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e [듄] (2021) 리뷰- 자신을 죽여 자신을 찾다. {스포일러}
오랜만에 글이 읽고 싶어졌다.
-영화와 전체적으로 알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웅장함 하나 보고 선정했다.
원래는 딱히 볼 생각이 없었다. 워낙 영화를 좋아하던 애인과 필자는 리들리 스콧의 '라스트 듀얼'과 본작 사이에서 고민했었는데, 애인은 '듄'을 정말 보고 싶다 하여 결정지었다. 영화관으로 향하는 차 내부에서, 솔직함을 털어놓았다. 꽤 오랜 시간 깨어있어 피곤한 상태라고.
러닝 타임을 보니 두 시간 반을 훌쩍 넘기더라, 아마 난 졸 것이 확실해.
애초에 원작 소설, 영화를 접해보지도 않은 무지 그 자체인 상태였기에 필자는 심드렁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숙면을 취하지 못했음에도 이리 정신이 바짝 들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오오 타노스.
해당 영화의 예고편을 접하며 유추해 보았었다. 딱 보아도 황폐화된 미래를 그리는 영화일진데, 몽골리안 데스웜인지 탱커 버그 같은 사막의 거대 괴수도 등장하고, '매드 맥스'? '소일렌트 그린'? '헬'? 갖가지 작품들이 자연스레 생각났다. -필자는 이런 디스토피아와도 같은 미래를 그린 삭막한 SF물을 굉장히 기피하는 편이었다.-
여러 영화를 떠올려보며 난 본작이 굉장히 다이나믹하고, 서로의 생존을 위해 전투를 벌이는 그저 그런, 흔해빠진 스케일만 위풍당당한 전형적인 영화인 줄로만 알았다. 원작 소설을 읽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적인 세계관이었다는 것을 느끼며 감격했다.
오히려 주인공을 제하면 다 좋아하는 배우들.
영화는 마치 무릎이라도 꿇고 봐야 하는 것 마냥 엄숙했다. 압도적 스케일을 뽐내는 스크린 속 비행선들과 군사들. 비열한 황제의 모략과 이를 이용하여 전쟁을 획책하는 가문. 이에 맞선 항쟁. 피가 끓어올랐다.
영화를 꽤 오래 사랑했다고 자부하지만, 촬영 기법이라던가 하는 전문 지식은 박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필자의 눈에는 그 장면 하나하나가 얼마나 웅장한 자태였는지.
아트뤠이떠쓰!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감상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어찌 이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그 긴박함과 화끈함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인지. 극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허나 본작은 그것과 다른 방향으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미 실관람객들은 알고 있겠지만, 이 영화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장면 하나를 잡아도 아주 길고, 천천히, 마치 소설의 묘사문을 음미하듯 문학적으로 이어간다. 심지어는 밤의 침략과 샤이 훌루드로부터의 도주를 그리는 장면들도, 분명 긴장감 넘치는 다급한, 다이나믹한 상황일 것이 당연할 텐데, 그 근엄한 배경 음악은 그조차도 무언가 성서를 읊조려주는 것처럼 범접을 불가케 하는 듯했다.
이빨 하나만 가져간다니까요~ 죄송해요~!
물론 이것이 몇 부작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두 시간 반으로 끝나지 않을 이야기라는 건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스토리 진행에 있어 아직 전개에 불과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부족함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할 목적이라면 그저 초석일 뿐이지 않느냐 말할 수도 있겠지마는, 필자에게는 그 초석 자체도 이미 황금으로 만들어진 듯 보이기에, 그 위에 얹을 무언가가 쓰레기만 아니길 바랄 뿐이다.
부대 열중 쉬어.
엇나간 말이다만 의문이 있었다. 작 중 전투 장비들을 보면 공대지 미사일이라던가, 대공포 등은 정말 그 효과가 어마어마하여 무시무시한 위용을 뽐내는 데에 비해 개인화기들의 발달은 어디로 갔는지, 그 세계관 내에서의 인식이 어떠한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었다. 전신에 두르는 실드나 프레멘의 스틸슈트 같은 기술 발달에 더욱 힘을 쓴 것인지, 저런 미래에 칼을 휘두르는 것이 조금은 궁금증을 유발했지만 그랬기에 더욱이 낭만에 취해 멋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래가 휘날리는 종교 전쟁이 한창이다.
챠니는 황폐한 사구 위를 거닐며 그들을 내려다본다.
그녀가 걸친 순백의 옷이 나풀거릴 때에, 어쩌면 예수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숨을 거두면,
비로소 퀴사츠 헤더락이 태어난다 했던가.
사람을 죽여본 적 없던 나약한 과거를 죽였으니,
구원자가 되어 평정할 테지.
영화를 보고 홀린 듯 써본 글귀.
ps. 필름마크를 받았다. 정말 이쁘더라. 와!
pps. 인스타에 쓴 짤막 리뷰다.
(by. SQUARE IDIOT)
(by. 네모바보)
네모바보
추천인 8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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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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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해하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됐어요!
부족한 글 봐주신 것에도 감사드립니다 ㅎㅎ :)
영화에서 자세히 설명이 없는데...^^
개인 방어막 활용으로 빠른 투사체는 다 튕겨내기 때문에 총기류가 소용이 없어졌다고 나옵니다.
그래서 칼싸움이 되어버렸죠.
여기에 숟가락 좀 얹어 첨가하면 에너지 방어막의 파동이 고속이라 총과 빠른 광선검은 튕겨내는데 느린 칼질은 못막음 그래서 칼 들고 싸우는거
친절한 설명들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XD
차기작 이야기 나오는거 보니 듄 파트2 이후로도 더 나오겠네요..
설마했는데 듄 파트2도 우리들의 여정은 계속될거야 엔딩이겠군요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저도 어떤 커뮤니티에서 아래 댓글 보고 첨단기술이 있는 먼 미래사회임에도
사람들의 삶이 왜 구시대적인지 이해했어요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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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적으로 사는게 사실 듄의 다른 SF와 구별되는 점입니다.
이 책이 출간된 60년대에도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미래 이야기가 이미 많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듄의 저자는 남들이 많이하는 과학기술보다는 인간의 정치, 환경, 역사이야기가 하고 싶었죠. (그 이후 듄의 설정에서 영감을 받은게 그 이후 나온 많은 스페이스 오페라들입니다. 스타워즈도 사실 과학기술이 아니라 체제, 신화, 역사, 영웅의 이야기죠. 과학기술 잘 발달한 미래에서 주요 인물들은 왜 칼(광선검이지만) 들고 싸울까요).
그래서 듄에서는 수천년 전에 이미 AI, 로봇, 컴퓨터가 눈부시게 발전하여 인간보다 우월한 지능과 능력으로 AI와 로봇이 인간을 노예화한다는 설정입니다. 결국은 인간들의 반란이 일어나고 1세기에 걸친 전쟁으로 결국 이깁니다.
그 이후 수천년간 로봇과 컴퓨터는 금지됩니다. 만들면 즉시 처형.
그리고 핵무기도 인간 대상 사용이 금지됩니다. 사용하면 제국 차원에서 역시 즉시 공격 및 처형
하지만 다른 기술들은 계속 발전해서 우주여행, 에너지 방어막, 반중력장치 등이 생기죠. 또한 중요한 건 교배, 훈련, 약물로 전문적인 인간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베네 제서릿, 스페이싱 길드, 인간 컴퓨터 등등)
이 상황에서 인간간의 분쟁은 로봇, 기계를 통한 대리전, 핵전쟁이 아니라 인간들간의 집단결투로 주로 결정됩니다.
사실 미래의 무기기술이 발전하면 상대를 즉시 절멸시키는게 가능하죠. (지금도 세계 핵전쟁 일어나면 인간은 멸망)
이런 상태라면 인간의 절멸은 너무나 쉽게 일어나고 이걸 막으면서 정치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만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