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색깔] 고구마 산지의 고구마 활용법

[실 : 인연의 시작]이 좋지 않은 이유로 너무 일본스러웠다면 이 작품은 비교적 좋은 의미로 일본스럽습니다.

일본 가정식의 심장 카레나 철도마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지역 기반의 특색 있는 기동차, 아날로그 행정, 색다른 초등학교 문화 등 일본 콘텐츠를 많이 봐 온 분들이라면 추억 조작당할만한 일본의 향토적인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의 사투리와는 억양이나 리듬, 고저도 다른데다 발음이 동글동글한 지역 사투리도 귀엽고 정겹게 느껴집니다. 초반부는 배경음악도 그렇고 일본 시골 마을 풍경이라 지브리 같은 감성도 있었습니다(여름 추억 조작). 기관사가 되는 과정이 영화의 토대라 기동차나 전철이 다니는 전경이 자주 나오는데 여행 가고 싶네요.

주 배경이 되는 카고시마가 고구마 산지라서 고구마가 이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키워드로 몇 번 등장하는데 이야기도 이런 드라마 장르에 빠질 수 없는 여러 고구마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전개도 결말도 예상가지만 울컥!하며 몰입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고구마의 맛... (사이다가 필요한 류의 고구마는 아니고 신파쪽)

121분의 러닝타임은 약간 길게 느껴졌습니다.

시네마스코프 비율인데 영화 초반에는 정보값이 양 끝에 있는 경우가 많아 눈이 바빴던터라 스크린과 어느 정도는 거리감이 있어야 화면을 보기 편할 거 같습니다. 중간 중간 핸드 헬드 컷이 있는데 뭐랄까,, 캐릭터의 혼란이 느껴지듯 잘 찍었다는 느낌 없이 손을 떨어서 그런 거 같은 (핸드헬드로 감정선을 정확히 포착해 흔들림을 표현하는 카메라감독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기묘한 흔들림이라 약간 올려다보는 앞쪽에서 보니 멀미가 나더라고요. 헨드헬드 안 나왔으면 좋겠다 할 정도로.. ㅜㅜ

제목에서 색깔いろ은 모습을 의도한 부분도 있었을 거 같은데 "가족의 색깔"이라는 제목보다 부제로 나온 "우리의 출발"이 영화 내용과 더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습니다. 모습이라고 번역하면 너무 직접적으로 느껴지니 단어 그대로, 의미는 다소 우회적으로 번역을 한 건가 싶습니다(->가족은 정형화되지 않고 각각 다른 색을 갖고 있다). 

아키라 역의 아리무라 카스미는 우는 연기는 그저 그런데 웃는 연기가 참 사랑스러워요. 보는 사람도 밝아지는 느낌이라 행복한 캐릭터 많이 해주면 좋겠어요.

+ 아리무라 카스미가 꽃다발보다 어려보여서 이전작인가 했더니 2018년 작품이네요. 
+ 일본의 드라마는 불륜이 없으면 못 만드나.. 란 생각이 또 드네요. 소설이든 영화든 tv시리즈든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빠지지 않는데 (불륜이 주요 소재가 아니어도 불륜하는 캐릭터는 꼭 나오는) 그렇게 흔하고 가볍게들 시작하는 관계인건가 진심으로 궁금

+ 씨네큐브가 지하라 그런지 수도관 소리가 계속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