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이 남자의 휴가를 따라가다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오랫동안 일했던 가구회사에서 노조활동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된 재복과 동료들은 장장 5년이 넘는 기간동안 복직 투쟁을 벌여오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고를 정당화한 재판부의 최종 판결을 받아들고 망연자실한다. 잠시 휴식기를 갖자는 제안으로 재복도 일종의 휴가를 가게 되는데, 그가 다시 마주한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재복이란 인물은 성실하고 깔끔하며 꼼꼼합니다. 투쟁현장에서도 정리정돈과 천막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지요.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일을 도모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재복도 가정이 있고 돌봐야 할 가족이 있어요.
투쟁의 와중에 늘 소홀했던 두 딸과 오랜만에 재회한 재복은 가장으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그동안의 자신의 공백이 초래한 싸늘한 기운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 깊은 간극을 메우려 고군분투하는데요.
큰딸의 대학입학을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재복은 친구의 부탁으로 다시 일터에 나가게 되는데, 거기서 이제 갓 스무살 노동자와 만나 함께 일하며 다시금 이 불공평한 세상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미약하지만 자신이 힘을 보태 투쟁을 이어나가야만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희망을 키워나갈 수있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재복이 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이 자주 나와요. 특별한 요리를 한다기보다 따뜻한 한 끼를 차려내는 것이지요. 그는 자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어요. 그에겐 그 모두가 다 한 '식구'인 것이지요. 그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고 따뜻하게 밥을 지으며 그 사람을 떠올리고, 그에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주려 합니다.
하지만 그가 모두의 곁을 함께 하지는 못하지요. 지금 그가 꼭 있어야할 곳에 자리하려 합니다. 그가 마지막 결정을 내리고 반찬들을 만들어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는 모습은 서두르지 않으며 정성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닿기를 애써 바라며 발길을 돌립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언젠간 그 희망의 결실이 맺힐거라는 메세지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메세지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봅니다.
상반기에 나나해를 굉장히 좋게 봤는데 그런 느낌의 영화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