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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간략후기

jimmani
2394 4 2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보았습니다.

전편인 <베놈>은 마블 유니버스가 열린 이래 나온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들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웰메이드가 아닌 경우였는데,

본의 아닌 제작 과정 상의 애로사항으로 이렇게 된 건가 싶었으나 의외로 이번 속편 또한 비슷한 노선을 따라갑니다.

많은 팬들이 바람이었을 성인용(R등급) 컨셉 대신 이번에도 '청소년도 볼 수 있는 영화'로 포지션하게 된 이상,

잔혹성보다는 소란과 혼란, 불안을 주요 컨셉으로 잡은 듯한데 이 부분에서 평가가 엇갈릴 듯도 합니다.

엔딩 크레딧을 제외하면 90분 남짓 시간되는 동안 이어지는 그 소란이 즐거울지 난데없을지가 관건이겠네요.

 

전편에서 좌충우돌 끝에 한 몸이 된 에디 브록(톰 하디)과 베놈은 이제 어느 정도 죽이 잘 맞는 커ㅍ... 아니 콤비가 되었습니다.

물론 베놈은 시도때도 없이 뇌와 초콜릿이 고프다며 에디를 보채고 사사건건 잔소리를 늘어놓고 말썽도 심심찮게 피우지만,

그래도 약혼자였던 앤(미셸 윌리엄스)도 떠나 보내고 기댈 곳 없는 에디를 살뜰하게 챙기는 이는 베놈 뿐이죠.

그렇게 우당탕탕 일상을 보내던 중 에디는 기자 신분으로 사형 집행을 앞둔 연쇄살인범 클리터스 캐서디(우디 해럴슨)를 만납니다.

특종에 목마른 에디가 클리터스와 독점 인터뷰를 하고 얼마 후, 클리터스가 교도소를 탈출합니다.

그의 몸에는 베놈과 같은 심비오트가 달라 붙었고, 클리터스는 변화된 자신을 '대학살', 즉 '카니지'로 명명합니다.

에디는 평화로운 일상에 대한 꿈을 잠시 접어두고 베놈과 힘을 합쳐 카니지를 잡아ㅁ... 아니 잡기로 합니다. 

이렇듯 영화는 코믹스 팬들에게 베놈에 대적할 만한 가장 강력한 적으로 꼽히는 카니지를 메인 빌런으로 등장시키며,

베놈이 전편을 몸풀기 삼아 이번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카니지를 상대로 통제불능의 활약을 펼치지 않을까 기대케 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전편이 선택한 노선이 생각보다 꽤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는지, 베놈의 활약을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보여줍니다.

일단 에디 브록과 베놈은 이번 편에서 비로소 같은 몸을 시끌벅적하지만 비교적 안정되게 나눠쓰는 '바디 메이트'가 되었습니다.

베놈은 전편보다 더 활발해진 언변으로 에디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를 해대고, 에디 또한 여기에 맞받아치며

불안과 공포에 떨기보다는 부부 또는 형제지간처럼 투닥거리는 걸 당연한 일상의 일부로 여기는 듯 합니다.

한 몸이지만 동일한 자아는 아닌 에디와 베놈의 관계는 저마다 비밀이 있기 마련인 히어로 캐릭터들 사이에서,

에디와 베놈의 관계는 분명 비밀에 부쳐져야 하지만 두 캐릭터의 상호작용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끕니다.

지긋지긋하지만 정을 뗄 순 없는, 오래된 부부 내지는 형제자매남매의 케미를 보는 듯한 재미가 꽤 있습니다.

다만 '빌런 히어로'라는 모호한 정체성 사이에서 빌런의 어둡고 파괴적인 면보다는 히어로의 밝고 조화로운 면을

부각하는 관계 묘사라는 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쪽이냐에 따라 호불호의 차이가 크겠습니다.

 

90분 남짓 되는 짧은 러닝타임은 역시 사건의 밀도나 캐릭터의 입체성을 더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사건의 전개나 캐릭터의 심경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는 통에 일일이 짚으며 가려다가는 흐름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영화는 이 시간동안 베놈과 카니지가 만들어내는 대혼란의 격렬도를 높이고 강도를 키우는 데 집중합니다. 

그 거대한 입으로 제압할 상대를 '잡아먹는' 연출은 역시 청소년도 볼 수 있는 등급에 걸맞게 이번에도 자제하면서,

폭주하는 성미와 무한히 뻗어나오는 베놈의 촉수 액션을 더욱 역동적으로 연출하죠.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에 비해서는 그 묘사의 수준이 공격적이긴 하나,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이 역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즐길 만한 혼란과 제대로 쏘아대는 폭력 사이에서 나름 선택한 결과일 것이나,

어디까지나 '절제된 광기'라는 측면에서 기대치에 비해 영화의 이러한 노선이 아쉬운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다만 카니지의 활약에 대해서는 호불호를 떠나 누구라도 아쉽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름부터가 '대학살'을 뜻하는 만큼 강력한 활약을 기대하고 또 예상하는 인기 빌런 캐릭터이고,

그에 걸맞게 우디 해럴슨이 오랜만에 광기의 늪에서 유영하는 인물의 모습을 초반부터 섬뜩하게 그려냅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등장과 달리 베놈과의 본격적인 격돌에 접어들면 무작위적 폭주 모드에서 목적을 띤 질주 모드로 바뀌고,

싸이코패스처럼 보이던 캐릭터에게 감정이 끼어들면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동선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페이스 조절'이 반영된 베놈과 카니지의 클라이맥스의 격돌은 끝장보다 맛보기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베놈과는 끝을 봐야만 할 것 같은 빌런이 등장하나 했는데, 그 쓰임새가 성에 차지 않은 듯해 아쉽습니다.

 

이렇듯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캐릭터 구축, 이야기 전개 등 여러 면에서 불균질한 점이 나타나지만,

한편으론 성미 조절이 안돼 무질서하게 말썽을 피우고 다니는 베놈과 카니지의 캐릭터와 또 조화가 맞는 것도 같습니다.

날뛸 땐 날 뛰지만 선은 지킬 줄 아는 베놈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닮았겠거니 하고 영화를 본다면

깊이 들어가거나 어둡게 가라앉지 않고 치울 수 있을 만큼의 말썽만 부리는 영화가 충분히 즐거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쉬웠던 파격성을 쿠키 영상에서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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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4

  • Nashira
    Nash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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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설정도 엉성한 게 많아서...(전편에서 기타치는 옆집총각한테 난리칠땐 언제고 난데없이 클럽을;;)
차라리 마블세계관에 합쳐지든 뭐하든 마블로부터 스토리/설정에 꼼꼼한 검수를 좀 받았으면 싶더군요.
03:30
21.10.17.
jimmani 작성자
Nashira
그러고 보니 소리에 민감한데 클럽은 또 좋았던 모양이네요 ㅎㅎ
11:04
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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