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없던 시절 심야상영의 낭만
코로나가 없던 시절에
저는 영화제를 가면 늘 심야상영을 보곤 했었죠.
어디가서 밤새도록 영화 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영화보고나면 "아 영화제 왔구나"라고 뿌듯하게 집에 갑니다.
거의 매년 영화제마다 영화 실컷 볼 겸, 숙박비 아낄 겸 심야상영을 보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잘한 에피소드도 막 생기곤 하죠.
1) 2014년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심야상영을 하기 전 간단한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했죠.
약 1시간 정도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꽤 유익했습니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토크 프로그램을 12시에 시작했다는거죠.
이렇게 되면 심야상영 영화를 1시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이게 평소처럼 피칠갑하고 정신나간 영화 틀어대면 평소보다 1시간 길어져서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영화가 다 끝나게 되는데요.
그런데 제가 영화를 봤던 그 회차에는 마지막 상영에 틴토 브라스의 악명높은 영화 '칼리귤라'가 끼어있었죠.
이 영화가 러닝타임이 2시간30분입니다.
그날은 심야상영 끝나고 나오니 8시반이 됐더군요. 결국 저는 그날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집에서 잤습니다.
2. 전주국제영화제의 '불면의 밤' 섹션은 아주 전통이 있는 심야상영입니다.
이게 처음에는 영화제 메인상영관인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진행했는데 고사동에 상영관을 모으기로 한 후 CGV전주고사가 메인상영관이 됐습니다.
삼성문화회관 시절의 심야상영은 아주 재미있었죠. 영화가 시작하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다 같이 함성과 박수를 발사했습니다.
불면의 밤이 시작되는 걸 다 함께 축하한거죠.
제가 기억하는 심야상영 중 가장 열정 넘치고 재밌었던 순간이 아닌가 싶네요.
이런 문화는 전주고사로 옮긴 후 사라졌습니다.
심야상영을 2개관으로 나눠서 하다보니 다 함께 모여서 축제를 즐긴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게 됐죠.
3. 부산국제영화제는 2007년부터 '미드나잇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심야상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메가박스 스펀지에서 심야상영을 하다가 나중에 영화의전당이 생기고 하늘연극장으로 옮겼죠.
부산의 경우는 전주와 반대입니다.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만 보는 개념으로 하다가 나중에는 840석짜리 상영관에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심야상영을 즐기게 된거죠.
심야상영의 단점이라면 좁고 불편한 의자에서 허리가 나갈 듯이 영화를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부천시청 어울마당도 공사하기 전에는 뒤주나 다름없는 상영관이었고요. 삼성문화회관도 꽤 좁았죠.
하늘연극장은 심각하게 좁거나 불편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의자가 아주 딱딱합니다.
그리고 앉으면 뒷목이 닿는 부분은 쿠션이 아니라 그냥 나무죠.
때문에 거기서 밤새 영화를 보는 건 꽤 고역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산은 전통적으로 심야상영에 야식이 없습니다. 그리고 편의점도 아주 멀리 가야 있죠. 때문에 부산에서 심야보려면 쉬는 시간에 먹을 야식을 미리 사둬야 했습니다.
4. 부천은 처음부터 시청 어울마당이 메인상영관이 아니었습니다.
초창기 메인상영관은 복사골문화센터였죠. 송내역에서 꽤 가깝고 나름 갈만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에는 편의점이 있는데 첫 상영 끝나고 쉬는 시간까지만 문을 열고 이후에 닫습니다. 여기는 이 편의점 닫으면 꼼짝도 못하죠.
5. 심야상영은 다 보고 나면 자러 가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저는 주로 찜질방, 사우나를 이용했는데요.
하늘연극장은 근처 찜질방이 없기 때문에 해운대로 넘어와야 했습니다. 지하철 첫차 타고 해운대역으로 가면 해운대구청 앞에 깔끔한 찜질방이 있지요.
삼성문화회관 시절에는 전북대 유흥가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사우나가 있습니다. 여기는 찜질방은 아닌데 수면실이 따로 있어서 거기서 잠을 잤죠.
전주고사로 간 이후에는 잘 곳을 찾으러 경기전까지 걸었습니다. 그쪽에 괜찮은 찜질방이 있지요. 근데 여기가 영화제 기간에 의외로 인기가 좋아서 늦게 가면 잘 곳을 찾는게 어렵습니다.
복사골문화센터 시절에는 송내역 앞에 찜질방을 이용했고요. 어울마당 시절에는 부천터미널 소풍 맞은 편에 (지금은 없어진) 찜질방을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부천은 나중에 영등포에 살게 된 후 심야상영 보고 나서 그냥 집에 와서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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