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론가가 본 '일본 드라마가 안 되는 이유' (오징어 게임)
혐한 기사가 자주 실리는 데일리신초라는 일본 매체에 실린 <오징어 게임> 관련 칼럼인데..
자국 일본 드라마를 비판하는 내용이 실려서 옮겨봤습니다. 살벌하게 까네요.^^
https://www.dailyshincho.jp/article/2021/12080555/?all=1
<오징어 게임>으로 본 "일본 TV 드라마가 안 되는 이유"
문제는 돈과 시간이 아니다.
끄으응.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가 굉장하다. 전 세계의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고 선전할 만큼 상당히 재밌다. 무심코 <지옥>도 봤다.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발상과 상상력, 스피디한 전개,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마무리, 배우들의 매력, 일본 드라마를 안 보더라도 넷플릭스를 체크해두면 최상의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맛볼 수 있다...고 단언하고 싶진 않지만, 아마도 진실일 거다.
‘끄으응’이란 건 일본 방송국 측의 속내이다. 예산도 시간도 현격하게 차이가 나니까 비교하지 마라! 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는데, 방송국에 기대를 하지 말란 건지. 그건 그거대로 오히려 실례다. (일본 드라마를) 포기하고 싶진 않다.
문제는 돈과 시간이 아니라, 설정과 표현에 있어서 ‘TV적인 제약과 형식’을 강제한다는 점이다. 일본 드라마에선 기본적으로 ‘멋지고, 아름답고, 영리하고, 올바른’ 역할을 대형 기획사 소속 탤런트가 과대평가를 받으며 연기한다. 설명조 대사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나쁜 스타일을 답습한다. ‘추하고 어리석고 한심해서 구제불능,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인간(이란 메시지)’를 솔직하게 그려낸 (한국) 작품에는 당연히 질 수밖에. 시청자뿐만 아니라, 각본가나 배우, 우수한 인재들이 TV에서 점점 멀어지고 OTT 업계로 흘러가는 현상. TV는 기묘한 규제로 스스로의 목을 조른다. 끄으응.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해보자.
주인공 기훈(이정재)는 빚을 지고, 이혼했고, 노모에게 얹혀사는 중년 남자다. 빈궁한 처지를 도박으로 메우려는 쓰레기지만, 사람이 좋고 마음씨는 착하다. 어느 날 거리에서 만난 남자한테서 제안을 받아 수수께끼의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마취되었다가 깨어나 보니 츄리닝복 차림의 남녀가 456명.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이 총상금 456억 원을 몽땅 가져간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수억씩 빚을 지고 있거나, 생활이 곤궁한 사람들뿐이다. 사행심으로 다들 가벼운 마음에 참가하지만,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첫 번째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움직이는 사람은 가차 없이 사살. 탈락되면 즉사한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된다.
기훈의 소꿉친구이자 증권맨인 상우(박해수)는 회사 돈을 횡령하고 추락한 엘리트. 탈북자 출신 소매치기 새벽(정호연), 조폭 덕수(허성태), 사기꾼 한미녀(김주령), 최고령자이자 시한부 인생인 일남(오영수) 등, 참가자들은 다들 개성 넘치고, 업보도 많을 것 같은 면면들이다.
게임은 어째서인지 다 아이들 놀이. 뽑기, 구슬놀이,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다.
굉장한 것은 ‘갭’이다. 다 큰 어른들이 츄리닝복 차림으로 필사적으로 아이들 놀이에 도전한다. 컬러풀하고 팝적인 무대에서 벌어지는 잔인무도한 살인. 목숨을 건 빈민들을 우아하게 구경하는 운영진과 못된 부유층. 생존을 위한 배신과 속고 속이기가 있는가 하면, 뜨겁게 가슴을 치는 우정도. 불쾌함과 우스꽝스러움, 비정함과 절절함이 하나로 합쳐져서 덤벼온다. 참가자들의 지나온 인생도 최소한의 영상으로 전하는 능숙함. 우와, 배우들의 연기가 좋네.
또한 행방불명된 형을 쫓는 형사, 참가자의 시체를 악용하는 무리 등, 게임과 병행되는 이야기도 어둠의 깊이를 보여준다. 흑막의 정체가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업과 마주하게 되면서, 무심코 끄으응 하는 소리가 나오게 된다. 총 9화를 몰아서 볼 것을 권한다. 연말에 꼭 보시라.
요시다 우시오
TV 평론가,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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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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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송가나 제작여건의 층위를 넘어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정서가 저런 터라, 바꾸는 건 정말 어려울 겁니다. 대중의 성향 이전에 국민성 자체가 어떤 짜여진 틀이나 정해진 순서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문화는 물론 산업분야에까지 걸쳐 갈라파고스 소리가 그래서 나오는 거고.
2.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정부 주도로 성공했다는 건 저치들 착각이긴 한데, 그 착각에 근거를 제공할 만한 헛짓거리를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90년대 중후반쯤 정책이니 뭐니 해서 쏟아져나온 수많은 흑역사를 실시간으로 보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한류는 한국 정부가 주도해서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오해하는 근거가 있긴 하다고 생각해요.
해마다 영상 미디어 관련 전공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재능과 교육과정이 결합된 인재들의
상향 평준화와 인적 물량, 그리고 미디어 대기업들의 자본이 합쳐져서 퀄리티있는 결과물이
계속 나오고 있죠. 전국의 대학들이 모집 잘되는 관련 학과를 개설한 것 뿐인데, 일본에게는
이것이 정부의 계획된 뒷받침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연출은 훌륭한 연출이 많으니 기존 방식으로 각본을 쓰던 각본가들과 기획사란 안정망 속에서 자기 경쟁력없이 활동하는 배우가 주류인게 큰 문제점임을 잘 이야기하고 있네요. 둘다 쉽게 바뀔수 없는 것들이긴 하죠. 차라리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하마구치 류스케 같은 감독에게 드라마를 맡기는게 빠를지도 모르죠...
상우는 기훈의 소꿉친구라고 하니 이성 친구 같은 느낌이...
부X 친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망상해봅니당 ㅋㅋㅋ
연출, 음악, 연기에서 갈린게 아닌가 싶기도하네요.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발상과 상상력, 스피디한 전개,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마무리, 배우들의 매력"
.....
이라....
이거 20년 전즈음에
한국 매스컴에서 일본 드라마나 컨텐츠를 고평가하며 분석한 내용이 역전된것 같네요 ㄷㄷㄷ
한때
한국 국내드라마는
뭘해도 결국 연애스토리라고
평가절하당했는데 말이죠
재미있는 상황이네요 ㅎㅎㅎ
아직도 어디가서 얼굴도 못들만큼 부끄러운 막장 드라마, 드라마인지 PPL인지 알수 없는 물건들, 퓨전사극이라는 가면을 쓴 비틀린 혼종들이 버젓이 걸리죠.
오징어게임 같이 작품성 터치 받지 않고 만들어진 드라마가 도리어 예외적인거죠. 이것도 넷플이니까 가능했던거고요.
연기를 너무 연기나게함 일본은
그 주장이 잘못됐다는 인식들도 슬슬 나오는데, 그럼에도 그게 기본적으로 뿌리박혀 있긴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