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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나 자신에 대해서' (스포)

Parkta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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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음악이 들릴 수 없는 것을 듣게 한다면 영화는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예술이다. 파워 오브 도그가 훌륭한 이유는 뉘앙스와 공기 만으로 작품의 핵심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주제는 어찌보면 고전적이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남자, 딸들에게 버림받은 노인과 15년부터 감금당했던 남자까지 고통에 빠트린 것. 바로 자아라는 거대한 수수께끼다.

 파워 오브 도그가 다루는 주제는 나 자신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미스터리이다. 

 

영화는 목장의 소와 말들을 짤막하게 스케치한 후 필을 등장시킨다. 특이한 점은 롱숏으로 찍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인공, 특히 필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을 롱숏으로 소개시키는 것은 보기 드물다. 이뿐만이 아니라 영화는 장대한 서부의 풍광과 작은 인물을 같이 담는 롱숏을 자주 구사한다. 이 때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풍경, 즉 환경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그 자신보다 환경의 힘에 억눌려있다.

필의 마초적인 태도는 당연히 동성애자로서 방어기제이며 로즈의 알코올 중독 역시 유사하다. 

 영화가 지속적으로 창문, 문들을 이용해 사각의 프레임을 화면에 만드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들은 그 작은 프레임에 갇혀있는 존재들이다.

영화에 흐르는 운명적인 느낌은 여기서 기인한다. 

그러니까 필은 환경에 억눌린 연약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이 때 카메라는 수평 트래킹 숏으로 담는다. 

 반면 이야기의 또다른 중심 축인 피터는 클로즈업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다. 

 사실 첫 등장부터 영화는 승리자를 암시한다.

흔들리지 않고 화면을 크게 장악하고 있는 피터

움직이는 카메라로 화면에 작게 존재하는 필.

누가 더 강한 존재인지 넌지시 영화는 알려주고 있다.

살아있는 동물이 먼저 등장한 필과 다르게 가짜 종이 꽃이 먼저 나오는 피터의 대비 역시 흥미롭다.

 또다시 재밌는 대비는 조지와 필인데 조지는 집에서 목욕을 하며 나타난다. 필은 조지와 달리 집이 아닌 강가에서 목욕을 한다. 이 둘의 행보의 차이를 이해하게 만든다. 

 

  필과 피터, 조지, 로즈가 모두 대면하는 첫 대화장면은 탁월하기 이를 데가 없다. 각각의 성격 묘사를 해내는 동시에 중요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필이 브롱코 헨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피터가 들어오는데 이는 피터와 브롱코 헨리가 필에게 유사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복선이다.  브롱코 헨리의 무용담을 설명한 이후 일원 중 하나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다. 이 질문을 하는 남자는 전혀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런데 굳이 이 질문을 부각시킨 이유는 역시 이에 대한 대답의 중요성 때문이다. 동시에 영화는 필을 클로즈업으로 담는다. 클로즈업은 필연적으로 강조한다. 필의 대답은 아모르의 힘이라는 것이였다. 그 다음 조지에게 뜻를 묻는데 조지는 아모르가 무엇인지 모른다. 아모르는 사랑이다. 필은 아모르를 알며 조지는 그에 무지하다. 조지가 로즈와 결혼한 이유가 사랑이 아니라고 내가 생각하는 이유이다.

 

영화가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피사체는 발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발을 신은 발이다. 발과 신발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로즈와 조지가 평원에서 춤추는 장면에서 영화는 두 인물의 발을 찍는데 그 후 조지가 하는 대사는 '혼자가 아니라는게 좋았어'이다. 조지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다.

 

필은 부츠로 대변된다. 필은 필립의 애칭이고 필립의 어원은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부츠는 말을 탈 때 필요하며 말은 브롱코 헨리를 연상시킨다. 그가 필의 정체성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자연스럽다. 영화 오프닝에서 그리고 내내 신경을 긁는 듯한 발소리를 얼마나 강조했는가. 조지가 필이 죽어갈 때 먼저 부츠를 벗기려고 했다.

 피터와 필이 처음으로 제대로 대화를 하고 필이 피터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장면 전에 감독은 피터가 걷는 것을 길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영화는 피터의 신발을 강조한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정체성에 관한 탐구라는 것을 드러낸다. 필과 피터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신발은 의미심장하다.

 필이 피터를 브롱코의 안장에 앉힌 순간 영화는 둘을 실루엣으로 담는다. 그 순간 이 둘은 겹친다. 피터와 필은 서로 다른 만큼 닮았다. 둘 다 동성애자이며 똑똑하며 혼자있기를 즐긴다. 둘 다 겉으로 보기와 확연히 다른 존재이며 때때로 악독하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는 간과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피터는 연약해보이지만 독하고 잔인한 면이 있는 아이지만 필의 공격성은 정체성에 대한 두려움서 오는 방어기제에 가깝다.

결정적인 차이는 필은 자아에 대한 공포로 자신에 대해 알지만 모르는 것처럼 살았지만 피터는 조롱당할 지라도 계속 당당히 걷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필과 달리 피터는 본인이 누군지 이해했고 이는 피터의 승리를 설명한다. 이 둘의 대화장면 360도로 회전하며 찍은 장면은 압도적인데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로 표현해낸 위태로운 불안감은 장면의 정서를 포착한다. 180도 규칙을 어기면서 생기는 어긋남은 겉으로 보기와 다른 대화장면을 훌륭히 담아낸다.

 필은 오프닝과 똑같은 구도의 수평트래킹숏으로 퇴장한다. 그는 헨리 브롱코와 마찬가지로 피터를 잃어버렸고(혹은 버림받았고) 혼자이다. 그의 손에는 피터에게 전해주려는 밧줄이 애처롭게 있다.

 밧줄 역시 필에게는 브롱코와의 연대를 일깨우는 소재이며 피터와 지향하는 관계를 표현한다. 하지만 밧줄은 피터의 아버지가 죽은 수단이다. 그리고 피터는 아버지의 방식으로 적을 처단한다.

 엔딩서 피터는 필의 밧줄을 장갑을 낀 채로 들고 있다.

밧줄은 필의 선물이지만 장갑은 인디언의 선물이고 어머니의 것이기도 하며 (아마)의사였던 아버지의 물건이기도할 것이다. 피터는 확고하게 승리했고 밧줄과 장갑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 자신이다. 

 

끝으로 거장의 영화 속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래이션을 패러디하고 싶다.

'나는 아빠의 책을 가지고 나의 적이 준 밧줄을 침대 밑에 두고 있지. 이게 나야. 꽃이 제 색깔을 선택할 수 없듯이, 우리는 지금의 자신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어. 이것을 깨달을 때만 자유로워질 수 있고, 어른이 된다는 건 바로 자유로워진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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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 연기는 진짜 최고였습니다. 커리어하이인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집안 사정이나 환경, 성격 등등 많은 것들이 피터와 유사한 면이 많은데 신기하기도 했네요.(저는 피터와 달리 멍청하고 나약한 성격이지만. .)

넷플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영화기도 합니다.

오스카 작품, 감독, 남우주연, 각색, 음악상에 노미되고.수상도 했으면 좋겠네요.

 특히 음악은 압도적이였고요. 조니가 아카데미 가져갔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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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저는 피터가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를 위해서 자신을 사랑한 사람을 죽여야만 했으니 말이죠
22:43
21.12.07.
profile image 3등
약간 모호했던 장면들이 글을 읽으니 선명하게 이해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23:18
2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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