장하자면 어떻게 영화로 보여주는 지의 여부와 무관하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형식의 형태와 연결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영화가 과연 시네마일까요?
"당신의 영화 <거울>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영화와 똑같았습니다. … 한데 ― 어떻게 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까? 그때는 정말 그런 바람이 불었고, 그런 소나기가 왔었죠, … '갈카, 고양이 내쫓아라' ― 할머니가 소리치곤 했었죠. … 방 안은 어두웠습니다. 석유등도 그때는 꺼졌었죠, 그리고 내 영혼은 어머니에 대한 기다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 당신의 영화는 어린이의 의식이 깨어남을 얼마나 훌륭하게 보여 주고 있는지! 영화의 장면들은 정말 사실 그대로였습니다. … 우리들은 정말 우리 어머니들의 얼굴들을 모릅니다."
타르코프스키에게 보낸 한 관객의 편지입니다. 거울은 난해하고 지루한 영화죠. 제가 씨네필은 아니지만 이 편지를 쓴 관객분보다는 영화를 많이 보았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한 영화를 이 관객분은 정확하게 압니다.
순전히 영화의 힘이고 마법이죠. 시네마는 관객에게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본인으로 존재하죠. 그리고 관객을 그와의 대화에 초대합니다.
반면 엔드 게임이나 인피니티 워, 노 웨이 홈은 관객이 마블에대해 모른다면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겁니다.
잘 짜여진 액션시퀀스가 주는 재미는 있겠지만 영화만이 가능한 것일까요?
마블 영화들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상품의 퍼즐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시각적인 비전이든 이야기든 결국 작가의 생각이 아닌 제작위원회의 결정에 종속되어 있죠.
그리고 우리는 영화외적인 선택들을 마주합니다. 이 캐릭터는 인기가 많으니까 결정적인 순간까지 살아남겠지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죠. 캐릭터상품, 유니버스의 진행속도 등등을요.
저는 마블영화에 있어서 영화형식에 대한 고민을 본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보았겠죠. 그렇기에 이 논쟁은 답이 없을 거고요) 대신 앞에서 열거한 영화외적인 고민들을 더 많이 생각했죠.
위대한 대가 에드워드 양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영화는 감독과 나누는 대화라고. .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를 대화에 초대하는 시네마는 줄어들 겁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이해하는, 감독이 재창조한 삶이 부족해지겠죠.
이는 저같이 허세 가득한 영화팬 혹은 진지한 시네필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소더버그의 연설 중 한 부분입니다.
몇 년 전, 한 에이전트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가 그러더군요. "저기, 와서 영화 하나 봐줄래? 내 고객이 만든 작은 독립영화인데, 그간 영화제를 돌면서 반응은 무척 좋았는데 사 가려는 배급사가 없네. 자네가 와서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 영화의 제목은 〈메멘토〉였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진 다음 저는 생각했습니다. 씨발, 다 끝났네. 끝났어. 이 영화를 아무도 안 산다고? 미쳤구먼. 영화계는 이제 끝이야.
메멘토같은 영화를 배급하지 않으려는 경향은 지금 더 심할 겁니다. 속편도 없을 거고 코믹북 원작이 아니고 유명한 캐릭터도 아니고 유니버스 소속은 더더욱 아니니까요.
메멘토의 감독은 몇 년 후에 범죄자를 때려잡는 헬창 재벌에 관한 영화를 찍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였음에도 슈퍼히어로였음에도 시네마였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크리스터퍼 놀란의 배트맨. .
이런 작품들은 슈퍼히어로의 최전성기인 지금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스콜세지의 말대로 도전없는 기획의 시대여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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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시네마의 포용 범위도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영화가 '고찰을 통한 정서적 성장'에 가까웠다면, 지금 대중들이 선호하는 건 '체험을 통한 견문의 확대와 삶의 활력 향상'쯤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감동에는 정론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무엇은 시네마고 무엇은 아니다-라고 구분짓는 건 무의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융합과 포용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그냥 공장형 프랜차이즈 영상물이란 감상을 받습니다.
영화형식의 형태와 연결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영화가 과연 시네마일까요?
/프랜차이즈 영화 특히 마블에 대해 얕잡아 볼때 흔히들 하는 실수인데...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거죠.
시리즈를 따라오지 못한 사람이라도 각각의 영화에서 충분한 감흥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마블 성공의 핵심인데
항상 그건 빼놓고 가장 화제가 되는 한 부분만 마치 전체인 것처럼 평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또한 반대로 프랜차이즈의 얼개를 따르는 것이 시네마에서 벗어난 것인가에 대한 점도 그래요.
시네마가 영화란 매체로만 가능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면 '엔드게임' 역시 당당히 그 한 페이지를 차지하여야 합니다.
캡아가 '어셈블'이라고 외치는 순간의 전율을 앞선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일부 밖에 느낄 수 없겠죠.
그런데 이런 감흥 그리고 그 감흥의 순간 펼쳐지는 미쟝센과 액션의 연출이 다른 매체에서 가능했을까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실제 배우들을 동원한 거대한 서사 말입니다.
일단 게임은 서사의 방식도 다르지만 10년짜리 시리즈는 비쥬얼부터 플레이 방식까지 달라지겠죠.
가장 그럴듯한 가능성은 TV쇼일 텐데... TV쇼로 MCU와 같은 서사를 풀어낼 수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거든요.
결국 남는 건 제한된 시간 내 한 회의 상영에서 완결되는 이야기라는 물리적 틀에 맞아야 시네마다라는 주장인데
이 정도 도그마면... 그냥 종교죠.
개인적으로 유니버스란 단어로 퉁치기에 MCU는 기존 영화계가 해내지 못했던 뭔가를 이룬 업적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한 프랜차이즈를 넘어선 무언가를 만들어냈고 여전히 만들고 있고 또한 확장하고 있죠.
기존 '프랜차이즈'의 줄줄이 이어가는 속편 묶음과는 달라요 그렇기에 유니버스라고 붙이고 따라한 실패한 시도들이 수두룩 한 거죠.
마블의 시도는 지금까진 성공적이었고 앞으로는 이게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평가는 그때에 가서 다시 이뤄지겠죠.
마블은 '영화'의 의미를 확장한 시도라고 봐야할 겁니다. TV의 등장 이전 극장에 내걸리던 프랜차이즈던 오늘날 프랜차이즈던
단순히 같은 배우 또는 캐릭터가 나와서 이어지는 연작영화 또는 속편 시리즈와 비슷하다고 대충 묶어서 평가하는 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결국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엔드게임이 게임이나 문학 등 다른 매체로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어질수 없었겠죠. 책을 읽는 사람이나 게임을 하는 사람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물론 마블영화가 갈수록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영화 한편한편이 거대한 퍼즐의 한조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만 엔드게임 같은 경우에는 10년동안 개봉한 마블영화의 모든 에너지를 한데모아 원기옥 던지듯이 폭발시킨 작품이었죠. 단순히 영화 한편한편의 내용을 알아야해! 라는 것을 넘어서 10년간 쌓여온 관객들의 삶의 시간들과 추억까지 뒤섞였기 때문에 그 감동이 더 대단했던거고요.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노웨이홈은 20년을 넘게 쌓아온 삶의 시간들일테니 더 대단할수도 있겠군요.
저는 엔드게임의 클라이막스 같은 경우에는 영화사에 또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고 봐요. 최초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성공시킨 프렌차이즈였고 성공한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하이라이트를 어떻게 터트려야하는지 제대로 보여줬죠.
마블을 영화의 예술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으나 영화는 기본적으로 상업예술, 대중예술의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적인 성공도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점이고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라고 봐요.
MCU를 좋아하는 팬이지만 그렇다고 마블영화도 예술성이 있다는 식으로 두둔하려고 글을 쓴 건 아니고요, 다만 무엇이 영화인가? 무엇이 예술인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이 예술인가?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댓글 달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