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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관람평(스포x)

텐더로인 텐더로인
1737 10 7

movie_image.jpg

 

늘 그렇듯 이 넷플릭스 영화도 당연히 극장에서 봐야 합니다(?)

제작비가 7500만 달러밖에 안 들어간 이 영화가 의외로 코스믹 스펙터클을 보여주거든요. 애덤 맥케이 전작인 <빅쇼트>, <바이스>의 제작비가 각각 5000만, 6000만 달러입니다. 그만큼 <돈 룩 업>은 효율적으로 만든 영화라는 거죠. 이만한 거물 배우들을 데리고.

아래는 스포일러성 내용을 거의 배제한 관람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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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이 무덤을 박차고 일어났다가 현 세태에 환멸을 느껴 화병으로 다시 무덤 속에 드러누울 만한 영화 한 편이 나왔다. 애덤 맥케이의 신작 <돈 룩 업>은 당신이 보고 싶은 장르로 변태하는 영화다. 정치 풍자극을 보며 조소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재난 영화의 버라이어티함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도, 우주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심지어 음악영화를 보고 듣고 싶은 사람에게도 인상적인 구간 하나 정도 선사하는 뷔페 같은 작품이다.

대학원생의 취급이 개차반인 건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심슨 가족>에서도 바트 심슨이 대학원생 흉내를 내자, 엄마 마지 심슨이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바트! 대학원생 놀리지 말거라. 그냥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야.” 뼈를 때리는 풍자적 시선이다. 혜성 최초발견자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느끼는 비애는 이 땅의 많은 대학원생의 가슴을 울리리라.

영화 속 미국 집권당 선거 슬로건이기도 한 <돈 룩 업>은 다른 말로 고개를 들어 멀리서 닥쳐올 파멸적 현실을 직시하지 말자는 프레임이다. 땅을 보며 현재 눈앞에 직면한 것들에 눈을 돌리도록 근시안적 비전만 제시한다. 또한 ‘Look up’은 ‘나아지다’란 의미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감독의 시니컬하기 그지없는 시선이 엿보인다. 인류는 나아질 수도 없고, 나아질 필요도 없다는 절망감.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의 지름은 6~9km로 추정된다고 나오는데 이 정도면 공룡들을 멸종시킨 K-Pg 멸종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소행성보다 조금 작은 정도다(2020년 최근 국제 공동조사단이 공룡 멸종이 화산폭발보단 소행성이 원인이라는 보고를 낸 적 있다) 이 정도 급의 재앙이 닥쳐오는데 지구인들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돈 룩 업>은 우리가 어떻게 지구로부터 정나미를 뗄 수 있는지 상상해보는 작업이다.

이 영화는 SF의 외피를 두르고 재난 영화의 탈을 쓴 블랙 코미디라 할 수 있는데, 특히나 정계 엘리트, 셀럽들, 시민들을 가리지 않고 만연한 반지성주의에 대한 고발이 가득하다. 매스미디어에 언제나 노출된 대중들은 이미 자극에 둔감하고, 워싱턴의 인사 시스템은 수학의 언어가 통하지 않는 모략의 악취만 풀풀 난다. 랜달 민디 교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절망과 사자후는 예견된 일이다.

이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캐릭터가 대통령(메릴 스트립)이다. 표면적으론 레드 넥의 지지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의 복제품으로 보이지만, 슈퍼팩 이슈를 영화가 물고 늘어진다는 점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합체시킨 켄타우로스 같은 변종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전자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기는 한다. 정치 파워라는 것도 결국 자본 위 줄 위에서 춤을 추는 마리오네트일 뿐이며, 비대한 관료제의 비효율성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명줄이 정녕 이따위 것들한테 달려있는지 한숨을 쉬게 된다. 우리나라의 시선으로 보더라도 결코 쉽게 웃기 힘든 씁쓸한 대목들도 있다. 전함 위에서 연설하는 대통령 뒤로 과학자들이 보기 좋게 들러리 서는 모습이나, 전문 분야도 아닌데 우주과학 기관에서 한자리하는 연줄을 보다 보면 묘한 데자뷰가 일어난다. 모든 정치적 순간들은 쇼비즈니스의 각본에 따라 프레임 만들기로 변질된다.

황당한 재난 영화(그러나 볼거리는 화끈한) <아마겟돈>은 말할 것 없이, <딥 임팩트>의 위기 대처는 이 영화에 비하면 너무나 ‘이상적’일 뿐이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더 그럴듯해서 웃다가도 무서워지는 것이 <돈 룩 업> 되겠다. 하지만 애덤 맥케이는 자기 장기를 과신한 나머지 힘을 너무 준다. 특히 중후반에 이르면 영화의 스텝까지 고이며 감상주의적으로 삼천포에 빠진다. 동시에 전반부에 날카로웠던 메스의 칼끝은 무뎌진다. 웅장하기까지 한 아카이브 푸티지의 과다 사용도 관람자의 정신을 교란한다. 현란한 기술과 사회 해부 전반에 감독의 목소리가 너무 직접적으로 울린다.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소동극의 끝에 우리는 다시 칼 세이건이 말한 이 ‘창백한 푸른 점’을 되새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사악해진 것일까? 새삼 <멜랑콜리아>의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이 읊조리던 말이 생각난다. “지구는 사악해. 우리가 슬퍼해야 할 이유가 없어”

 


★★★☆

텐더로인 텐더로인
31 Lv. 139590/140000P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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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지구로부터 정나미를 떼는 영화라니...ㅎㅎㅎㅎㅎㅎ 무릎을 탁 칩니다! 

댓글
21:16
21.12.08.
profile image
Nashira
지난 2년간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소위 말하는 문명국들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죠ㅎ
댓글
21:41
21.12.08.
2등
머저리 천지인 상황을 보면서 그래 그냥 이대로 인류가 멸종하는게 맞겠다..싶은 생각이 들어서 제니퍼가 전에 출연했던 마더 생각도 잠시 났었어요ㅋㅋ 보기 전엔 이것도 러닝타임 장난 아니네 했는데 막상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네요 뷔페 같은 영화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ㅋㅋ 후기 잘 봤습니다!
댓글
21:35
21.12.08.
profile image
M00NEE
국제정세 돌아가는 것도 그렇고,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야바위판도 그렇고...세상을 아름답게만 바라보기 힘들더군요.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댓글
21:42
21.12.08.
3등
리뷰 잘 읽었습니다. 주인공들이 마지막 행하는 행동들이 결국 우리가 해야하는 행동들이 아닌가
정작 뭘 놓치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댓글
21:58
21.12.08.
profile image
라즈베리그린티
올 크리스마스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댓글
22:02
21.12.08.
profile image
이셔웰이 민디보고 혼자서 쓸쓸히 죽을거라고 예측했는데 그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네요.
댓글
01:50
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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