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 of fire (1941) 이 이상의 코메디는 없다
무려 하워드 훅스 감독 그리고 빌리 와일더 각본이다. 그리고 주연은 아마 헐리우드 역사상 최고여배우 반열에 올라갈 바바라 스탠윅. 그리고 스타 게리 쿠퍼. 만들기 전에 벌써 걸작 예약이다. 이 영화는 이런 대가들이 서로 프로페셔널하게 협업하여 만들어낸 로맨틱코메디 걸작이다.
빌리 와일더 각본답게 80년이 흐른 지금 보아도 전혀 낡지 않고 무척 웃긴다.
이 당시 로맨틱코메디는 남녀 할 것 없이 속사포처럼 재치있는 대사를 서로 쏘아대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남이 이미 쓴 각본에 재치있는 대사를 잘 입히는 작가가 유명인사가 되었을까?
그냥 재치있는 대사만 교환하는 정도가 아니라, 저렇게 이야기하며 숨은 도대체 언제 쉴까 할 정도로 다다다다다다 대사를 한다.
바바라 스탠윅은 미인은 아니었지만 역에 활력과 매력을 불어넣는 연기럭을 가졌다.스크류볼 로맨틱코메디에 매력을 불어넣는 카리스마를 가졌다.
레이디 이브, 볼 어브 화이어 둘만으로도 이미 로맨틱 코메디 사상 대가급 여배우 확정이다.
이 영화도 감독부터 시작해서 각본가, 남자배우 등이 모두 대가들이지만 이 영화는 바바라 스탠윅의 영화다.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하고 영화에 색채를 입히고 영화의 감동을 주는 사람이 바바라 스탠윅이다.
영화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를 변행시킨 것인데, 일곱명의 교수들이 대저택 안에 틀어박혀서 백과사전 편찬에 몰두한다.
세계 최고의 백과사전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각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것이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흘러서 백과사전이 완성되어 갈 때, 교수들은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저택 안에 틀어박혀서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그동안 시간이 흘러간 것이다.
그래서 백과사전이 요즘 쓰이는 속어나 은어같은 것들이 안 들어간 낡은 것이 되었다.
교수 중 한명 게리 쿠퍼는 바깥에 나와서 요즘 쓰이는 생기 있는 말들을 제공해 줄 사람을 찾는다. 좀처럼 찾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입만 열면 욕이 튀어나오는 여가수 꿀단지 오쉬를 발견해낸다. 오쉬는 쌍욕을 하며 게리 쿠퍼를 쫓아낸다.
하지만 갑자기 오쉬의 남자친구 갱두목이 경찰에 체포되자 경찰을 피해 숨어있을 장소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교수 대저택 안으로 억지로 들어가
나가지 않는다. 들어가서 흥청망청 먹고 노느라 교수들 저택 분위기를 개판으로 만든다. 보다 못한 게리 쿠퍼가 쫓아내려 하자, 게리 쿠퍼를 자기 매력으로 유혹한다. 그러다가 오쉬는 자기가 오히려 게리 쿠퍼에게 빠져들게 된다.
뻔한 내용이라고? 그들이 누군데 뻔한 영화를 만들겠는가?
내용은 짐작 가능해도 영화의 각 순간 순간 예측 불허의 사건을 계속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바라 스텐윅의 매력이 대단하다.
사진만 보아도 80년 전 이 여배우의 매력이 확 전해진다. 보드빌 요염한 배우부터 코믹한 갱단 두목 애인, 교수들을 매력으로 휘어잡는 요부, 게리 쿠퍼와 연애를 하는 톡 톡 튀는 발랄한 소녀, 순애보의 비련의 여주인공까지 엄청난 스펙트럼을 넘나들며 여주인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다 굉장히 매력적이며 어느것 하나 위화감이나 부족함 없다. (바바라 스탠윅은 저 유명한 이중배상에서 팜므 파탈 역을 맡아 헐리우드 영화사상 팜므 파탈의 전형을 만들어낸 여배우다.) 아마 그 모습 그대로, 지금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해도, 로맨틱 코메디 주연과 스타 확정이다. 다 휩쓸고 다닐 것이다.
그리고 빌리 와일더의 각본. 굉장히 재치있고 지금 보아도 날카롭다. 이런 개그가 어떻게 쉬지 않고 쏟아지는지 그의 머릿속이 궁금할 정도다. 하워드 훅스의 연출은 굉장히 노련해서, 코메디, 멜로 드라마, 로맨틱 코메디를 레고처럼 붙여 만든 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완벽한 하나로 창조해낸다. 너무나 완벽해서 지금 영화의 쟝르가 바뀌어가고, 영화의 톤이 바뀌어가고, 완급조절이 이루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이 느끼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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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어요. 말씀하신대로 고전 할리우드의 위대함을 입증하는 걸작이에요. ‘드럼 부기’ 시퀀스 하나로 그냥 게임 오버죠. 현재 활동하는 감독들 중에 그와 유사한 시퀀스를 만들 감독이 과연 있을까요? 하워드 혹스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걸작!
P.S: 이 이상의 코미디가 고전 할리우드 시기에 많이 있었어요. 영화사에 남는 걸작들인 하워드 혹스의 <그의 여비서>, <베이비 길들이기>, 에른스트 루비치의 <사느냐 죽느냐>, 빌리 와일더의 <뜨거운 것이 좋아> 등 ^^
멋진 작품 소개 잘 봤습니다. 제가 못본 작품들 소개 늘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