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다보고 나오는 영화관 알바생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눈팅만 했는데 엔딩크레딧에 청소 관련으로 글들이 좀 보이더라구요
저는 3사 중 한 곳에서 현직으로 있는 알바생입니다.
비록 청소를 하는 입장이고, 시간은 촉박하기 그지 없지만 관객은 당연히 크레딧까지 보고 나올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직원도 당연히 그것을 지켜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크레딧을 다 보고 나오는 편이거든요. 크레딧이 주는 특유의 여운이 있지 않나요?ㅎㅎ
근데 왜 종종 직원이 크레딧때 나가라고 말하거나 눈치주는 경우가 발생하는지 생각해보면, 영화관에서는 퇴장관리표(영화관에 따라 명칭이 다를 수 있지만)라고 해서 이것을 기반으로 전체 상영관의 입퇴장을 운영합니다. 그 표를 보면 광고시간이라던지 영화 시작시간, 종영시간, 그리고 영화 마이너스라는 게 있어요 청소시간은 이 영화 마이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 켜지는 등(딤머등)이 켜지는 시간과 크레딧까지 다 올라간 종영시간 사이의 시간차이를 계산해놓은 건데 이 시간을 기반으로 해서 딤머등 켜지기 몇 분전에 들어가고, 이 시간 안에 청소까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이너스 시간에 크레딧 올라가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는 만큼 관객분께서 계시면 청소시간은 그에 비례해서 줄게 되겠죠.
(예를 들면 샹치라는 영화의 마이너스는 22분인데 크레딧이 다 올라가는 시간이 17분 소요된다고 보면 실 청소시간은 5분이 남게 되는거죠!)
그래서 직원들이 자기들 바쁘니까 크레딧이 올라가건 말건 무시하고 청소를 하게 되는데 저희 영화관의 경우엔 아예 그렇게 하지 않고 문만 열어두고 나오라고 하고 대충 시간 됐다 싶으면 들어가도록 일하고 있습니다.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만약에 출입구에서 슬쩍 보고 사라지는 직원이 있다면 이런 이유일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청소가 굉장히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시간입니다. 적은 관객분들이 들어간 상영관이면 큰 문제가 없는데 100명이 넘어가는데 청소는 혼자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러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바닥에 음료라도 쏟아져 있으면.... 바로 입장지연을 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간혹 저는 청소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관객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입장시간이 지연되니 로비에서 잠시 대기해주시면 입장 다시 도와드리겠다는 안내를 드리고 있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안내를 해드리는게 청소하는 직원에 대한 여유도 줄 수 있구요.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청소가 꼼꼼할 수 없다는 겁니다. 커피같은거 사시면 그 컵홀더 있죠? 그게 은근히 좌석에 있는 팔걸이 컵홀더에 잘 낍니다! 그래서 컵을 챙기더라도 컵홀더는 거기 끼어서 남더라구요. 잘 안보면 놓치니 그게 다음 회차까지 남는 그런 경우가 많을거고 그리고 좌석도 한 번씩 닦아드리면 더 좋을텐데 그러면 아마 두명씩 30분은 더 필요하지 않을지ㅋㅋ 혹시나 청소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근처 직원에게 말씀주시면 아마 바로 달려가서 정리해드릴거에요.
마지막으로, 저같은 경우엔 코로나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인원이 슬슬 줄더니 코로나 이후에 특히 인원이 굉장히 줄어들게 되면서 이 부분들이 더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나마 제가 있는 곳은 꽤 큰 곳이라서 비교적 많은 직원을 두고 있지만 지방이라던지 규모가 작은 곳들은 한명이서 다 하는 곳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일부 직원들의 태도라던지 상영관 청결상태가 좋지 않다든지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게 아쉽긴 하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직원들은 대충하지 않는다고 믿고있습니다!
쓰다 보니 굉장히 길어졌습니다..ㅋㅋ 저도 일할 때 말고는 그저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관이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 활기차지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영화관이 직원 관객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운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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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심 늘 잘 지켜주세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