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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클림트' - 내 생애 최악의 공연

수위아저씨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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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에서 태어난 죄로 롯데자이언츠를 지지해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에 빠진 나는, "미워도 내 새끼"라는 심정으로 자이언츠의 구성원들에 대해 지지하고 욕도 했다('내 새끼는 내가 팬다'는 심정). 롯데자이언츠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헌신적인(도저히 깔 수 없는) 구성원을 꼽아보자면 최동원, 윤학길, 손아섭, 그리고 박기량이 있을 것이다. 박기량은 울산 모비스 피버스 농구팀 치어리더로 데뷔한 뒤 2009년부터 무려 12년간 롯데자이언츠에서 활동했다. 치어리더라는 직업의 지위를 끌어올린 인물로 나는 그를 '치어리더계 임요환'이라고 부른다. 맨땅에서 길을 닦으신 분이니 말이다. 그런 박기량이 새출발을 하고 뮤지컬에 도전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향사람 응원한다'는 심정으로 뭔 내용인지도 모르고 박기량의 뮤지컬 '클림트'를 보러 갔다. 

 

2. 그런데 이 뮤지컬은 시작부터 뭔가 잘못됐다. 첫 공이 얼마 남지도 않은 9월말에 배우 3명이 스케줄 문제로 공연에서 하차했고 다른 1명은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 캐스팅 일정의 변경은 인스타그램 공식계정에서 확인하라고 한다. 박기량이 연기하는 에밀리에는 배우 변동이 없는 걸 보고 달리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공연장에 가니 내가 생각한 캐스팅이 아니었다. 공연을 보는 사람에게 이는 생각보다 예민한 문제인 모양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렇게 된 거 어쩌겠냐, 그냥 봐야지"라며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다. 

 

3. 뮤지컬 '클림트'가 공연하는 서울숲 갤러리아 포레는 고급 아파트 지하에 있는 공연장이다. 모르긴 몰라도 입주민은 꽤 할인을 받지 않을까 싶다. 공연장은 처음부터 공연장을 목적으로 지은 공간은 아닌 듯 하다. 좌우로는 대단히 넓었지만(필요 이상으로), 층고가 대단히 낮았다. 때문에 조금만 앞에 앉아도 무대를 한눈에 담기가 어렵다. 게다가 층고가 낮아서 공간감도 대단히 떨어진다. 한마디로 무대가 답답해 보인다. 우려했던 것보다 좌석간격은 넓고 불편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편한 좌석도 아니었다. 이 정도면 딱 대학로 소극장 평균이다. 그러나 무대의 공간감을 생각하면 대학로에서도 이런 극장은 없지 않을까 싶다(대학로의 모든 공연장을 둘러보진 않았다). 

 

4. 최근 공연을 보면서 무대디자인에 관심이 생겼다. '관부연락선'이나 '블루레인'처럼 대학로 공연의 초현실적인 디자인부터 '태양의 노래', '레드북'의 블록버스터급 무대디자인까지 여러모로 매력있었다. '클림트'의 무대디자인은 그동안 여러 공연을 보며 높아진 눈에 전혀 차지 않았다. 긴 벽면에 테이블과 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만 있다. 그리고 좌우의 벽이 돌면서 새로운 세트가 등장하면 극중 공간이 바뀐다. 이 공연은 이런 맨벽에 빔프로젝터로 퉁쳐버린다. 길쭉한 맨벽에 클림트의 작품이나 공간을 연출한 영상을 쏘면서 무대연출을 한다. 언뜻 보면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날먹'이다. 게다가 빔프로젝터도 왼쪽 녀석은 맛이 갔는지 화면이 미세하게 떨린다. 하필이면 나는 왼쪽에 앉았다. 

 

5. 고민 안 한 무대디자인은 공연 중에도 고민없이 이어진다. 앞서 언급한대로 벽면 중 일부는 회전을 한다. 회전한 세트에는 드레스룸이나 화실의 공간이 등장하면서 극중 장면전환이 이뤄진다. 공연에서 장면전환은 암전과 동시에 이뤄진다. 즉 무대가 깜깜해진 사이 장면전환을 마쳐야 한다. 그런데 '클림트'에서는 암전 후에 조명이 들어왔는데 벽면 세트가 돌고 있다. 이게 한두번도 아니고 거의 모든 장면전환에서 세트가 도는 걸 목격하게 된다. 암전과 장면전환 사이에 박자가 전혀 안맞다. 

 

6. '클림트'에는 6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그 중 여자 캐릭터(에밀리, 아들렝)는 화려한 드레스로 퉁치더라도 클림트와 프란츠, 에곤 쉴레 등 남자 캐릭터들 의상은 너무 대충했다. 극 중 클림트와 프란츠는 동업자다. 프란츠가 비즈니스와 함께 클림트의 그림을 돕고 클림트는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한다. 프란츠와 클림트 중 활동적이고 사람을 더 자주 만나는 사람은 당연히 프란츠다. 그런데 클림트의 구두가 프란츠의 것보다 더 반짝거린다. 클림트의 역할은 무려 화가인데도 그의 옷이나 구두에는 물감이 묻은 흔적이 전혀 없다. 여자 캐릭터들은 의상에 변화를 주지만 남자 캐릭터들은 겉옷을 입었다 벗는 것 외에는 의상에 변화가 전혀없다. 심지어 구두는 이들의 성격이나 직업적 위치와 전혀 맞지 않는다. 

 

7. '클림트'에서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었던 의상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자. 극 중 클림트의 친구 프란츠는 사업가였다가 클라우스의 배신을 당하고 알콜중독자에 폐인이 된다. 대충 베스트를 벗고 셔츠를 풀어헤쳐서 폐인 느낌을 낸 듯 한데 여전히 그의 구두는 반짝이고 셔츠는 옥시크린 넣고 돌린 것처럼 새하얗다. 여기에 에곤 쉴레를 연기한 배우의 머리색도 거슬린다. 나는 혹시나 "에곤 쉴레가 금발이었나?"라며 그의 사진을 찾아봤다. 금발은 아니다. 그런데 에곤 쉴레를 연기한 이 배우의 머리색은 14K 도금반지보다 샛노란 금발이다. 많은 공연을 보러 다닌 건 아니지만, 무대 위에 선 배우가 캐릭터와 상관없이 샛노란 금발을 하고 나온 건 본 적이 없다. 확실히 이 공연은 의상이나 디자인에 신경을 전혀 안 썼다. 

 

8. 화가 클림트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가 밝고 명랑한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개성있고 심오한 작품을 남긴 만큼 그의 생각도 꽤 내면적일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공연에서 클림트는 너무나 밝고 명랑하고 잘생겼다. 살면서 저렇게 활동적인 화가를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공연은 나름 그의 어두운 과거를 드러내려고 하지만 어쨌든 이 사람은 밝고 활동적이고 잘생겼다. 클림트를 잘 모르는 사람은 보면 오해할 정도다(그리고 에곤 쉴레를 금발 미소년으로 오해할지도 모른다). 일단 이야기는 공연 시작에 나오는 자막부터 마음에 안든다. 80년대 정훈공보영화 수준의 문장력으로 클림트에 대해 소개하고 들어가더니 전형적인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런데 전형적일거라면 마지막에 권선징악이라도 제대로 해야지, 그것도 어설프다. 설마 '시즌2'라도 만들 속셈인건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캐릭터도 형편없고 이야기도 구리다. 

 

9. 그나마 나은 점은 배우들이 노래를 잘한다. 목청 높여서 헌신적으로 노래하니 그제서야 "돈값을 조금은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건 이 공연의 유일한 장점이다. 그런데 이것도 "모든 배우가 노래를 잘한다"라고 말하긴 어려울 듯 하다. '문제의 에곤 쉴레'는, 신인 아이돌인 듯 한데(이름 찾아보고 싶지도 않다) 함께 선 배우들과 노래가 너무 비교된다. 에곤 쉴레는 정말 폭포에 가서 득음을 하고 와야 할 지경이다. 

 

10. 결론: 박기량이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연기 괜찮을까?"라고 이야기했다. 박기량이 캐스팅된 에밀리는, 이 정도 분량이면 연기에는 큰 지장이 없을 듯 하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12년동안 꼴데 치어리더 하면서 겪은 '꼴길'에서 벗어나 이제 '탑(Top)길'만 걷길 바랬는데...뮤지컬도 '꼴길'이다. 한 영화팬은 "'리얼'이 '뭔가 해보려다가 망한 경우'라면, '자전차왕 엄복동'은 '뭔가 해보려는 의지도 없이 망한 경우'"라고 표현했다. 이 말을 빌리자면 뮤지컬 '클림트'는 '공연계의 엄복동'이라고 말해야 할 듯 하다. 잘해보려는 의지가 전혀 안 보인다. 고향사람 안타까워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추신1) 공연(그리고 공연장)은 엉망이었지만 어떻게든 프로그램북은 사고 싶었다. 공연 연출가와 작가, 기획사 이름 적어놓고 얘들이 하는 공연은 다 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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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2) 문제의 무대. 오른쪽 잘린 부분에서 한참 더 무대가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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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를 기대했더니 클림트 이스트우드가 나왔나보군요😔

댓글
18:31
21.10.18.
profile image 2등

밝고 명랑? 존 말코비치의 클림트를 본 사람은 적응안되겠네요.
절세미남 에곤 실레 영화는 나온 적 있죠.

댓글
18:36
21.10.18.
3등
너도나도 뮤지컬..
제대로 된 뮤지컬만 성사되길 바라네요.
댓글
19:39
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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