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푸른 호수> 거친 화면, 깊은 첼로, 그리고 폭풍 눈물
세 살때 미국으로 입양되어 안토니오 르블랑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남자. 비록 여전히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지만 지금 안토니오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 사랑하는 아내와 의붓딸,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날 둘째 딸을 기다리며 벅찬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이방인인 그에게도 희망이 있을까.
그에게는 희미한 기억이 있어요. 비록 세살이었지만 입양되기 전 엄마와의 시간들, 그리고 엄마와 푸른 호수의 이미지들이 남아있어요.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다시 떠올리는 이 이미지들은 그를 지탱해 줍니다.
안토니오가 우연히 만난 베트남 이민자와 수련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어요. 그가 사는 뉴올리언즈의 문양이 이 수련을 모티프로 했다고 합니다. 수련은 물에 떠있지만 가느다란 뿌리에 매달려있는 거라는군요. 이 뿌리를 잃으면 수련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이방인이 아닌, 평범하게 살아갈 자유가 주어진 자신의 기원에 관한 의미있는 비유인 듯합니다.
미국으로 입양된 모든 아이들은 시민권을 부여받아요. 하지만 이 권리를 규정한 법의 시행 전에 해당하는 경우, 그 당시 서류가 미비했던 아이들은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군요. 그래서 단지 미국에서의 자신의 평범했던 삶을 되찾기 위해 희박한 확률에도 엄청난 비용을 들여 기나 긴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한답니다.
필름으로 찰영한 거친 질감의 화면과 묵직하게 가슴을 울리는 첼로의 음색이 어우러져 잠시의 희망조차 빼앗긴 채 한없이 가라앉는 안토니오를 힘들게 바라보던 중, 아내인 캐시역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테르의 노래가 스크린에 흐릅니다. 두 시간의 여정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에요. '블루 바이유', 현재의 불안하고 외로운 나를 위안할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그녀의 노래가 전해 주는 작은 희망과 행복을 향한 염원은 어느 덧 제 맘을 움직이고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안토니오와 캐시의 불안정한 여정은 마지막에 이르러 기어이 폭풍 눈물을 쏟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거칠고 때로 아쉬운 부분들도 있지만, 필름과 첼로, 그리고 고전적인 전개가 한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절정의 감정이입으로 온통 마음을 흔들어 놓았어요.
안토니오 역의 저스틴 전과 캐시 역의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진심어린 연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몰입을 유도합니다. 저스틴 전의 깊은 눈빛이 주는 연약함과,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손길에 서린 따뜻함도 좋았지만, 특히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노래는 가사와 더불어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되었어요.
암전이 되고, 이 이야기가 소개하는 법의 헛점에 노출되어버린 실제 사례들을 볼 수 있었어요. 단지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숱한 고통을 감내하며 겨우 자기의 터전을 일구어왔는데, 이들이 다시 그 모든 것을 잃을 처지가 된다는 사실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해마다 이 허점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사례들이 새롭게 보고되는데도 방치되고 있다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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