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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채경선 미술감독 인터뷰 (스포일러 포함)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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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이는 미술이 아니라, 작품에 스며드는 미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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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단 17일 만에 1억 1,100만 명이 아홉 편짜리 생존 게임에 동참했으며,

○△□ 익숙한 기호 셋은 어느새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문화 코드가 됐다. 이 작품이 현상에 가까운 반응을 일으키는 데에는

예고편부터 화제를 모은 프로덕션 디자인의 공이 크다. 동화적인 비주얼로 생존 경쟁의 처절함을 부각하는 공간 디자인은 물론

로봇 인형, 달고나, 트레이닝복 등 소품들도 시리즈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고유한 세계를 완성한

채경선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화상으로 만났다. (스포일러 포함)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창작자로서 기분이 궁금하다.

영화작업을 하다가 처음 넷플릭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마음을 다 쏟아낸 작품이다. 새로운 비주얼을 시도하는 게 재밌었다.

고생한 보람을 느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이렇게까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현상이 될 줄 몰라서 당황스러운 점도 있지만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징어 게임> 프로덕션 디자인의 핵심 콘셉트가 궁금하다.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비주얼을 창작하는 거였다. 잔혹한 상황 속에서 유년 시절에 하던 게임이 진행되는 이야기다.

이것에 반하는 이색적이고 상충적인 비주얼을 가져간다면 시너지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비주얼적으로 새롭게

그러나 유년 시절의 향수를 가져가며 한국적인 판타지를 만들어가자는 게 첫 번째 콘셉트였다.

각각의 게임 공간에도 캐릭터를 넣어보자는 것도 우리의 목표였다.

 

게임 스테이지부터 숙소와 이동 공간 등 세트 개수가 많다. 제작과 촬영에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 같다.

그렇다. 대형 세트장을 서너 개 대여해 촬영 한두 달 전부터 세트를 만들었다.

그렇게 완성한 곳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옆에서 계속 세트를 지었다. 한 공간당 (제작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정도 걸렸다.

처음부터 효율적으로 계획을 잡아 진행했다.

게임 시뮬레이션도 진행했다. 감독님이 연출부, 제작부랑 오징어 게임이나 징검다리 건너는 것, 줄다리기 모두 실제로 해봤다.

설탕 뽑기도 마찬가지다. 달고나를 혀로 핥아보고, 햇볕에 비췄을 때 금이 비치는 정도면 완성할 수 있는지,

라이터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한지 모두 감독님이 실제로 해보셨다. 가능하단 걸 확인한 만큼 임팩트 있고

재밌는 연출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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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움직임이 많은 만큼 세트 디자인 때 안전하게 설계하고 만드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정해진 시간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했나? 

숙소는 기다란 사다리와 오픈된 계단이라는 포인트를 갖고 오브제를 만들었다.

큰 물류창고에 물건이 막 쌓여 있는 모습이 숙소 오브제 아이디어가 됐다. 폭동이 일어나면서 계단이 부서지고 사다리들이 떨어진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을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 안전을 위해 오브제를 철 프레임으로 짰다.

하지만 높이가 13m이다 보니 세트를 아무리 튼튼히 지어도 오랫동안 촬영을 하다 보면 균열감이 생길 수 있을 거 같아 세트를 아예 위에서 잡아매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미로 복도 세트를 만들 때도 안전 문제가 특히 중요했다. 촬영 스태프들이 좁은 복도를 지나가면서 장비를 둬야 하고 레일도 깔아야 한다. 그럴 만한 공간이 없었다. 어디에다 카메라를 위치해야 이런 공간감을 나타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미로 복도는 공중에 띄워서 만들고 싶었지만 세트팀에서 많이 위험하다고 해서 오브제를 하나 더 덧대어 만들면서 이어져 가는 계단 구조를 갖췄다. 사실 정말 많은 실패가 있었다. 실패의 노하우를 살려서 최대한 안전하게 작업하려고 했다. 다치지 않고 456명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실제 456명의 참가자가 모두 출연하나? 

그렇다. 처음 456명이 게임에 들어왔을 때 풀샷으로 잡은 장면이 있다. 뒤에 앉아있고 걸터앉아있는 사람까지

보조출연자 포함해 456명이 출연한다. 그러다 마지막엔 3명밖에 남지 않는다. ‘인간이 이렇게 다 죽어나갔다’라는

죽음의 무게를 공간감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과 마지막 대비를 느낄 수 있게 공간을 실제 스케일로 만들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기호는 <오징어 게임>의 상징과도 같다. 세 가지 기호를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채택하게 됐나?

오징어 게임 도형이 동그라미, 세모, 네모여서 그걸 가져오는 건 단순한 접근이었다. 단순한 놀이를 형식에 적극적으로 가져가자고 해서 만들어진 기호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명함을 비롯해 곳곳에 들어간다. 일부러 심어놨다.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건 가면이다. 가면 디자인을 많이 고민했다. 도형을 가면에 넣는 건 일차원적이긴 하지만 단순한 논리를 가져갈 때 더 커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게 이번에 도형이 아니었나 싶다.

 

공간과 인물군을 표현할 때 색깔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색을 어떻게 활용하고자 했나.

컬러 이야기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요즘엔 패션이나 문화 여러 방면에서 색깔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만,

영화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 (영화 쪽이) 컬러에 보수적인 면이 있는 거 같다. 이번엔 적극적으로 사용해보자 싶었다.

상투적인 컬러를 쓰지 말고 우리만의 오징어 게임 룰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첫 번째가 의상 톤이다.

의상 실장님께서 핑크색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셨을 때 감독님이 흔쾌히 응해주셨다. 핑크가 갖고 있는 유년 시절의 느낌

유아적인 컬러를 감시자들에게 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핑크가 결정되고 난 후 컬러 맵이 착착 만들어졌다.

그 반대급부에 있는 참가자는 7,80년대 운동회 때 입었을 법한 초록색 컬러 트레이닝복을 입기로 했다.

두 인물군의 컬러 맵이 만들어지니 공간, 미술적인 미장센에 들어가는 컬러 맵을 만들기가 쉬웠다. 

미로 복도 같은 경우는, 참가자들이 초록색을 입었으니 주변 공간은 핑크색으로 이들을 억압하고 싶었다.

가면남들이 입은 핑크색과 맞닿아 있다. 참가자들에게 가면남들은 총을 들고 선 사람들, 생명을 뺏어가는 무서운 존재다.

그래서 미로 복도라는 억압의 공간을 핑크색으로 가고, 서브 컬러로 동화책에 나올 법한 옐로우나 하늘색을 넣었다.

동시에 가면남들의 숙소는 초록색이다. 가면남들에게 참가자들이 있는 공간은 일종의 일터다. 맨날 하는 일이 이들을 감시하는 거다.

참가자들의 컬러, 초록색을 이들 감시자의 숙소와 복도에 가져와서 서로의 공간과 공간이 만났을 때 부딪히도록 했다.

미로 복도를 지나면 나오는 대기 공간은 화이트다. 다음 단계로 어떤 게임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나.

누구와 짝을 짓고, 의논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다. 혼미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컬러로 화이트를 써보기로 했다.

화이트는 사실 미술감독으로선 두려운 컬러다. 미술감독 입장에선 공간을 다 채우고, 빈 공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백지, 화이트를 쓰는 게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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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테이지에서 활용한 색깔과 콘셉트도 궁금하다.

줄다리기 공간은 ‘아스팔트 위에 버려져 있는 사람’이 콘셉트였다. 어디 갈지 모르고 갈 곳도 없는 길 잃은 사람들이 이곳에 온 것이다.

길 위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도로 콘셉트를 가져왔다. 노란색 포인트를 쓴 이유는 도로 위 중앙분리대를 비롯해 안전을 요하는 것들에

노란색 포인트가 있다. 불안감을 주는 컬러이기도 해서 노란색으로 썼다. 징검다리 공간은 서커스 콘셉트를 가져갔다.

7,80년대 동네 서커스 유랑단 문화가 있었다. 그걸 차용해서 만든 세트라, 징검다리 공간은 여러 가지 알록달록한 색깔에 조명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VIP룸의 콘셉트에 대해 말하자면, VIP는 456명의 참가자들을 가지고 체스판 위의 말처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게임을 설계한, 오징어 게임 안에서는 창조주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의 정신세계는 대체 뭔데 이런 게임을 하면서 즐길까를 생각했을 때 동물들이 생각났다.

이성이 없고 감정, 본능, 쾌락, 욕망만 있는 것으로, 동물의 세계를 희화화시키는 게 콘셉트였다.

VIP룸을 자세히 보면 주변이 다 초원으로 만들어져 있고, 백그라운드에도 정글 작화가 그려져 있다.

VIP가 쓰는 가면도 초원에서 힘이 센 동물들의 얼굴을 기본으로 해서 만들었다. VIP들은 인간을 물건처럼 바라보는

 비인간적이고 잔혹하며 인간의 존엄을 무차별적으로 짓밟는 사람들이다. VIP 공간 속 오브제는 이런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느껴진다. 특히 구슬치기 하는 골목에선 돌에 낀 이끼, 해 지기 전의 시간대까지 표현하려 한 것 같다.

일남 할아버지 캐릭터에게 골목길은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향수를 느낄 만한 공간이다.

일남 할아버지 유년 시절, 젊은 시절을 재현하려 했던 공간이다. 또 감독님이 어렸을 때, 쌍문동 골목길에서 놀다 보면 어머니가 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할 때가 딱 그 시간, 노을 지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감독님이 이 노을을 게임장에 적극 이용하고 싶다고 해서 노을을 차용했다. 지금은 노년 혹은 중년이 된 우리 엄마, 아빠들이 다시 골목길로 들어왔을 때 느낄 법한 향수를, 공기만으로 확 느껴질 수 있게 디테일들을 만들었다. 석양에는 가짜와 진짜의 혼돈이라는 콘셉트도 있었다. 골목길에서 캐릭터들은 가까운 상대방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진짜 내 감정에 대해 혼란이 있을 거 같다. 그래서 <트루먼쇼>처럼 저 석양도 사실은 가짜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현수막에 석양을 출력한 후 조명팀이 빛을 쏴서 만들었다. (태양이) 진짜처럼 보이지만 펄럭펄럭대는 걸 보면 가짜의 느낌도 나게 제작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들판이나 ‘달고나 게임’을 하는 놀이터의 구름처럼 프린트된 이미지나 일러스트레이션을 벽지처럼 두른 게 비슷한 효과를 주기 위해 차용한 것인가? 

그렇다. 처음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작할 때, 새가 날아가면서 공간이 막힌다. 참가자들에게 ‘내가 여기에 온 거 맞아?’하는 혼란을 주는 동시에 ‘이건 사실 가짜 세트야. 여기서 너넨 서로를 죽이고 죽여야 해. 게임장에 들어온 거야’ 하는 신호탄 같은 의미다. 그런 공간이 처음에 등장하면서 ‘가짜와 진짜의 혼란’이 계속 스며들도록 했다.

 

화장하는 공간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소각장을 참조했고, 미로 계단은 초현실주의 판화가 에셔의 무한계단을 오마주한 것이란 인터뷰를 봤다. 몇 가지 흥미로운 레퍼런스들을 더 알려준다면?

에셔는 많은 미술감독이 좋아하는 작가일 거다. 언제 한 번 이 분의 작품을 우리 작품에 잘 스며들게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럴 수 있어 즐거웠다. <오징어 게임> 미술은 영상이나 영화에서 참조를 안 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좀 더 색다르고 새로운 것, 나만의 <오징어 게임>, 누구나 봐도 탄식을 일으킬 만한 것들을 가져가고 싶어 영화나 영상물도 많이 안 봤다. 그러면 어디서 이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미술팀이랑 전시를 많이 다녔다. 일러스트 삽화나 아이 동화책도 많이 봤다. 색감이나 그림체를 유심히 봤다. 기억에 남는 일러스트는, 큰 담벼락 밑에 소년이 있는 그림이다. 담벼락 위에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 담벼락으로 사다리가 길게 나 있는데 마지막이 부서져 있다. 그래서 소년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그림이다. 저 소년의 느낌 혹은 일러스트 이미지를 숙소 미술에 참고했다. 그런 일러스트 삽화를 많이 봤고, 미술팀과 의견도 많이 나눴다.

두 번째로, 생활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왔다. 길 위에 버려져 있는 사람들 아이디어도 그렇다. 사무실에서 작업 마치고 집에 운전하면서 가는데 도로 위 터널이 그날따라 우울해 보이더라. 터널을 보면 마감재가 화이트로 많이 되어있고 픽토그램이 그려져 있다. 그런 요소들과 함께 터널 아치형의 숙소 구조에 가져오는 식으로 터널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었다. 7,80년대 교과서 이미지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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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선 미술감독과 황동혁 감독이 함께 한 <남한산성>

 

<도가니>부터 황동혁 감독과 작업을 이어왔다. 처음 황동혁 감독과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도가니> 연출팀에 있던 친구가 작품에 대해 얘기하면서 미팅을 제안했다. 그때 나는 데뷔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도가니> 시나리오랑 책을 읽고 내가 생각하는 걸 어떻게 감독님에게 표현할까 하다가 A4 용지 세 장짜리 글을 써갔다. 너무 긴장되어 말로 하기가 쉽지 않았다. 원작 『도가니』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 미술을 어떻게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감독님이 페이퍼에 의견을 정리해온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렇게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 <도가니>란 작품은 애정이 깊다. 사회적으로 영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 작품이고, 내가 사회에 관심이 많아진 계기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다음번엔 좀 재밌는 걸 해보고 싶어 하셔서 <수상한 그녀>를 하게 됐고, <남한산성>이라는 대작 사극 작품도 하게 됐다. 그렇게 인연을 이어왔다. 황동혁 감독님은 내가 정말 존경하는 분이다. 인간적이면서 냉철하고, 스스로 연출할 때 하고자 하는 것들을 꼭 얘기하신다. 내 이야기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주기도 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협업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처음 영화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무대 미술을 공부했다.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해서 학창 시절에 대학로에서 연극 무대를 만들었다. 연극이나 무대 쪽으로 포커스가 가 있다가 졸업할 때쯤 영화과 친구들의 작업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프로덕션 디자인이 뭔지 알게 됐다. 2000년대 초반 미술감독의 역할이 커지던 시기에 운 좋게 프로덕션 디자인을 공부하게 됐다. 영화과 수업도 졸업 시즌에 맞춰 많이 들었고. 그러면서 아예 영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부모님이 영화를 좋아하셔서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관에 나와 동생을 많이 데리고 다니셨는데 그게 영향을 많이 끼쳤던 것 같다.

 

영화 미술의 어떤 점이 특히 끌렸나.

연극은 상징적인 것들이 많다. 또 관객과 배우와 무대가 만들어내는 순간의 것들이라 생각한다. 영상은 편집도 있고, 제한된 프레임 속에서 미술을 만들어간다. 미장센을 구현해내는 게 굉장히 멋졌다. 사실 소품 하나, 지나가는 바람 소리나 떨어지는 낙엽도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런 장면 장면을 구현하는 게 영화 미술이지 않나. 배우의 액팅이 아니더라도 미장센이란 것은 나눠져 있는 공간으로 캐릭터나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거 같다. 그런 것들에 혹 했던 것 같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화면 안에 영혼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 주된 업무를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쭉 (영상) 작업을 하지 않을까 싶다.

 

<조선명탐정> 시리즈나 <상의원>, <남한산성> 등 사극 작업을 많이 했다.

영화 하면서 역사 공부를 다시 한 느낌인데 너무 재밌더라. 조선 시대의 옷들, <남한산성> 때 백성들이 처해 있던 위치나 왕들의 유연함, 유약함 같은 것들. 이걸 재현하고 고증해야 하다 보니 건축이며 한옥, 왕궁, 그리고 소품들을 다시 공부하게 됐다. 시나리오에 감동을 받아 파고들다 보니 역으로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현대물보다 예산이 많은 편이고, 표현에 따라 공간감들이 다르게 보이는 사극도 많다. 어떤 미술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지점이 묘하더라. 그래서 사극은 또 다시 해보고 싶고,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느낌으로 사극의 미술, 비주얼을 만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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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은 리얼리티 중심의 작품들과는 미술 면에서 매우 다른 작업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도전이었다. 한국에서 본 적 없는 비주얼을 만들겠다! 하는 창작 욕심이 막 생기더라. 미술감독에겐 다 창작 욕구가 있을 거다. 그런 것들을 펼칠 수 있게 만들어준 시나리오였다. 구상하던 것들을 원 없이 실현했다. 감독님과 제작사가 밀어줘서 좋은 결과를 가져 오게 되지 않았나 싶다. 또 미술팀, 세트팀, 소품팀이 없었다면 만들어내지 못했을 거다.

 

대형 스크린 상영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도 미술 작업에 영향을 미쳤나.

처음엔 이걸 대형 스크린에서 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사실 이젠 영상물을 접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지 않았나. 극장을 너무 좋아하지만 각자의 생활 패턴이 다르고 영상물을 접하는 장비 같은 게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다 같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게 감사했다. 또 어떤 분들은 대형 TV에서 보지 않았을까 싶다. 바뀌어 가는 플랫폼 시스템을 경험한 느낌이다. 작업할 때 영화와 OTT의 차이는 없었다. 똑같이 장인정신을 발휘해서 디테일에 신경 쓰며 만들었다.

 

지향하는 영화미술이 있다면? 

미술 하는 사람들, 창작자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갖길 원하지 않나. 나는 어떤 작품을 만나더라도 내 색깔은 버려지고 작품의 색깔로만 나타나길 바란다. 그게 되게 중요한 거 같다. 매 작품을 만날 때마다 채경선 미술감독의 색깔이 안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 의미는, 그 작품에 스며드는 미술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 작품에, 그 이야기를 증폭시키는 미술, 혹은 어떻게 보면 뒤로 빠져 있는 미술, 혹은 정말 재현, 구현하는 미술이 될 거 같은데 거기에 상응하는 미술이길 바라고, 내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 미술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매 작품마다 작업하려고 한다.

 

인터뷰 출처 : https://www.kobiz.or.kr/new/kor/03_worldfilm/news/news.jsp?mode=VIEW&seq=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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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p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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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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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핑크 솔져는 까딱 촌스러울 수도 있었던 복장에, 정중한 말투, 무개성의 마스크들을 쓰고 있으니 굉장히 섬뜩해졌더라고요.

18:55
21.10.19.
3등
지붕고양이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20:23
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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