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호수> 장단점 후기 + 주인공 이름의 의미 등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전이 각본, 연출, 주연까지 맡은 <푸른 호수>를 방금 감상했습니다.
우선 단점부터 조금 짚어보면, 한국 관객들에게 굉장히 익숙하며 올드하게 느껴지는 K-신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후반부 가면 상황이나 연기나 음악까지 모두 감정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을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연출의 강도를 절제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어요.
내용 전개 면에서도 다소 작위적인 구석이 있는데, 극중 악역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를 참 얄팍하고 편의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이 영화에는 분명한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 같은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많은 미국인들에게도 아마 생소하지 않을까 싶은 미국의 사회 문제를 소재로 선택했다는 게 첫번째가 되겠고, 주제적-정서적으로 중심이 단단히 잡혀 있는 영화라는 게 두번째입니다.
극중 '수련'이란 꽃에 비유한, 뿌리 없는 이방인의 설움과 고독이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이 정서 자체가 다소 두서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주인공의 플롯을 한데 묶어 통일된 이야기로 완성시키며, 또한 후반부 신파를 위한 빌드업이 되기도 합니다.
주연 저스틴 전과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날벼락 같은 상황에 맞서 가족을 지키려는 부부의 간절함과 절박한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탁월하게 연기했습니다. 특히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이기도 했네요ㅋㅋ
종종 투박하게 느껴지는 구석은 아쉬웠던 반면, 그 이상으로 큰 감정적인 울림을 얻어갈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내일까지만 상영하는 극장이 많을 것 같은데, 볼까말까 망설이시는 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관람 후 찾아본 제 나름의 트리비아?를 짤막하게 덧붙여 보자면
- 영화의 원제인 'Blue Bayou'는 60년대에 발표된 팝송이며, 극중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맛깔나게 불러제끼는 노래입니다.
- 개인적으로 영어를 웬만큼은 안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Bayou'란 단어는 살면서 처음 봤습니다. 찾아보니 영화의 배경인 뉴올리언스를 포함한 미국 남부의 특징적인 지형으로, 강의 지류가 고여서 늪지처럼 되어버린 연못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 주인공의 이름은 안토니오 르블랑(Antonio Leblanc)입니다. Antonio는 스페인어권이나 이탈리아에서 주로 쓰이는 남자 이름인데, Leblanc은 프랑스어로 'The white'라는 뜻입니다.
외모는 동양인인데 프랑스계와 스페인/이탈리아계가 기묘하게 섞인 이름을 달고 있는 거고, 도입부에서 주인공도 이름에 대해서 약간 자조적으로 웃음 삼기도 했죠.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도 감정적인 연고가 없어 방황하는 주인공의 처지를 모순적으로 내비치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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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했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추방당한
'아담 크랩서' 라는 분의
약간 실화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같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한국으로 추방된분이 6명이고
몇년전에는 한분은 자살 하셨다고 하네요 ㅠㅠ
이영화보고 입양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블루 바이유.. 비칸데르가 부른 버전 음원 들어봤는데 허스키 보이스로 꽤 잘 부르더라고요. 고음 처리 필요한 어려운 곡 같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