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자> 후기 – 장점과 아쉬움이 명확한 새로운 시도
제가 <유체이탈자>에 기대한 부분은 “신선한 소재를 극의 마무리까지 구현할 것인가.”였습니다. 처음 부분은 뒷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서 톺아보며 관람을 했습니다. 그러나 호기로운 시작에 비해 중반부터 예상되는 이야기가 진행되더니, 마지막은 너무나도 밋밋했습니다. 제가 느낀 <유체이탈자>는 장점과 아쉬움이 명확한 영화입니다.
[좋았던 부분]
<유체이탈자>의 좋았던 부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어떻게 마무리될지, 어떤 전개가 이어질지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극의 중반부가 될 때 까지 주인공이 이 사람인지, 저 사람인지, 그 사람인지 모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숨을 고르면서 흡입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캐릭터와 캐릭터 간 일종의 ‘점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이 눈에 밟힙니다. 그래서 거울과 차창을 비치는 인물이 교차되는 부분이 보는 내내 매우 쫀쫀한 연출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소재와 연기, 액션의 조합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의 무게감이 극을 잡아주어서 들뜨지 않게 잘 보았습니다.
적절하게 김을 빼고, 웃음을 주는 톤 조절은 영화의 집중도를 높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부분]
다만 안타깝게도 중반 이후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선, 윤계상 배우의 전제적인 톤은 이해하지만, 놀라는 연기가 너무 전형적이어서 몰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입을 딱 벌리고 놀라는 연기가 초반 내내 반복되는데, 이 부분이 너무 과장되게 느껴집니다.
액션은 근래 한국영화에서 드물게 잘 나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합이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할까요. 착, 착, 착 이루어지는 연기의 호흡이 놀라게 만들기보다는 예상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액션효과음이 지나치게 커서 액션 자체가 허구로 인식되게 하는 아이러니가 느껴졌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각본이 중반 이후로는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거친 길을 달려온 캐릭터가 갑자기 비사를 알게 되고, 잘 닦인 도로로 달려가는 느낌은 제가 <유체이탈자>를 볼 때 기대한 부분이 아니었거든요. 맥이 빠지는 후반부가 무척 아쉽습니다. 초반과 중반의 궁금증을 쫀쫀한 감각으로 이어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화는 시대와 호흡을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유체이탈자>의 의미를 찾자면, 대외적, 대내적 요인들로 내가 ‘나’이기도 너무나 힘든 시대에 ‘진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영화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용우 배우님이 언급하셨듯이 주인공 이안이 이안으로 호명될 때 자기를 찾는 과정이 멈추게 됩니다. 내가 누구인지 인식하는 것과 타자가 나를 나로 인식하는 것. 이것은 코로나 시대에 내가 나로서 혼자 고요히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모습과 타자와, 세계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인간은, 나는, 어떤 것 하나로 규정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유체이탈자>의 이안과 함께 내가 누구인지,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후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