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칸토: 마법의 세계] 음악이 아쉬워서 파헤쳐봤습니다. (글 하단 스포)
글 하단에 스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화려한 색감, 린 마누엘 미란다의 음악, 마법을 소재로 했다는 점, 그리고 픽사 영화 같다는 해외 호평도 있었기에 스토리까지 엄청난 기대를 하고 남돌비에서 관람했습니다!
최근에 본 인 더 하이츠, 틱틱붐(음악을 맡진 않았지만..)의 음악들이 아주 좋았고, How Far I'll Go라는 모아나의 명곡을 만들어낸 린 마누엘 미란다였기에, 음악에 대한 기대가 특히 컸습니다.
게다가 겨울왕국 2 이후 2년 만에,
속편 아닌 영화로는 모아나 이후로 5년 만에 나오는 디즈니 오리지널 뮤지컬 애니메이션이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시각적인 요소들에선 기대를 충족시켜줬지만, 스토리는 좀 산만하게 느껴졌고, 특히 음악은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ㅠㅠㅠ
영화가 끝나고 기억에 남는 노래라곤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던 엔칸토~ 엔칸토~ 이 노래가 전부였어요... 이미 예고편에서부터 들려줬기 때문에 익숙한 곡이기도 했고요.
디즈니가 아닌 다른 뮤지컬 영화였다면 만족스럽게 봤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Let It Go, Into The Unknown을 만들어내던 디즈니 뮤지컬 영화잖아요ㅠ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넘버가 하나도 없다니...
왠지 모를 배신감이 느껴져서 엔칸토 넘버들이 인상적이지 않았던 이유가 뭘지 생각해봤습니다.
여기서부터는 100% 제 주관이고,
엔칸토의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제가 엔칸토 음악에 실망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후렴구에 들어설 때 텐션이 확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우선 비교를 위해 다른 영화의 넘버들도 분석을 해봤습니다. (분석이랄 것도 없지만..)
그 중에 겨울왕국의 Let It Go만 좀 자세하게 적어보자면, 1절 벌스 멜로디가 F2 ~ F3까지 분포하고, 프리코러스의 멜로디가 Bb2 ~ Ab3까지, 하이라이트인 코러스가 Ab2 ~ Eb4까지 분포합니다.
어렵게 적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음악이 진행될 수록 음들의 평균값이 점점 높아져서 후렴구엔 확 터져준다는 겁니다.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Into The Unknown, How Far I'll Go 전부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곡의 형식이 확실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들으면서 '아 여기가 후렴이구나'를 바로 알 수 있죠.
그렇다면 엔칸토는 어떨까요.
가장 처음 나오는 "The Family Madrigal"이라는 노래부터 보겠습니다.
1절 벌스 멜로디는 A#2 ~ G#3, 프리코러스는 G#2 ~ A#3, 코러스는 프리코러스와 같은 G#2 ~ A#3 안에 있습니다. 음들의 분포가 높아지긴 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1절 벌스의 첫 음은 D#3, 프리코러스의 첫 음은 A#3, 코러스의 첫음은 B2로 오히려 하이라이트인 코러스의 음이 전보다 낮아졌습니다.
쉽게 말해서 노래가 진행되다가 '이쯤에서 터져줘야 할 것 같은데?'싶은 부분에 오히려 전보다 낮은 음으로 확 떨어져서 밋밋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린 마누엘 미란다는 왜 곡을 이렇게 썼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 곡은 미라벨이 자신의 집과 가족들의 능력을 소개하는 내용의 곡입니다. 그치만 자신에겐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고, 그걸 숨기려고 하죠. 가족들의 능력을 부러워하면서 컴플렉스로 작용합니다.
마냥 신나게 소개할 수 없는 미라벨의 심정을 후렴구에서 떨어지는 음으로 표현했다는 정도로 해석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치만 영화를 보는 동시에 이런 식으로 해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가장 처음 나오는 노래가 밋밋하니까 어쨌든 실망하고 시작할 수밖에요...
그럼 다음에 나오는 곡은 터져줄까요?
다음은 Waiting On A Miracle이라는 곡입니다. 앞서 적었던 곡처럼 후렴구에서 음이 떨어지면서 시작하고 가장 높은음도 벌스, 프리코러스보다 낮습니다. 곡의 가장 끝자락에서 아주 짧게 고음이 나오긴 하지만 총 길이 2분 41초 중 앞 2분 20초는 지루하게 들릴 가능성이 있겠죠..
글이 너무 길어져서 생략을 좀 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엔칸토의 넘버 총 7곡 중 5곡이 앞서 적은 밋밋한 형식을 갖습니다. 계속 터져주길 기대하지만, 영화는 제 기대를 들어주지 않아요...
그래도 나머지 2곡은 후렴에 음이 확실히 높아지는데 Surface Pressure과 Dos Oruguitas라는 곡입니다.
이 두 곡은 전형적인 팝의 형식을 갖고 있으면서 후렴구에 음이 높아집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이사가 한탄하며 부르는 Surface Pressure의 경우 국내 모 음원사이트의 엔칸토 OST 중 좋아요 수가 가장 많네요(?)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All Of You라는 곡이 있습니다. 제일 마지막에 부르는 곡이다보니 빵 터져줘야 속이 후련할 것 같지만, 오히려 후렴구가 어디인지 알아내기 가장 어려운 곡이었습니다.
여러번 듣고 알게 됐는데, 이 곡은 앞에 나왔던 곡들을 조합한 에필로그 같은 곡이더라고요! 이런 게 영화를 보면서 바로 들리면 훨씬 감동적인 장면이 될 수 있는데(라라랜드의 에필로그처럼), 아쉽게도 엔칸토에선 바로 들리진 않았네요...
쓰다보니 너무 장황해졌는데,,
음악 안의 여러 요소들이나 각 부분을 쪼개서는 좋게 들렸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았고, 특히 끝나고 기억에 남는곡이 없어서 속상한 마음에 적어봤습니다.
앞서 적은 것들은 전부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엔칸토의 음악을 좋게 들으신 분들께서는 저렇게 들은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악에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니까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어찌됐건 음악은 들을 수록 좋아지는 법이니까 몇 번 더 관람할 생각입니다! 그럼 또 새로운 게 들리겠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그리고 디즈니답지 않게 사운드 믹싱을 빵빵하게 한 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천인 19
댓글 18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저는 루이사 넘버랑 브루노언급ㄴㄴ 넘버 이게 제일 좋더라구요! 마지막 곡은 임팩트 약한거 맞는거 같아요..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요..
읽게 되네요
재미있는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기전?결이란게 골때리는 점이죠
시작과 끝만 있는 불완전한 서사...
저도 기억에 남는 넘버가 하나도 없단게 가장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써피스 프레셔(사실은 말이야)는 워낙 장면이 다이나믹하니 재치있었고, 라임(특히 영어발음)도 재밌고...
무엇보다 틱틱틱 툭툭툭 처럼 귀를 잡아끄는 소절이 딱 있어서 (저포함) 많이들 좋아하는듯요.
브루노노노~도 그래서 인기많은듯 했구요. ^^
여튼 따라부를 후렴구 몇소절도 안남기다니... 참 ㅜㅜ
상세한 해석이네요 ㅎㅎ 확실히 마지막 곡은 비교적 임팩트가 약한 느낌이긴 합니다.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