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애관극장에… 그래도 토종 극장이 필요한 이유.
단관극장들이 사라졌고 제법 규모가 크다는 토종 멀티플렉스들도 휘청거리다 주저 앉았습니다. 서울만해도 씨네코아-중앙시네마-단성사 등이 그렇게 문을 닫았고 서울극장도 문을 닫아 충무로 트라이앵글은 이미 깨져버린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현존하는 토종멀티플렉스 중에서도, 그리고 과거 단관극장 시절이더라도 가장 오래된 극장이 되어버린 인천 애관극장에 왔습니다.
고요하고 싸늘합니다. 1, 2층 통틀어 저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영화를 볼껍니다.
불이 꺼지고 홀로 남아 영화를 봅니다.
1층과 2층 통틀어 저밖엔 없습니다. 저는 그 영화나 다큐가 해당 극장을 배경으로 했다면 거기서 보는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윤기형 감독은 CF 감독 출신으로 자신의 첫장편을 길고양이 다큐로 정했는데 이번 작품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인천 토박이 출신인 자신의 강점을 잘 부각한 다큐라고 볼 수 있죠.
참 묘했습니다. 백개가 넘는 멀티플렉스 스크린 대 10개가 넘지 않는 토종 멀티플렉스 + 단관의 개수가 인천지역의 스크린 수라니 말이죠. 묘하게 이 다큐는 그래서 특히나 CGV를 많이 까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국 CGV에서 이 영화를 트는 곳이 하나 없고, 롯데도 없고 그나마 메가박스가 인천지역인 송도점에서 틀어주고 있습니다.
결국 극장은 두 가지 고민를 하게 됩니다. 건설사에 팔거나 아니면 시에서 사들이거나 다른 방향으로 리모델링하는 것 말이죠. 근데 이런 건물의 경우 매매가 책정방법이 너무 고지식해서 문제가 되고 있더군요. 근방의 미림 극장도 비슷한 처지고요. (아… 이렇게 힘든 곳에서 저에게 관객 모더레이터라고 두둑하게 출연료를 주셨으니…)
서울은 오래된 건물에 근대 문화유산, 정부는 백년가게 지원도 해주는데 인천시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 같아요. 어쩌면 개화기 신식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지역이 항구와 인접한 인천이었을텐데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백년의 역사 혹은 문화, 음식, 놀이들이 있을 것이 분명할텐데 말이죠.
우리는 이미 100년 역사를 자랑한 단성사를 놓친 경험이 있습니다. 애관도 무너진다면 100년의 문화유산을 손놓고 놔주는 꼴이 됩니다.
ps. 얼마전 인천영상위에서 인천 영화주간 2021이 이 곳에서 열렸어요. 변영주 감독 같은 영화인들도 포럼을 진행하고 ‘파이란’ ‘고양이를 부탁해’ ‘무뢰한’ 등 인천을 배경으로 했던 영화들을 틀었어요. 묘하게도 최근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한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고양이 티티를 폭탄 돌리기처럼 친구들이 돌리던 시발점이 애관극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동인천역이라는게 인상적이죠. 인천에 겨우 3년 거주한 제가 알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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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네요... 안타깝네요...
광주극장도 상황이 좋아보이지가 않아서 남의 일같지가
않아요...ㅜ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겄어요
이 일대 90년대 대 흥행시기의 스토리들과 극장들을 다 알고 가보았기에
(애관극장, 인형극장, 미림극장, 피카디리, 그리고 주안의 중앙극장등)
애착이 가는 곳입니다.
물론 노후화된 시설과 아쉬운것 천지이지만
달에 한번은 찾는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