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워터] seasonal river (스포)
실재사건을 모티브로 '동성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5년째 수감중인(아직 4년이 남은) 딸을 만나기 위해 두 번의 경유를 거쳐 마르세유의 도착한 아버지가 진범을 찾는' 내용은 자극적이지만 영화는 긴박하기보다 호흡이 긴 영화라 생각될만큼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분명 사건 사건들은 드라마틱한데도 진중한 톤으로 무겁게, 지나치게 감정을 뒤흔들려 하지 않아 드라마지만 신파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잉글리쉬맨 인 뉴욕이 아니라 아메리칸 인 유럽이네'가 떠오를 정도로 전형적인 미국 중남부 출신 중산층 백인 남성인 빌을 연기한 멧 데이먼이 그 중심에서 속도를 제어합니다.
(네지마에게 공감갈 정도로 와 어쩜 저렇게 미국 중남부 보수주의 백인처럼 생겼을까 했는데 오클라호마가 진짜 미국 중남부네요 ㅋㅋㅋ 스틸워터도 2차산업중심의 공업도시고)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 반복적인 장면들은 호불호가 가릴 듯 합니다. (얼마나 남았나 한 두 번 정도 생각한)
술주정뱅이에 마약까지 했던 최악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던 빌이 뒤늦게 속죄하고자 담담하게 본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려 하는 모습엔 "언제나 그가 모든 걸 망치고, 전 그걸 알아요"라는 딸의 말이 저주처럼 들러붙어 있습니다. 이 씬에서 그의 맹목적인 신뢰가 배반당할 것을, 그리고 그 역시 누군가의 신뢰를 배신하고야 말 것이라는 불안한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를 불신하는 세계 속에서 처음 만난 오롯한 신뢰를 배신하고야 말것이라는 예정된 비극은 갑작스럽게 찾아오지만, (딸이나 아내와 했던) 이전의 헤어짐과 다른 풍경으로 이젠 그 전과 같지 않은 삶일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스틸워터라는 제목은 그 특성으로 빌의 성장 배경을 완성하는 도시의 이름이면서 잔잔한 유속으로 정지한 것 같은 강의 이름이며 이 느지막이 흘러가는 영화의 속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매번 토네이도에 휩쓸려 폐허를 부수는 일이 자리 잡았을 정도의 도시나 계절에 따라 사라졌다 나타나는 강이 어떻게 스틸still 일 수 있을까요. 멀리서보면 매번 같은 풍경이겠지만 가까이 보면 (나의 것이 되면) 늘 다른 풍경이겠죠.
딸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라 도망쳤던 도시에서 한 계절을 보내고 온 빌에게 스틸워터가 더 이상 같은 풍경일 수 없는, 파란을 경험한 이의 고요한 결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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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쓰루에서도 스몰토크를 하다니 ㅋㅋㅋ 너무 미국같아서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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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버지니가 운전하다 놀라서 프랑스어로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악 X🦶!" 같은거라서 ㅋㅋㅋㅋㅋ 인권운동에 관심 있고 봉사 정신 투철한 이성적인 사람이 뱉은 말이라 웃겼어요 ㅋㅋ 번역은 안 됐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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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프랑스에 몇 주간 머물면서도 merci에 thank you라고만 말하던 사람이 merci라 답하기 시작하고 ma cherie(my sweetie, my girl같은, 연인이나 딸 등 귀애하는 여성에게 하는 호칭)라 마야를 부르는 장면은 소소하게 감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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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여러 차별과 혐오 중에서도 인종차별이 크게 다뤄지는데 영화 배경은 2019년이지만(2014년 리나 사망 후 5년이니) 지금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노동자가 감소하며 여러 문제가 나오고 있는 걸 보면(영국은 브렉시트까지 특히 심각한 듯) 제 살 깎아먹기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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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