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트> 숨 쉴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대향연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그저 나를 따라와. 놀라운 것을 보여줄게’
<홀리 모터스>에서 영화의 세상을 탐구하던 레오 카락스 감독은 이제 뮤지컬과 오페라, 스탠딩 코메디 무대까지 넘나들며 마음껏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실현하고 과시합니다.
헨리와 안이 풍랑이 거세게 이는 바다 한복판에서 춤을 춥니다. 사방에서 물이 쏟아져 들고 성난 파도와 물결이 두 사람을 삼킬듯 크게 일렁이지요. 그런데 왠지 배경으로 처리된 이 파도의 이미지가 실시간 LED스크린 투사가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미 드라마 <만달로리안>에서 최초로 도입된 LED 가상제작기술로, 그린매트를 이용한 CG합성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인데, 이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홀리 모터스>에서 오스카가 모션캡처복을 입고 거대한 산업화가 진행된 공간으로 들어가요. 그린 매트 앞에서 소모되다시피하는 오스카의 존재는 기괴하고 불쾌한 이미지로 만들어져 투사되지요. 거대자본을 투입한 양산형 블록버스터를 비판하는 듯한 레오 까락스 감독이지만,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는 적극적이어서 과감한 시도와 다양한 표현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안이 집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그녀는 모든 것을 풀어 헤치고 자신 스스로에 관해 노래합니다.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뛰어난 오페라 가수이지만 그녀 역시 평범한 한 여자라는 것을 샤워를 하고 소변을 누는 일상의 모습으로 표현한것도 좋았어요.
<소년, 소녀를 만나다> 에서 미레이유의 공간 한 켠이 전면 통유리로 되어있고 반대편에는 열린 창문으로 연인의 모습이드나듭니다. 의아했던 첫 인상이었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미레이유의 염원을 투영한 마음의 풍경이라는 생각을 하며 감탄했었지요.
<홀리 모터스> 에서 한 여배우가 자신의 심경을 노래하며 한때 화려하게 빛나던 백화점의 황폐하고 쓸쓸한 공간들을 천천히 거쳐가지요. 옥상에 다다라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을 때 그녀는 몸을 던집니다. 그녀의 스산한 심상을 공간으로 표현한 탁월한 장면이었어요.
놀라운 이미지와 연출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그 중에서 아네트가 퍼펫의 모습을 하고있는 것이 가장 충격적이었요. 헨리가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구현해낸 것인데요. 스스로를 충족하기 위해 아네트를 이용하는 헨리의 이기적인 모습은 마지막 공연에서 아네트를 다루는 방식으로 절정에 이릅니다. 결국 그 댓가를 치르지요.
지치지 않는 열정과 탐구로 영화의 한계를 깨부수며 이미지 연출에 일가를 이룬 레오 카락스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하며 여운을 음미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음 작품을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왔습니다 ^^
추천인 4
댓글 1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