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0
  • 쓰기
  • 검색

(약스포) <푸른 호수> 거친 화면, 깊은 첼로, 그리고 폭풍 눈물

KimMin KimMin
630 2 0

세 살때 미국으로 입양되어 안토니오 르블랑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남자. 비록 여전히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지만 지금 안토니오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 사랑하는 아내와 의붓딸,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날 둘째 딸을 기다리며 벅찬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이방인인 그에게도 희망이 있을까.

 

그에게는 희미한 기억이 있어요. 비록 세살이었지만 입양되기 전 엄마와의 시간들, 그리고 엄마와 푸른 호수의 이미지들이 남아있어요.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다시 떠올리는 이 이미지들은 그를 지탱해 줍니다.

 

안토니오가 우연히 만난 베트남 이민자와 수련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어요. 그가 사는 뉴올리언즈의 문양이 이 수련을 모티프로 했다고 합니다. 수련은 물에 떠있지만 가느다란 뿌리에 매달려있는 거라는군요. 이 뿌리를 잃으면 수련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이방인이 아닌, 평범하게 살아갈 자유가 주어진 자신의 기원에 관한 의미있는 비유인 듯합니다.

 

미국으로 입양된 모든 아이들은 시민권을 부여받아요. 하지만 이 권리를 규정한 법의 시행 전에 해당하는 경우, 그 당시 서류가 미비했던 아이들은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군요. 그래서 단지 미국에서의 자신의 평범했던 삶을 되찾기 위해 희박한 확률에도 엄청난 비용을 들여 기나 긴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한답니다.

 

필름으로 찰영한 거친 질감의 화면과 묵직하게 가슴을 울리는 첼로의 음색이 어우러져 잠시의 희망조차 빼앗긴 채 한없이 가라앉는 안토니오를 힘들게 바라보던 중, 아내인 캐시역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테르의 노래가 스크린에 흐릅니다. 두 시간의 여정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에요. '블루 바이유', 현재의 불안하고 외로운 나를 위안할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그녀의 노래가 전해 주는 작은 희망과 행복을 향한 염원은 어느 덧 제 맘을 움직이고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안토니오와 캐시의 불안정한 여정은 마지막에 이르러 기어이 폭풍 눈물을 쏟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거칠고 때로 아쉬운 부분들도 있지만, 필름과 첼로, 그리고 고전적인 전개가 한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절정의 감정이입으로 온통 마음을 흔들어 놓았어요.

 

안토니오 역의 저스틴 전과 캐시 역의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진심어린 연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몰입을 유도합니다. 저스틴 전의 깊은 눈빛이 주는 연약함과,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손길에 서린 따뜻함도 좋았지만, 특히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노래는 가사와 더불어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되었어요.

 

암전이 되고, 이 이야기가 소개하는 법의 헛점에 노출되어버린 실제 사례들을 볼 수 있었어요. 단지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숱한 고통을 감내하며 겨우 자기의 터전을 일구어왔는데, 이들이 다시 그 모든 것을 잃을 처지가 된다는 사실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해마다 이 허점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사례들이 새롭게 보고되는데도 방치되고 있다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33194B69-8BEC-4280-ADDD-A3B2246D4B59.jpeg.jpg

4DB31A1F-F936-4A1C-BCD4-3C119AE69D96.jpeg.jpg

DEDFA035-A78E-473F-B019-04A5228BC5B1.jpeg.jpg

CCAD531A-DA90-478D-B2C2-36308E78314E.jpeg.jpg

CE169854-DDA1-4084-8FD7-A1F9D7784B27.jpeg.jpg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2

  • 랜쉬
    랜쉬
  • 비밀이지만
    비밀이지만

댓글 0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범죄도시 4] 호불호 후기 모음 2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23시간 전08:38 9687
HOT 범죄도시 오티 모음 3 라라랜더 라라랜더 7시간 전00:12 788
HOT 범죄도시 관객수 비교 4 초우 7시간 전00:07 1772
HOT 2024년 4월 24일 국내 박스오피스 6 golgo golgo 8시간 전00:02 1792
HOT 일본 실사판 '골든 카무이' 넷플릭스 공개네요 1 golgo golgo 8시간 전23:48 845
HOT (스포주의) 여행자의 필요를 보고나서 1 MAUS 8시간 전23:31 389
HOT 장쯔이, 진가신 감독 새 영화 "장원롱(酱园弄)" &... 3 손별이 손별이 9시간 전22:43 726
HOT [리뷰][약스포][범죄도시4] 이번에도 흥행은 잘 되겠지만, ... 6 클랜시 클랜시 9시간 전22:22 1124
HOT <시빌 워> 아이맥스 관람 후기 6 빼꼼무비 빼꼼무비 13시간 전18:11 2049
HOT 범도4 방금 보고 나옴..불호<유스포> 11 라인하르트012 9시간 전22:15 2134
HOT [리뷰][챌린저스] 야한 장면 없이 야한 영화? 나 이 감독 좋... 5 클랜시 클랜시 10시간 전21:42 2156
HOT 'The Fall Guy'에 대한 단상 3 네버랜드 네버랜드 10시간 전21:23 759
HOT 범죄도시 후기: 극장에서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약스포, 요... 14 보내기 보내기 10시간 전21:10 2429
HOT <챌린저스>를 보고 나서 (스포 O) - 루카 구아다니노 ... 4 톰행크스 톰행크스 11시간 전21:02 715
HOT 일본 애니메이터 시노미야 요시토시,애니메이션 <어 뉴 ... 2 Tulee Tulee 11시간 전20:44 509
HOT 알 파치노-댄 스티븐스,엑소시즘 호러 <더 리추얼> 출연 2 Tulee Tulee 11시간 전20:42 507
HOT 데렉 루크,마이클 잭슨 전기 영화 <마이클> 출연 3 Tulee Tulee 11시간 전20:42 447
HOT 영화도 문제인데 팬들이 더 문제가 되는 희한한 영화 <테... 5 스누P 12시간 전20:03 2788
HOT 클리셰 범벅에 신파덕지덕지지만 깔끔한 신파 "인생대... 4 방랑야인 방랑야인 12시간 전19:07 1209
HOT <챌린저스> 아이맥스 관람 후기 5 빼꼼무비 빼꼼무비 15시간 전16:27 3144
HOT [챌린저스] CGV 골든 에그 점수 93% 1 시작 시작 13시간 전18:52 644
1133939
image
NeoSun NeoSun 2분 전08:02 21
1133938
image
NeoSun NeoSun 26분 전07:38 140
1133937
image
NeoSun NeoSun 29분 전07:35 90
1133936
image
e260 e260 31분 전07:33 91
1133935
image
e260 e260 32분 전07:32 123
1133934
image
e260 e260 32분 전07:32 80
1133933
image
e260 e260 33분 전07:31 92
1133932
image
NeoSun NeoSun 47분 전07:17 106
1133931
image
NeoSun NeoSun 49분 전07:15 119
1133930
image
NeoSun NeoSun 51분 전07:13 89
1133929
image
NeoSun NeoSun 55분 전07:09 142
1133928
image
NeoSun NeoSun 57분 전07:07 191
1133927
image
NeoSun NeoSun 58분 전07:06 174
1133926
image
NeoSun NeoSun 59분 전07:05 139
1133925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7:03 212
1133924
image
샌드맨33 1시간 전06:19 260
1133923
image
판자 1시간 전06:16 308
1133922
image
영화에도른자 3시간 전04:09 272
1133921
image
영화에도른자 3시간 전04:07 323
1133920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4시간 전04:04 127
1133919
image
영화에도른자 4시간 전03:43 316
1133918
image
runaway 5시간 전02:25 187
1133917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02:05 209
1133916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6시간 전01:59 261
1133915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6시간 전01:19 341
1133914
normal
허니 허니 7시간 전00:44 741
1133913
normal
사보타주 사보타주 7시간 전00:43 698
1133912
image
라라랜더 라라랜더 7시간 전00:12 788
1133911
image
초우 7시간 전00:07 1772
1133910
image
golgo golgo 8시간 전00:02 1792
1133909
image
카스미팬S 8시간 전23:51 722
1133908
image
HarrySon HarrySon 8시간 전23:49 545
1133907
normal
golgo golgo 8시간 전23:48 845
1133906
image
중복걸리려나 8시간 전23:44 588
1133905
normal
MAUS 8시간 전23:31 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