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외모에 얼마나 신경 쓰시나요? 소설 <아름답다 추하다 당신의 친구>리뷰
익무 이벤트로 받은 <아름답다 추하다 당신의 친구> 리뷰입니다.
우선 간략하게 총평하자면 독특하면서 누구나 공감하고 빠져들만한 소재를 깔끔하고 전달력있는 문체로 결말까지 흠잡을데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한 멋진 공포 스릴러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말이나 스토리 전개가 스포일러 되지 않는 선에서 리뷰해보겠습니다.
1. 소재
소재는 서평이나 표지에서도 소개된 것처럼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외모가 추하게 변하는 현상이 여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일련의 일들이 과거 학교에서 자살한 어떤 학생이 만들어낸 주술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저는 우선 이 소재가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조금 더 매력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춘기를 겪는 10대 청소년기부터 본격적으로 외모에 관심이 많이 생깁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외모' 와 관련된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흔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외모' 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기존에 10대 청소년과 외모에 관련된 작품들과는 다른 조금은 무겁고 무서우며 흔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2. 외모
고교과정 수학에서 '집합과 명제'라는 단원이 있습니다.
그 중 명제 파트에서는 참인 명제, 거짓인 명제, 그리고 참 또는 거짓을 말할 수 없는 명제가 아닌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다란 코끼리"라는 문장 같은 것은 비교 대상이나 기준이 없기에 명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예쁜 소연이" 같은 문장 역시 명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는 논리와 철학으로 둘러싸인 '수학' 이라는 학문에서 너무나 자명하게 인정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애석하게도 논리적이기만 하지 않습니다.
TV나 패션잡지 같은 곳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모델을 보면 우리는 너무나 쉽게 "예쁘다!", "잘생겼다!" 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과연 예쁘고 잘생겼다의 기준이나 의미는 무엇이며, 누가 정하는 걸까요?
백번 양보해서 그런 모델이나 연예인들이 예쁘고 잘생겼다는 기준이 있다고 하면, 이들 사이에서도 누가 더 예쁘고 잘생겼다는 '순위'가 있을텐데 이는 곧 그 중에서 가장 예쁘지 않고 잘생기지 않은 '추한'사람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게 과연 옳은 걸까요?
작가는 결말 부분과 에필로그에서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에 대한 답변은 작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3. 페르소나와 이중성
이 책에서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외모' 는 일종의 '페르소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학창시절 배운 '슬기로운 생활 바른 생활'에서는 '우리'는 모두 다 소중하고 평등한 존재라고 배우지만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습니다.
잘생기거나 예쁘면서 공부도 잘 하고 집안도 부유한 소위 '엄친아', '엄친딸' 들은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급우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중심'이 되어 생활합니다.
반면에 (TV나 잡지 속 연예인이나 모델들하고 비교했을 때)상대적으로 외모가 21세기 서구형 외형과는 거리가 있으며 평범하거나 무언가 부족함이 있는 사람들은 '중심'보다는 '주변'이 되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이 책에서도 반에서 가장 예쁘다고 칭송받는 여학생이 가장 처음 외모가 추하게 변하고 나서 자살하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을 잃고 '추함' 을 얻었을 때 등장인물들은 '외모' 하나 달라졌을 뿐이지만 모든 걸 포기하고 스스로의 생을 매듭짓습니다.
또한, 과거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 때는 가까이 다가오던 주변 인물들도 '추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 때는 피하고 거리를 두게 됩니다.
바로 이런 부분으로 이 소설에서 '외모' 가 가지는 의미는 '페르소나' 를 의미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페르소나를 대하는 대중들은 유감스럽지만 입으로는 '도덕책' 을 외치지만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이중성'을 부정할 수 없을겁니다.
4. 결말 그리고 메시지
결말은 공포 스릴러 소설답게 유쾌하고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오히려 결말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메시지로 인해 소설 내용과는 별개로 '무서움'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모 지상주의라고 불리는 세상.
예쁘거나 잘생기면 하다 못해 아르바이트에서도 유리하고, 성형수술을 하면서까지 외모를 바꾸고 싶어하는 세상.
이런 풍조를 비판하고 문제라고 하면서도 '우리'모두 가지고 있는 '생각'.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와 소설의 결말은 이미 이 책이 출간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 모두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5. 여담
지나치게 괴기스럽거나 자극적인 소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공포와 무서움을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참 매력적이었던 거 같습니다.
사실 책 내용 자체가 밤에 불 끄고 혼자 볼 수 없을정도로 무서운 내용도 아니고, 귀신이나 무서운 존재가 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나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인해 움찔하게 만들 책이었던 거 같습니다.
일본 영화나 소설 혹은 만화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괴기스럽거나 잔인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억지스러운' 공포 스릴러가 아닌 자연스럽고 담백한 맛이 좋았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선정적인 요소나(성적인 매력으로 여학생들의 순위표를 매기는 부분) 괴기스러운 묘사(얼굴이 흉측하게 변하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한 부분)가 있기도 하지만 전혀 과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주변에 적극 추천하고싶은 공포 스릴러 소설이었습니다.
책 분량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정도로 부담되지 않고 이야기 전개나 결말도 깔끔해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작가가 신인 작가 반열에 드는데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내주었으면 좋겠더군요^^
시간이 되면 작가의 다른 작품인 <보기왕이 온다>도 정독하려합니다!
끝으로, 이 책이 영화화가 되어도 흥행에 성공할 거 같은데, 개인적 욕심으로는 누구든 판권을 사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사화가 어렵다면 공포 애니메이션도 좋을 거 같아요(어쩌면 실사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더 어울릴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된 공포 스릴러 소설을 봐서 너무 좋았습니다ㅎㅎ
좋은 이벤트 기획해주신 익스트림 무비 관계자와 국내 출판사 한스 미디어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말씀 드립니다!!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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