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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스포주의] '티탄' 간단 리뷰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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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리우드의 대재앙'으로 소문난 영화 '라스트 에어벤더'에는 '불의 제국'이 악당 세력으로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서는 세상을 구성하는 4개의 원소로 물, 불, 흙, 바람이 등장하는데 이 중 불은 일단 악당이다. 그 이유는 유치원만 성실하게 졸업하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물과 흙, 바람은 자연의 것이지만, 불은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물질이다. '라스트 에어벤더'는 문명과 자연의 대결을 '나름대로 애써서' 그려낸 영화다. 줄리아 뒤쿠르노의 '티탄'을 이야기하면서 '라스트 에어벤더'를 꺼낸 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런데 '불'에 대해 가장 직관적으로 묘사한 영화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라스트 에어벤더'라는 사실에서 글쓴이의 머릿 속 데이터베이스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2. '티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줄리아 뒤쿠르노의 전작 '로우'보다 인물의 서사를 쫓거나 이해하는 일이 더 어렵다. 어릴때 교통사고로 두개골에 티타늄을 이식한 알렉시아(아가사 루셀)는 어른이 돼 레이싱 모델로 일한다. 타인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부족하던 알렉시아는 어느날 대규모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도망자의 길에 오른다. 그러던 중 사라진 아들을 찾는 소방관 뱅상(뱅상 랭동)과 함께 살게 되면서 위험한 동거가 시작된다. 대충 이 정도로 시놉시스 요약을 했지만 온전히 영화를 설명한 내용은 아니다. 알렉시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단서가 필요하고 그 사이 등장하는 인물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영화를 본 관객 중 대부분은 알렉시아에 대해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인물 알렉시아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극을 쫓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몇 개의 키워드로 이야기를 쫓아갈 필요가 있다. 

 

3. 어른이 된 알렉시아의 첫 등장은 차 위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다. 알렉시아가 올라탄 차에는 불 모양이 래핑이 돼있다. 알렉시아와 함께 살게 된 뱅상의 직업은 소방대장이다. 불과 싸우고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지만 알렉시아의 비밀을 아는 후배 소방관이 비밀을 폭로하려 하자 그에게 위협을 가한다. 두 사람의 대화가 이뤄진 곳은 산불현장이며 후배 소방관은 뱅상이 건넨 가스탱크를 옮기다 폭발한다. 뱅상은 어느날 장난을 치다 배 위에 불을 붙이고 놀란다. 불을 멀리하고 조심해야 할 소방관이 불을 이용하는 처지에 이른다. 앞서 '불'은 문명의 시작이라고 했다. 알렉시아는 불 위에서 춤췄으며 자동차와 섹스해 자동차의 아이를 잉태한다. 자동차는 기계문명의 집약체(=불)로 상징됐으며 이것이 '유기체'인 알렉시아의 몸과 만나 결합한다. 불을 머금은 알렉시아는 인간과 섹스에 서투른 몸이 되고 끝내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다. 뱅상 역시 문명을 머금은 알렉시아를 거두자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특히 뱅상의 몸은 늙고 병들어서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 유기체가 고장나기 시작한 시점에서 기계문명을 받아들인 셈이다. 

 

4. '티탄'에 등장하는 가렌스 마릴러의 극중 이름은 '쥐스틴'이다. 이 배우는 줄리아 뒤쿠르노의 전작 '로우'에서도 주인공 '쥐스틴'을 연기했다. 게다가 '로우'에서 '쥐스틴'의 언니로 등장하는 엘라 룸프의 극중 이름은 '알렉시아'다. '티탄'은 '로우'와 노골적으로 관계를 갖는다(그러나 두 영화는 완전 별개의 이야기다). '로우'에서 육식을 하는 행위는 행동하고 사고하는 다른 유기체의 자유를 빼앗는 행위로 묘사된다. 특히 육식의 대상이 되는 유기체가 사람이라는 점에서 '로우'의 식인은 유기체에 대한 노골적인 해석을 하게 한다. 유기체인 몸의 권리는 가장 사적인 자유지만 집단의 구조적 질서에 의해 이것이 농락당할 수 있다. 자유사회에서 절대적 자유는 타인의 자유(몸의 권리)를 빼앗으면서 이뤄진다. '로우'의 이런 기조는 '티탄'에서 고스란히 이어진다. '로우'에서 쥐스틴에게 육체적 권리(손가락)를 빼앗겼던 알렉시아는 '티탄'에서 쥐스틴의 권리를 빼앗는다. 이는 알렉시아가 기계문명의 씨앗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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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티탄'은 표면적으로 모성에 대한 이야기다. 일단 알렉시아가 아이를 가졌으니 말이다. 이 밖에도 모성에 대한 몇 가지 키워드가 등장한다. 쥐스틴과 알렉시아의 첫 만남은 샤워실에서다. 샤워를 하던 중 알렉시아의 머리카락이 쥐스틴의 유두 피어싱의 걸린다. 머리카락을 빼는 과정에서 쥐스틴은 통증을 느낀다. 이후 둘은 가까워지고 쥐스틴과 알렉시아는 해변에서 키스를 한다. 그리고 알렉시아가 쥐스틴의 유두를 서투르게 애무하다 깨물어버리고 쥐스틴은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임신한 알렉시아는 몇 번이고 유두에서 자동차 기름을 연상시키는 연상시키는 검은 액체가 흐른다. 사회질서에서 정의내려지는 자유의 상하관계(식인의 상하관계)는 기계문명이 개입하면서 역전의 여지를 남긴다. 이는 유기체를 생산하는 숭고한 과정인 임신과 출산을 농락하면서 비롯된다. 그렇게 기계문명으로 유기체의 권리를 빼앗으면서 먹이사슬의 정점에 오르지만 결국 기계문명은 정점에 오른 유기체의 권리마저 빼앗아버린다. 

 

6. 마지막 장면에서 태어난 아이는 인간일까, 기계일까? 이는 마치 초기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물음과 유사하다. 기계와 인간이 더해져 만든 기이한 유기체는 인간 생명을 농락한다. 그와 함께 인간이 누린 자유와 권리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 수 있고, 희생당할 수 있다. 이런 관계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나 영화 '기생충'에서도 잘 나타난다. 줄리아 뒤쿠르노의 '로우'와 '티탄'은 자유·권리의 총량에 대해 더 깊고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그것은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처럼 아이러니의 우화로 만들 수도 있다. 줄리아 뒤쿠르노는 자유의 총량을 빼앗긴 '먹히는 자'들에 대해 피비린내 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자유를 집어삼키는 자는 타인일수도 있고 새로운 시대의 거대문명일 수 있다. 

 

7. 그런데 '자동차'로 대표되는 기계문명은 이제 구시대의 산물이다. 이미 불을 일으켜서 가는 디젤자동차 대신 배터리로 가는 전기자동차가 대세가 됐다. 가스를 태워 불을 내는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이 요리를 하고 있다. 모유 대신 석유가 흐르는 디스토피아는 산업화 시대의 암울한 상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티탄'은 오래된 미래에 대한 단상일까? 산업화의 시대가 지나가버렸지만 여전히 인간은 유기체이고 전자·기계문명은 유기체와 거리가 멀다. 자동차와 섹스해서 자동차의 아이를 갖는 상상은 스마트폰과 섹스해서 스마트폰의 아이를 갖는 상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기체에 대한 농락은 문명이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것은 고대 노예제도부터 자본에 의해 결정되는 자본계급주의까지 비롯됐다. 다시 강조하지만 '티탄'의 핵심은 '자동차'가 아니라 '불'이다. 이 영화는 문명시대 이후 유기체의 자유가 어떻게 침해돼왔는지 보여준다. 인류의 역사를 핵심 요약 정리한 셈이다.

 

8. 결론: '티탄'은 '로우'보다 더 관념적이다.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기이하고 어느 인물에게도 공감하기 어렵다. 이 영화가 불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모두 유기체이며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살점을 뜯기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티탄'이 불편하다면 혹시 누군가 내 살점을 뜯고 있진 않은지, 지금 살고 있는 사회구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티탄'이 불편하다 한들 내 자유를 위협하는 타인(혹은 제도, 집단)보다 불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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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쥐스틴이라니.. 사드 후작의 책 주인공 이름 같네요.

19:17
21.10.15.
간단리뷰인데;;; 글이 간단하지 않은데요? ㅋ
좋은 후기 잘 읽었습니다!
올해 부국제에서 전 티탄이 제일 좋았습니다 😆
19:26
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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