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듀얼] 익무 시사회 간략 후기
익무시사회로 감사히 개봉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리들리 스콧 경의 영화들을 좋아해서 시사회 응모에 공을 들었는데, 당첨되서 기쁩니다.
영화 제작 비화를 미리 알지 못하고 영화 포스터와 캐스팅만 봤을 때, 영국 배우인 조디 코머를 제외하고 주요 등장인물이 미국배우인 것이 의아했습니다. 흔히 중세 배경의 영화는 설사 영국이 무대가 아니라도 영국계 배우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가 배경인데 명문대나 대대로 희극인 집안의 영국배우들이 고어체 영어로 대사를 합니다.
그래서 너무도 미동부 보스턴 이미지를 지닌 배우 둘의 중세극 도전이 이색적이였습니다. 감독이 리들리 스콧 감독이라 색다르게 기용을 하고 싶었던 걸까란 추측했습니다. 배우 연기력과 이미지만 맞으면 글래디에이터의 호주 배우인 러셀 크로우와 미국인인 와킨 피닉스가 고대 로마인이 되었고, 킹덤 오브 헤븐에서는 역시 호주인인 올랜도 볼룸과 프랑스인 에바 그린, 미국인인 에드워드 노튼 등이 십자군 전쟁 중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데이먼과 애플렉이 각본을 공동으로 집필하고, 스콧 감독에게 의사를 물어 연출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더군요. 연출에 욕심을 내도 될텐데 벤 에플렉이 스콧 경을 섭외하고, 출연진에서도 맷 데이먼의 숙적역 대신 주조역으로 빠졌습니다. 오랜만에 두 절친의 만남이면 화제를 모을 법도 한데, 영화속 내용에 더 집중하고 싶었던 듯 합니다.
최후의 결투는 세명의 시선에서 바라본 강간 사건의 재판극으로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과 흡사합니다. 라쇼몽 역시 세익스피어극에서 큰 영향을 받았는데, 르네상스로 가기 문턱 중세 끝자락에 신의 뜻으로 등장인물 셋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습니다.
불의를 행한 자는 신의 뜻에 의해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것인데 실상 누가 결투시 능력이 뛰어나냐에 따라 기사의 목숨 뿐만 아니라 그 아내의 목숨 및 명예 등이 달렸습니다. 강간에 대한 위증죄를 범한 여성은 마치 마녀처럼 화형에 처해집니다. 기사는 그래도 거진 자신의 능력과 신체 상태에 따라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지만, 여성은 애초에 가족인 남성이 나서지 않으면 자격이 없습니다.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진 시대라 여성 스스로가 죄인을 법정에 세울 수 없습니다. 극중 이야기를 보건데 자칫하면 화형을 당하느니 부당함 앞에 침묵을 택하는 여성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남녀노소 인기있는 지위 높은 남성의 성범죄에 되려 피해자인 여성을 나무라거나, 심리적 충격을 위로해주긴 커녕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습니다.
지금보다 더 부당한 중세속 실화를 그리지만, 감독은 지금과 별반 다를바 없는 부조리를 고발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생각나며, 와인스타인의 비호를 받으며 헐리우드 대스타가 된 데이먼과 애플렉이 절로 생각납니다. 에플렉의 동생 케이시 애플렉 역시 성추행 의혹 논란이 거셌습니다. 미투 운동에 대한 두 남자의 대답이라는 의견에 수긍이 갑니다. 이 두사람이 아니면 나오지 않았을 영화인데, 이러한 요건 때문에 안그래도 긴 영화시간에다 흥행에서 성공하기 큰 장애물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법정 진술과 숨막히는 결투 장면 때문이라도 이 영화는 극장서 봐야할 영화인데, 개봉일일부터 상영관 배정부터 안타깝습니다. 20세기 폭스가 인수된 후 20세기 스튜디오 영화들이 예술성을 짙게 띄더라도 흥행엔 별 도움이 안된다고 보았는지 디즈니측에서 원래 있는 돌비시네마 포맷을 들어오지 않은게 못내 아쉽습니다. 영화속 영국과의 전투 장면과 박진감 넘치는 결투 장면은 분량으로 보면 크리 길지 않지만 같은 시간속 일련의 사건을 겹치지 않게 배분하면서 각자의 입장을 서술합니다.
피해자의 남편인 기사인 쟝은 자신이 마땅히 누려할 것을 번번히 한때 절친이자 앙숙에게 빼았겼다 생각하고 분개합니다. 쟝은 전투서 머리보단 몸이 먼저 나서는 군인으로 전술상 실책에다 자주 발끈하는 성미에 음울한 인상으로 권력자 눈밖에 납니다. 반면 자크는 빼어난 용모 (갸우뚱)과 지성미에 화술로 당대 프랑스 권력자의 총애 밑에서 신분 상승합니다. 성안의 모든 여성들의 관심을 받지만, 그가 원하는 여성은 얄궂게도 자신의 한때 친구의 아내입니다.
남편은 잃어버린 명예를, 외간남자는 사랑을 부르짖으나 각기 그것은 허영과 욕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두 남자 누구도 여인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습니다. 두 남자의 위선이 세번째 피해자의 눈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성폭력의 경우는 현재의 과학기술로도 물리적 증거가 남아있지 않는한 입증하기 힘듭니다. 이제 믿을 것은 너무 위험해서 몇십년간 실행되지 않았던 결투 밖에 없습니다. 이를 허락한 왕은 미치광이라던 샤를 6세입니다. 그래서 이성적 판단이나 신께 엄중한 심판을 의지하기 보단, 후반의 경박한 모습을 보면 고대 로마의 야만적이면서도 짜릿한 여흥꺼리가 필요해서인가 의구심도 듭니다.
역사에 기록된 마지막 결투로 다가가기 전에 굴욕적인 법정 심문이 이어지고, 피해자는 또 이중삼중으로 수치심과 위증을 의심받은 질문을 받습니다. 그녀의 고난을 보면서 역사는 어떻게 끝을 내고 있을까요. 80세를 넘겼지만 거장의 복귀작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여전히 스콧 경은 손에 땀을 쥐게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어떻게 일으킬지 잘 알고 있습니다.
피와 살점이 튀기는 결투 장면은 흡사 갑옷을 입고 싸우는 듯한 생생히 재현을 합니다. 그저 낭만적으로 보이던 중세 기사의 전투가 죽지 않기 위해 서로의 창과 칼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모습에서 숨을 내쉴 수가 없습니다. 막이 내리기 전에 꼭 극장서 보시길 추천합니다.
익무 초대로 덕분에 모두가 집중모드로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인 1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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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번 볼수 있을지는 의문시에요 ^^;
멋진 리뷰네요! +_+
제작비화 몰랐었는데 두절친이 스콧옹을 섭외한거였군요! 호오....
제가 보자마자 느꼈던 단 하나의 흠은...
영국이랑 한창 싸우고있는 프랑스사람들인데 영어로 얘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