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No Time To Die [007 노 타임 투 다이] (2021) 리뷰- 본드인지 헌트인지. {스포일러}
크레이그는 카지노 로얄에서 가장 빛났다네.
-아쉬움에 지나간 명작을 추억해본다.
007시리즈를 열렬히 좋아하는 동아리 동생과 미친 생각을 짜내었다. 둘 다 007을 너무 좋아했기에 아이맥스 관람 시 증정해주는 포스터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허나 충청 지역에는 대전을 제하고는 아이맥스 상영관이 없었다. 그랬기에, 우리는 당일치기로 수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힘들 법도 했지만, 동생과 영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나누었기에 딱히 피곤하지 않았다.
포스터와 필름 마크를 받아들고 돌아왔지만, 생각만큼 기쁘지 않았다. 아쉬운 점이 너무도 많았다.
왜 이렇게 했어야만 했나.
저것조차 PC가 묻은 것은 아닐지 고민하는 내 자신이 싫다.
전작을 볼 때까지만 해도, '아, 종막을 향해 달려가는구나. 스펙터의 잔재를 이용한 라미 말렉과 마지막 사투를 벌이겠구나!'라, 생각했었다. 허나, 스펙터는 그저 라미 말렉의 장난감이자 일회성 요소일 뿐이었다. 심지어는 그 블로펠드마저, 일회성 캐릭터로 전락해버렸다.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다섯 편에 걸쳐 완성될 크레이그표 본드의 서사라 생각했건만, 이건 그저 소년 만화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말해보자면, 유치하기 짝이 없기에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감초였다만 너무도 짧았던.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그 영상미에 감탄했다. 개인적으로 빌리 아일리쉬의 느낌을 선호하지 않아 노래 자체는 그 007 특유의 장엄함이 느껴지질 않아 아쉬웠지만 말이다. 그 아쉬움이 더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생과 필자는 끊임없이 이 말을 되뇌였다.
본드 같지 않은, 007답지 않은 영화였다고 말이다.
저렇게 낭비할 캐릭터가 아닐진데.
크레이그표 본드의 특이점이자 차별점은 바로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 꽤 있던 점이다. 특히, 이제 막 살인 면허를 받았던 카지노 로얄에서의 본드는, 그간 베테랑의 모습을 보이던 이들과는 다르게 사랑과 쾌락에 열광하고, 분노를 쉽게 드러내는 모양새도 보인다. 허나 베스퍼의 죽음과 함께 냉소적으로 변하는 듯 하였다.
스펙터에서의 인간미는 딱 적당했다. 허나, 본작에서는.
또 나왔어요.
가족을 만듦으로써 새로운 본드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은 시도는 알겠다만, 굳이 그를 머리까지 숙이는 전형적인 일반인의 모습으로 만들었어야 했나. 본드만큼은 그리 손을 대어선 안 되었다. 그것 하나로 모든 정체성이 깨져 버렸다. 무모하고도 발칙한 시도였다고 말할 수 있다.
덧붙여, 그리 짙지는 않다만 왜색이 조금씩 보이는데, 다소 뜬금없다고도 느꼈다. 폐발전소에 비밀 기지를 차려놓았건만, 그곳에 있는 다다미들과 정중히 무릎 꿇은 빌런의 모습, 그 앞에 도게자를 하는 본드의 모습.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인트로까지는 기대가 되었었건만.
007 시리즈 최초로 본드가 사망하였다. 그들의 캐치 프레이즈와도 같았던 대사는 다른 이를 통해 들린다. 나름 전통은 모두 따라갔기에 충실하다고도 볼 수 있었으나 스토리 전체가 정말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마지막이기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 자위했지만, 다시 생각할수록 섭섭함만 가득하다.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PC로 만연한 이 세상에서, 어쩌면 다음 007부터는 후임직을 맡은 흑인 여성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어나갈지도 모른다고, 둘 모두 몸서리를 치며 절대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헌데, 007 공식 넘버링을 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크레이그가 잠적했던 5년간 있던 일들에서의 활약상 등을 소재로 하여 외전격 영화를 낸다면, 볼 의향이 있다고 둘은 말했다.
이런 수를 감춰두고 있었을 줄이야.
이제 셋이 함께 행복히 살 줄 알았는데.
당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흐느끼며 울고 있는 당신의 목소리가 날 더욱 미련 가지게 해.
행복하게 살아줘, 내 몫까지 말이야.
영화를 보고 홀린듯 써본 글귀.
ps. 인스타에 쓴 짤막 리뷰다.
(by. SQUARE IDIOT)
(by. 네모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