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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틀 선샤인] 후기,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과 비교 (스포 o)

부드러운유성
378 2 1

2006년작 <미스 리틀 선샤인>을 봤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J. 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올렸는데, 그 작품에 아주 낙천적인 버전으로 쓴 속편이 있다면 이런 영화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물론 영화가 소설을 직접적인 레퍼런스로 삼았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두 작품을 비교해보니 등장하는 모티프, 그리고 이야기의 구조 면에서 연결할 수 있겠다 싶은 지점이 꽤 있었어요.

 

 

1. 정신병원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호밀밭의 파수꾼>(이하 <호밀밭>)은 홀든 콜필드가 과거 2-3일 간의 기억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에 그가 현재 입원해있는 장소가 밝혀지는데, 다름 아닌 정신병원입니다. 

이러한 소설과 정반대로, 영화는 시작이 정신병원입니다. 프롤로그 격인 후버 가족의 몽타주가 지나가고, 타이틀과 함께 프랭크 긴즈버그(스티브 카렐 분)의 얼굴이 비춰집니다.

C76012BF-CF3A-428E-9E91-8948DC1B8990.jpeg.jpg

사실상의 첫장면인데, 프랭크가 퇴원해서 여동생의 집으로 가게 되면서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렇게 소설의 끝(홀든의 입원)과 영화의 시작(프랭크의 퇴원)이 '정신병원'이라는 동일한 장소를 통해 대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영화를 소설의 속편처럼 읽어도 자연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동생 셰릴 후버(토니 콜렛 분)의 집에 도착한 프랭크는 또 한 명의 콜필드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바로ㅡ

 

2. 두 명의 콜필드

 

ㅡ드웨인 후버(폴 다노 분)입니다.

F800DEBD-72DC-4A64-8532-11F47729B142.jpeg.jpg

<호밀밭>을 참고해서 <리틀 미스 선샤인>(이하 <선샤인>)을 독해할 때, 일종의 홀든 콜필드 역할을 하는 인물은 둘입니다.

하나는 프랭크이고, 다른 하나는 드웨인입니다.

둘은 홀든 콜필드라는 하나의 캐릭터를 이야기의 구조와 의미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나누어 가집니다. 프랭크가 전자를 갖는다면 드웨인은 후자를 갖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때, 영화는 상대적으로 노쇠했고 이제는 병원에서 퇴원한 <콜필드 1호>가, 아직 젊고 아직 입원하지 않은 <콜필드 2호>와 조우하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프랭크가 과거의 자신을, 드웨인이 미래의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처럼요.

 

드웨인은 니체의 책을 읽고, 그의 초상화를 방에 걸고, <1984>의 빅브라더 혹은 'Jejus was wrong'이라는 문구가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습니다. 그는 자발적으로 묵언수행을 하고, "I hate everyone" 모든 사람을 싫어합니다.

거칠게 분류하자면 '반항적인 청소년'이라는 한가지 인물 유형입니다.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는 수많은 반항아 캐릭터에 영향을 주었고, 반대로 말하자면 많은 반항아 캐릭터가 홀든의 속성을 지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드웨인의 경우에는 콜필드와 유사한 점이 한가지 더 있는데, 바로 여동생과의 관계입니다.

 

3.  피비 콜필드

 

<호밀밭>에서 홀든은 여동생 피비를 각별히 여기고, 세상의 속됨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합니다.

절벽에서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호밀밭을 지키는 파수꾼처럼요.

 

이 점을 우리는 알고,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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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을 오르는 드웨인과 여동생 올리브 후버(아비게일 브레스린 분).

올리브가 잘 걷지 못할 때, 드웨인은 동생을 등 뒤에서 부축하고, 또 그녀를 들어올려서 오르막 위로 데려다줍니다.

 

바로 이전 장면에서 드웨인은 꿈이 좌절됐다는 생각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는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가족들을 패배자라고 비난합니다. 그런데 이때 여동생 올리브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난을 하지 않을 뿐더러,  그녀의 격려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등 부드러운 태도를 보입니다. 

 

이후 장면에서 드웨인의 대사는 더욱 직접적으로 홀든을 연상시킵니다.

5F09F471-F341-45D1-BE91-7B9E85758E51.jpeg.jpg

 

4. 로드 무비

 

<선샤인>과 <호밀밭>의 이야기 구조는 상당히 흡사합니다.

 

1. 주인공(들)의 여정을 사건의 큰 줄기로 한다.

2. 여정 도중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긴밀한 인과보다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두 작품의 장르는 동일하게 monomyth* 에 속합니다. 

 

* 주인공의 여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 장르.

 

5. 각성ㅡ 두 갈래 길

 

그런데 장르는 같다고 해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두 작품이 다루는 여정의 내용은 매우 다릅니다.

<호밀밭>은 목적지가 없는 여정입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여정이라기보다 정처없는 방황처럼 보입니다.

반면에 <선샤인>의 여정은 하나의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서 나아갑니다.

여러 장애물을 겪으면서도 딴 길로 새거나 중단되는 일 없이 직선적으로 진행됩니다.

 

그리하여 <호밀밭>과 <선샤인>이  도착하는 결론은 그들의 여정이 이루어진 방식만큼이나 다른데,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는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언젠가는 그도 어른들의 세계로 편입되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체계에 순응하기로 하는 반면, <선샤인>의 두 콜필드는

F32C9C6E-F38F-442B-AB1A-087868C540BC.jpeg.jpg라는 정반대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부드러운유성
0 Lv. 88/400P

김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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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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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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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와.. 이건 몰랐던 부분인데...
그림 직접 그리신 건가요?
아주 느낌이 좋아요.
댓글
08:40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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