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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간단 리뷰입니다.

yvonnemarmelle yvonnemarm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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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은 평론가의 바람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이 글이 영화에 예의를 지키는 글이 되길 바라며 적어봤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메라가 발명됐을 때, 사람들을 매혹시킨 것 중 하나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사각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앵글은 단순히 각도의 발견이 아니라 감정의 발견이기도 했다. 하이앵글로 피사체를 촬영했을 때 느껴지는 무력감, 혹은 로우 앵글로 촬영했을 때 느껴지는 극적 긴장감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상기시켜줬다.

 

<휴가>의 카메라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시선 뿐만 아니라, 시야도 고정되어 있어서 시야 바깥의 세계는 존재하지만, 인식되지 않는 흐릿한 세계로 비춰진다. 바로 그 세계(우리의 시야 밖 세계)에서 시작되는 게 <휴가>의 카메라이다. 해고노동자의 천막은 우리의 시야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상상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장소일 것이다.

 

영화는 단순한 플롯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막 농성을 하던 해고노동자들이 일주일의 휴가를 얻는다. 한줄로 요약되는 단순한 플롯이 몇 가지 질문을 경유하여 단단한 플롯이 된다. 이를테면 '해고노동자'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볼 수도 있겠다. 해고의 사전적 정의는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약하여 근로관계를 소멸시키는 일'이다. 해고된 근로자는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니게 되므로 해고노동자라는 용어는 명백히 형용모순적인 단어이다. 그들은 해고되어 일자리를 얻은 무직자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근로를 하는 근로자도 아니다. 따라서 영화는 이해할 순 없지만 분명히 행해지고 있는 기업/국가의 폭력이 현실에서 한 개인을 언제든지 디아스포라적인 존재,즉 원래의 설 자리를 잃고 이곳도 저곳도 아닌 사이-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현실에서 그들은 누구의 시야에도 포착되지 않는다. 영화가 재복을 안간 힘을 쓰며 클로즈업을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카메라가 포착하는 재복의 이미지는 여기 사람이 있다, 라는 어느 건물 옥상의 절규와 오버랩된다.

 

두 번째로 왜 휴가 동안 재복은 그토록 정리를 하는가, 하는 질문. 집에 도착했을 때 그가 방을 정리하는 것은 자연스러워보였다. 그것은 그 동안 두 딸 현희와 현빈을 돌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두 딸에 대한 미안함을 일부 덜어내는 행위처럼 보이기도 하고, 두 딸에게 아버지가 여기 있다는 존재론적인 선언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메라가 재복이 친구인 우진의 작업장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정리를 하는 모습과 집을 떠나기 전 자신이 한 반찬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따라가는 장면들은 앞에서 말한 감정 외에 다른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다시 큰 딸 현희의 명령에 가까운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시 서울(천막)으로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가 그토록 천막으로 가길 고집하는 이유는 그곳에 두고 온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금전적 보상일수도, 억울하게 피해받는 것에 대한 진정한 사과일수도, 국가가 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법적인 절차를 준수한다는 믿음일 수도,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재복은 천막에서도 그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집에 무언가 두고 왔다는 생각, 즉 5년 동안 어른 없이 살아야 했던 딸들을 두고 왔다는 그 생각에서 한 시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두 세계(천막과 집)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쇄적으로 걱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혼자만 감당하고 싶은 짐이 아니었을까.

 

천막과 집은 단절되어야 한다고 재복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천막에서 딸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과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자신과 함께 하던 노동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가 그토록 정리하는 이유, 그럼으로써 두 세계를 분절시키는 행위는 서로의 세계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현희가 5년 동안 현빈을 돌보며 적어도 현빈이는 그렇게 살지 말게 해야되지 않느냐고 반문했을 때, 재복은 자신이 속한 세계, 그 어떤 것으로도 보호받지 못한 세계를 있는 힘껏 막고 있는 자신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참지 않았을까. 그가 그토록 타인들에게 어눌한 이유는 자신의 온 분노가 부당함에 향해 있어서가 아니었나. 그래서 다른 어떤 것에도 분노할 수 없는 세계, 하나의 감정이 소멸해버린 세계를 되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그는 서울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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