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트> 후기 – 인생 영화가 추가되는 순간을 만날 때 (약 스포)
레오 카락스 감독님하면 바로 매력적인 세계관과 극한의 캐릭터들의 조합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 감독님께서 송스루 뮤지컬에 도전하신다니,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감독님과 뮤지컬의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졌거든요. 한편으론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셨다니 예술성으로나 작품성 모두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감사하게도 익무의 초대로 돌비시네마 극장에서 먼저 만나고 왔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머리가 쭈삣 쭈삣했습니다. 동시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순간! 속마음으로, <아네트>가 제 인생영화로 추가 되겠구나 직감했습니다. 영화의 첫 시작부분에 감독님께서 시작을 알리고 극이 시작되더니, <so may we start> 넘버와 함께 뮤지컬이 롱테이크 샷처럼 물 흐르듯 펼쳐졌습니다. 강렬한 시작과 함께 그 이후 전개되는 방식과 서사 등이 감독님 작품들과는 묘하게 다른, 대중적 노력을 부단히 기울이셨다는 느낌을 확 받았습니다. 쉽게 말해 전작들에 비해 대중적이고 간명하게 전달하시려는 부분이 와 닿았습니다.
제가 느낀 <아네트>의 매력을 선정했습니다.
1. 장르의 변주
<아네트>의 장르는 드라마, 뮤지컬로 구분하지만 이 서사 안에는 로맨스와 가족드라마, 스릴러, 오페라 등등으로 변주되어 지루하고 밋밋하게 지나가지 않습니다. 일종의 예측 불가능한 비 전형성을 지닌 부분이 저는 무척 좋았습니다. 극이 고조될수록 결말이 어떻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해지기 때문입니다. 올해 극장에서 만난 <바쿠라우>가 여러 장르가 섞여 예측불가능의 영화적 재미를 주었다면, <아네트>는 또 다른 ‘비 전형성’을 지닌 예술로 다가옵니다. 오히려 감독님의 고유 스타일과 만나 매력이 더해집니다.
2. ‘제 4의 벽’을 세웠다가 허무는 감독의 재치
저는 <아네트>를 오페라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배경은 주인공들의 현실세계이자 무대로 그려집니다. 쉽게 말해 그들의 삶과 무대의 구분이 명확치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감독님께서 의도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영화의 첫 시작이 감독님의 큐 사인으로 시작해, 마무리에도 감독님이 영화의 마무리를 하시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스크린 안에 관객들이 등장합니다. 객석과 무대 간의 거리감을 통해 뮤지컬 장르가 오페라 극으로 전환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거리감을 조절하면서 무대와 관객 사이의 ‘제 4의 벽’을 세웠다가 허물었다가 다시 세웁니다. 이를 통해 주인공이 스크린 안의 관객에게 외치는지 실제 영화를 보는 ‘나’에게 말을 건네는지 헷갈립니다. 이 부분이야말로 소위 영화를 가지고 노시는듯한 레오 카락스 감독님만의 재치를 느꼈습니다.
3. 대비의 효과적 활용
<아네트>가 오페라처럼 느껴진 이유이기도 한데요. 캐릭터의 대비와 대비의 호흡이 잘 드러납니다. 두 주인공부터 명확히 다릅니다. 무대에서 본인은 매번 살고 관객들을 (웃겨)죽이는 코미디언, 무대에서는 매번 죽지만 관객들을 살리는 오페라 가수가 교차로 편집되어 등장합니다. 이들은 먹는 것도 다릅니다. 바나나를 먹는 남자, 사과를 먹는 여자로 나옵니다. 자연스레 성격이 다르기에 가치관이 다르고, 여기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관객들이 극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납득 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대비로는 산 자와 죽은 자들 대비시키면서 ‘겹쳐지는’ 연출을 선보입니다. 이 부분이 레오 카락스 감독님 스타일이 잘 묻어난다고 생각했습니다.
4. 변화와 고수
이번 작품을 통해 지킬 것은 지키면서 변화를 영화적으로 구현해냈다는 부분이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섹스 하는 뮤지컬, 출산 장면을 극으로 승화하는 부분은 퍽 감독님의 색이 묻어나면서도 도전에 성공했구나 싶어서 웃음이 났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색감에 녹색이 추가된 부분도 변화된 부분이이라고 생각됩니다.
장편 데뷔작<소년, 소녀를 만나다>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연인과 바람 핀 친구를 물에 빠뜨리고 살인미수에 그칩니다. 그러나 <아네트>에서는 물에 빠뜨리고, 죽음까지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캐릭터가 더 극한으로 가고, 선명해졌습니다. 비극서사의 활용과 여전한 극한과 광기의 인물들은 감독님만의 특질을 고수한 듯이 보입니다.
5. 감독님의 색깔과 잘 어울리는 스파크스의 음악
기쁘면서도 슬픈, 눈물을 흘리면서 빙긋 웃는 듯한 묘한 음악들이 극을 꽉 채웁니다. 감독님의 색깔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스파크스의 음악이 정서적인 부분들을 극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스파크스라는 밴드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관람 후 스파크스의 매력에 차츰 스며들고 있습니다. 1974년, propaganda 앨범을 추천 드립니다. 이번 영화의 넘버로는 첫 번째 ‘so may we start’가 인상적이니, 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여전히 대중적으로는 호오가 갈릴 수는 있습니다. 극이 친절한 편도 아닙니다. 뜬금 없거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인생 영화가 추가되는 순간을 <아네트>로 만났습니다. 초반 한 시간 정도의 강한 몰입감과 시네마적 즐거움을 저에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극장에서 <아네트>의 매력을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 레오 카락스 감독님의 작품을 보아왔던 분이시라면 매력을 층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대중성과 예술 사이를 묘하게 줄타기하는 아름답고 슬픈 오페라, <아네트>였습니다.
추천인 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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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작품 덕에 행복한 시간 잘 보냈습니다😊
공감하셨다니 다행입니다 ㅎ
개인적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네요!
감사합니다!!🙃
저에겐 여운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
개봉때 N차 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