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본 '사랑의 불시착'
이른바 멜로라는 K 드라마 장르를 맨정신으로 잘 못보기 때문에, '사랑의 불시착' 역시 제가 견뎌하기 힘든 장르로 생각하고 전혀 관심 갖지 않았었더랩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넷플릭스에서 정주행을 하고 말았습니다.
근데 이게 왠열. 눈에서 흐른 땀으로 젖은 티슈가 수북히 쌓이고 있더란 말이죠. 내가 온갖 낮간지러운 클리쉐와 신파로 떡칠된 드라마에 중독되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아아 저는 이미 건너서는 안되는 강을 건너버리고 만 것입니다. 진정 이것이 한류드라마의 힘인가?
정주행의 후유증이 상당합니다. 특히 매 회마다 반복되는 고정 클리셰를 쭉 보고 있자니 마치 삼시세끼를 모두 같은 음식으로 때우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 클리셰들을 정리하자면
1. 왜 여주와 남주는 꿀이 흐르는 장면에서 꼭 선채로 서로를 정면에서 마주보며 대화를 해야만 하는가? 옆에 나란히 앉거나 함께 걷거나 밥을 먹거나 하면서 그런 달달한 대화하면 안되는 건가?
2. 왜 그런 꿀이 흐르는 장면에 나오는 음악은 항상 같아야만 하나? 나중에는 그 곡의 전주만 나와도 두통이 시작됨.
3. 어차피 15세 관람 등급이라 남녀주 모두 플라토닉 러브를 하므로, 키스나 허그는 정말정말 중요한 순간에 빠방 터져야 함. 그래야 더 강하게 시청자의 눈물을 짜내지. 근데 자꾸 키스와 포옹이 반복되다 보니 식상해짐.
4. 아무리 PPL이 필요하다 하지만, 출연진들이 매 끼니 한 번도 안빠지고 치킨을 먹는건 좀 너무하지 않는가. 정주행을 마칠 때 쯤이면 내가 치킨을 먹지 않았는 데도 속이 니글거려서 치킨 대신 과일이나 야채를 찾게 됨.
어차피 통속 드라마 장르는 고정된 대중적 코드를 마구 발포해야 하는게 맞습니다만, 정주행하는 사람을 좀 생각해서 매회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면 좀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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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때까지 둘이 계속 잘 사귀거나 결혼했어야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