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응몰 렌티
#커뮤니티를 떠나고 싶은 이유
진작에 했어야 하는 일인데, 휴식기를 가지자고 다짐한 올해라 내면적 성찰이 가능한 영화에 빠진다고 보류해왔던 일이었다.
혐오의 시대에 아무리 젠틀한 커뮤니티로 피신했다한들 모두가 나처럼 익무만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게 문제를 낳을 때 나는 어딘가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문득 예전에 본 연구 기사가 떠올랐다. 503의 파면 이후 보수 놀이에 재미가 떨어진 일베회원들이 좀 더 자신들에게 사회적 낙인이 덜할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리고 이대남 현상은 여기서 커져만 갔다. 사회적으로도 분출되었다. 일베도 물론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들의 분노를 크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기사도 있었는데 대학 교수에게 양성평등 수업을 수강한 학생이 되려 페미니즘 과제에 대한 지적을 했고 그에 대한 근거를 교수가 물으니 죄다 자신의 질문글에 대한 디시인사이드 회원의 댓글들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과연 올바른 근거 자료였을까?
이후 해당 교수는 향후 수업에서 이루어질 젊은 남성 학생들과의 소통에 대해 우려 담긴 목소리를 내었다.
(단어가 나와서 그런데 솔직히 페미니즘도 온건한 목적의 양성평등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페미니즘 단어를 가져와 남성혐오를 위한 간판으로 썩게 만들고 변질시킨 이들에게 나는 분노한다. 분명 몇년 전만해도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양성평등의 목적으로 쓰이는데 문제가 없었고 혐오하는 일들도 없었다. 이제는 이들 때문에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듣게되었다.)
작은 사례를 들었지만 이대남 현상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경제난과 취업난에 젊은 청년, 특히 남성들도 어렵다. 기성세대에 밀려나 자신들 또한 취업과 생활, 이후 결혼까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여성 우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반발심이 커졌다.
근본부터 해결하긴 커녕 이런 현상을 여성가족부 해체를 들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제기능을 못한다거나 예산 낭비가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국회부터 없애야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왜 그 화살이 여성가족부에게 돌아갔고, 진정한 양성평등 정책을 펼치라고 채찍질하는 것도 아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행정을 펼쳐야 할 기본적인 기관의 단순 폐지인지. 그 주장의 의도는 과연 순수한 것일까?
그렇게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커진 이슈가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대두되었다. 대면으로 얘기할 때는 서로가 불편해지지 않도록 해당 이슈를 사리는 분위기를 언뜻 읽을 수 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렇지 않았다.
남녀갈등나 정치적 이야기는 금지인데 아무리 많은 반발을 받아도 탈퇴도 안되고(공지로 가끔 올라오는 문제회원들은 그렇게 강퇴가 빠른데도) 꾸준히 그 쪽으로만 활동하는 문제회원도 보이고
또 남성과 여성을 단순히 이분화하는 시각도 많이 보인다. 예시로 개최 목적이 확실한 여성인권영화제가 있으면 반면에 남성영화제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말로 남성인권영화제가 열린다면 나 또한 환영이다. 일찍이 사회적 약자로 여성 쪽은 행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데 비해, 아쉽게도 이걸 누가 시작할지가 관건이겠지만. 그래서 나는 단순히 여성의 우대에 대해 반기를 드는 행동이 주가 아니라 정말로 남성인권의 증진을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발해주었으면 좋겠다.)
왜 이와 같은 불편한 주장들을 보게 되었을까. 근본적으로 나는 공감과 이해의 부재에서 온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남성들이 관심을 가지고 <우먼 인 할리우드>, 최근작인 <위 왓치 유>라는 영화를 보았을까?
반면 여성들은 군문제를 다룬 <폭력의 씨앗>같은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졌을까?
서로의 힘듦을 이해하고 연대하여 여성에게는 아들이나 남자친구가 복무할 군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목소릴 높이고 남성에게는 아내가 임신을 해도 회사에서 퇴직, 성희롱 당하지 않도록 사회적인 목소릴 높이는, 그런 연대가 그저 이상에 그쳐야할 일인가?
우리는 다른 성별의 어려움에 대해 사실 잘 모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알려고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해의 부재가 소통의 단절을 낳고 서로의 피해만 주장하는 현재가 되었다.
먹고 살기 힘든 시대라 우리는 날카로워졌다. 이런 문제를 촉발시킨 기성세대에 반발하긴 커녕 우리는 합심하여 모두 평등할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서로 싸우고만 있다. 제자리 걸음 뿐인 밥그릇 싸움만 펼치고 있는 거다.
이런 현상을 해결할 방법은 가장 먼저 공감과 이해, 그리고 연대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만 가득하고 혐오의 시대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평등 정책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치를 잡고 있는 기성세대의 문제일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상호이해 없이 좋은 정책이 나오지를 않으니 문제에 진척이 없다. 그만큼 해결할 인재가 없는 것 같다.
희망이 없어서 나는 내내 답답했다. 언제까지 지켜봐야할지 알 수 없어서 나는 그렇게 커뮤니티를 끊기로 했다.
노인, 아이, 난민, 국가에 걸쳐 등장한 남녀까지. 혐오가 사회를 살아가는 가시가 되어버린 현대인. 서로 공격받은 우리에게 낫기 힘든 흉터가 새겨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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