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가는 길> gv간단평(스포)
이만희 감독이 연출한 <삼포가는 길>은 황석영의 원작소설을 한국영화 역사상 천재라고 불리는 몇 안 되는 감독 중에 한 명은 이만희 감독이 만든 유작입니다.
무전취식을 하고 도망 나온 노씨(백일섭)은 눈밭에서 정씨(김진규)를 우연히 만나 담뱃불을 빌려 주다가 함께 길을 가게 됩니다. 국밥 집에서 밥을 먹다가 주인에게 도망간 여자를 찾아주면 사례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둘은 백화(문숙)라는 여성을 쫓게 됩니다. 백화를 발견하게 되지만 기가 너무 쎈 그녀 앞에 그들은 당황합니다. 노씨와 정씨는 백화와 헤어지지만 다시 한 번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 셋은 함께 정씨의 고향인 삼포로 함께 가게 됩니다.
2~3일간의 로드무비 형식을 띤 이 작품은 세 남녀의 이야기에서 오는 긴장감을 잘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긴장감보다는 외톨이인 이 셋이 마치 유사가족의 관계를 이루고 있지만 곧 깨질 것 같은 불안함을 이 작품은 지속적으로 보여줍니다. <쥘앤짐>과 같은 부류의 작품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정씨의 나이가 두 남녀보단 훨씬 많은 이유에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노씨와 백화는 길을 걸으면서 시종일관 티격태격 하지만 정씨의 눈엔 그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마치 부부의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그러나 노씨와 백화가 서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둘은 과거의 아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인지 선뜻 서로를 품지 못합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는 작품이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는 재미도 있는 작품입니다. 설원에서 보는 세 캐릭터의 모습은 수도 없이 등장하고 많은 장면에서 감동이 오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웠던 쇼트는 백화가 정씨의 암울했던 과거를 듣고 위로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두 캐릭터는 등을 보이며 대화를 나누는데 저 멀리 능선이 보이고 그 아래 밭에서 사람들이 쥐불놀이를 합니다. 능선(후경), 쥐불놀이(중경), 두 배우(전경) 이렇게 배치를 하면서 엄청난 입체감을 보여주고 비록 두 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잡히기 전까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게 해주는 쇼트였습니다.
또한 마지막 대합실 장면에서도 자칫 엄청난 신파로 연출될 수 있는 장면에서 적절한 선을 지키며 캐릭터들의 현재 상황과 더불어 각자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연출을 선보입니다. 다만 감독의 의도가 아니라 원래 엔딩(어떤 배우의 얼굴 클로즈업)에서 좀 더 나아가는 후속 장면은 영화의 본질을 깹니다. 당시 군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만희 감독은 정부에게 읍소하는 장면을 제작사에게 제안 받아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엔딩 장면을 찍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덧붙인 엔딩 장면 또한 훌륭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문숙 배우가 이만희 감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줬는데 그야말로 모든 배우가 바라는 이상적인 감독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보니 김진규, 백일섭 배우는 나이가 들어도 당시에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너무나 차분한 성격으로 보이는 문숙 배우의 삼포 가는 길에서 백화 캐릭터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라 살짝 충격적이었습니다. 40대 초반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떠난 천재 이만희 감독은 과연 50,60대에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많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더욱 더 그의 죽음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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