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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이터널즈 후기(스포 유 / 긴 글 주의)

peacemaker98 peacemaker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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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 이후로 마치 제가 타노스와 싸운 듯 진이 빠진건지, 아니면 정말 영화들이 그랬는지는 몰라도

[파 프롬 홈], [블랙 위도우], [샹치] 모두 제 기준에는 평타 이하였습니다.  

 

위 세 영화의 감상평을 자세히 쓰자니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간략하게 말하자면

 

[파 프롬 홈]은 영화에서의 피터파커가 그렇듯 떠나간 이에 대한 허무함 때문인지

영화 내내 '유가족의 험난한 세상 살아가기' 같이만 느껴졌고

 

[블랙 위도우]는 어벤저스 초창기 멤버이자 대표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내주는 방식에 있어

충분한 예우를 하지 않고, 그저 새로이 합류할 캐릭터를 보조해주는 역할로만 남은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마블 유니버스 내내 그랬는데 마지막까지 뒷바라지만 하다 가는 것 같아서요. 

 

[샹치]는 처음부터 특별히 호감가는 캐릭터가 아니었고, 무언가 어색하고 겉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영화나 홍콩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데 그 이유가 중국어 특유의 성조 때문이거든요.

양조위는 양조위니까 중국어를 하건 빵상어를 하건 멋있지만 다른 배우들의 경우는 좀 보기 힘들었습니다. 

덧붙여, 영어를 쓰려면 쓰고 중국어를 쓰려면 쓰지 왜 혼용을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예를 들면 샹치가 첫 임무를 하러 가기 전 동생과 대화하는 장면 같은)

비영어권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방식인데, 미국영화로 만들었으면 그냥 영어를 사용하고

결정적인 대사 한두마디만 감정 듬뿍 담아 모국어로 뱉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팬서비스 개념인 걸까요?)

 

그렇게 실망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터널즈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걱정되는 지점은 많이 있었어요. 개봉 전부터요.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 너무 많았고, 노매드랜드를 너무 잘 보았음에도 마블과의 궁합이 어떨지 모를 감독에 대한 걱정도 있었구요.

야심차게 홍보영상을 꺼내어 낼 수록 오히려 더 불안해졌는데, 결국 보고 나서는 걱정이 현실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엄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세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앞으로의 MCU를 생각해볼때 

이들은 어디로 어떻게 갈 생각인가, 라는 마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신화적이에요. 실제로 신에 가까운 능력과 대접을 받기도 하지요. 땅에 발바닥을 대고 있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그간의 MCU가 겪었던 일들이 하찮게 느껴집니다. 

영화 상에서도 그런 시선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토르를 아는 꼬마애 정도로 이야기 하는 부분이랄지,

어벤저스 쯤이야 내가 맡으면 된다는 식의 대사라던지요. 그들 나름의 고민이 있고 갈등이 있지만 그 역시 평범한 사람에게는

교조적으로 느껴집니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의 올림푸스에서 신들끼리 시기하고 질투하며 싸우는 것처럼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거죠. 

 

그런 면에서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세르시의 현 남친인 데인인데, 이터널즈에 관심이 있어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죠. 그 역시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걸. 모르셨던 분들도 쿠키를 보셨으면 알게 되셨을 거구요. 

그러니 사실상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나 같은 사람’은 영화 내에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제 경우에 이건 굉장히 크리티컬한 문제에요.

영화를 철저히 제 3자의 입장에서 보게 되니 감정 몰입이 되지 않는거죠. 

 

이런 파워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캡틴마블 개봉 당시에도 걱정했던 부분입니다. 다행히 엔드게임에서는 적당한 명분과 상황설정으로

잘 피해갔지만, 앞으로는 어떨까요.

 

아무리 머릿속에 그려봐도, 이터널즈 옆에서 앤트맨과 샹치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거대한 힘을 가진 히어로가 더 거대한 힘을 가진 우주적 악당과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도 당연히 계시겠지만

제가 MCU를 좋아하는 이유는 상처받고, 다리 절면서도 일어나는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었거든요. 

때로는 잘못된 선택도 하고 오해도 하면서요. 평범한 인간보다 고작 한두발 더 나아가 있는 그런 모습이요.

앞으로의 MCU가 이야기 갈래를 나누어 갈 수도 있겠습니다. 지구에 한정된 이야기와 범우주적 이야기로요.

그렇게 된다면 제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 되겠죠. 그런데 그렇다면 제 취향이 아닌 범우주적 이야기를 볼 필요가 없게 되겠지만요. 

 

 

이렇게 쓰다보니 제가 너무 MCU에 과몰입하고 있나 걱정이 되는데요 ㅋㅋㅋ

어릴적 봤던 스타워즈 만큼 저와 같이 흘러가는 매력적인 프랜차이즈 영화가 있다는 건 제게는 참 행복한 일인지라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되네요. 

 

결론이 이상하지만 뭐, 똑똑한 디즈니 양반들이 알아서 하겠죠 ㅎㅎㅎ

 

 

 

덧1

최근의 디즈니가 그렇듯 이 영화에서도 여러 인종, 장애, 성적지향을 가진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물론 좋은 부분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PC함을 진열해놓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나열로 ‘우리 할 만큼 했다!’로 끝나지 말고

디즈니도 더 자연스럽게 달라져가는 세상을 영화 속 내러티브에 녹여내는 고민을 했으면 좋겠네요. 

 

 

덧2

히로시마 시퀀스는 영화 보기 전 스포를 당해 알고 있었어요.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고 있는 영화라면 역사적 사실에 더 민감하게 접근해야 할텐데. 좀 게으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디즈니는 또 ‘우리 할만큼 했다!’를 이런 식으로 풀어낸 건 아닐까요.

‘우리가 떨어뜨린 핵폭탄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말하는 우리, 쿨 하고 멋지죠?’ 라고요.

 

덧3

분량과는 상관없이 마동석의 캐릭터는 아쉽네요.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좀 어색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든 작품을 다 보지는 못한지라 마동석의 영어연기가 처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알고 있는 마동석의 연기력에 비해 너무 1차원적인 연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최근 나온 범죄도시2 클립에서의 모습이 훨씬 매력적입니다. 토르1에서 크리스 햄스워스의 연기를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토르3에서 캐릭터성이 만개한 것처럼 나중에 다른 감독과의 작업으로도 길가메시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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