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것과 자막이 다른 경우.
인스타에 쓴 글을 그대로 옮겨요. 익무에서도 언급을 본 것 같아서요. 익무에 번역 관련 글 올리는 게 진짜 오랜만이네요.
질문이 종종 와서 이참에 정리해 써요.
‘맨인더다크2’의 스포가 있으니 피하실 분은 내리지 마세요.
.
.
.
.
.
.
.
.
.
얼마 전 종영한 ‘맨인더다크2’에서 마지막에 영어로는 “셰도우의 복수다”인데 자막으로는 “에르난데스의 복수다”라고 나간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긴 한데요. 번역할 당시엔 음성도 대본도 “에르난데스의 복수다”였다가 끝에 가서 변경된 경우예요. 대부분의 영화는 ADR(후시 녹음)이라고 하는 과정을 거쳐요. 현장에서 녹음이 잘 안 된 걸 재녹음하기도 하고 감독이 대사를 바꾸고 싶을 땐 캐릭터의 입이 노출되지 않은 컷에 한해 ADR로 대사를 바꾸죠. ADR만이 아니라 CG 작업으로 간판이나 TV 방송 내 문구 같은 특정 내용을 수정하기도 해요.
‘맨인더다크2’의 경우는 ADR로 인한 혼선이에요. ADR로 대사가 수정됐더라도 저한테 다시 업데이트됐다고 노티가 오는 게 정상이지만 사이즈가 있는 영화들은 워낙 업데이트 횟수가 많아서 절차가 꼬이는 일이 흔해요. 이런 건 “셰도우로 변경됐으니 수정하라”라는 노티가 공중에서 휘발된 경우죠.
이런 변경 사항이 스튜디오에서부터 번역가에게 오기까지 중간에 거쳐 있는 작업자가 굉장히 많거든요. 거치는 해외 자막 업체의 인원만 해도 열댓 명은 돼요. 그러니 사소한 수정에도 오가는 메일의 수가 엄청 많겠죠.
그런데 이런 건 아주 흔치 않은 일이고 저도 16년 번역하면서 딱 두 번 겪어봤어요. 한 번은 ‘킬링디어’.
분명히 번역 때 받은 영상과 대본에선 병원 간판이 “heart and spine center”였는데 개봉해서 보니 난데없이 “brain and spine center”로 바뀌어 있는.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번역가가 임의로 대본에 손을 댄다고 메시지로 욕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일단 2000년대 초반까지는 번역가가 대본에 손을 댔어요. ‘히트’ 같은 영화는 아예 자막으로 엔딩을 다른 내용으로 바꿔버리기도 했고요. 그땐 그게 관행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번역가가 본인의 취향이나 의도를 심고자 대사를 바꿔버린다거나, 없는 대사를 넣으면 난리가 나겠죠. 지금 그런 간 큰 짓을 벌일 번역가는 없어요. 오해하지 마시고요.(저도 에르난데스만큼이나 셰도우를 아꼈답니다… 개를 무시하는 게 아니고요.)
*우리 반려 베놈도 할 얘기가 좀 있는데 그건 종영하고 할게요. 번역 후기를 안 쓴 지가 오래됐어요. 요새 후기를 안 쓰고 있는 이유가 있긴 한데요. 이번엔 할 얘기들이 있어서 짧게 써볼게요.
작은평화
추천인 29
댓글 10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궁금한 것은 절차가 꼬여서 들리는 것과 자막이 다를 경우에는 OTT나 2차매체에서 수정이 되나요?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노티가 바뀌고 하면 정신 없을 것 같아요 ㅠㅠ
이제 너무 다른 자막을 보면 이 글을 생각하게 되겠네용
Symbiote도 베놈 1편 예고편에선 "심바이옷"처럼 발음했었는데(관련 기사도 났음)
나중 예고편부터(?) "심비옷"으로 바뀌었다고 했었죠.
후시녹음을 하다보니 공개 직전까지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겠군요.
반려베놈 후기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